“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 지분 51% 컨소시엄으로”…당정, 디지털자산기본법 가닥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둘러싼 당정 간 협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발행 주체를 두고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시중은행이 조율에 나선 가운데, 국회와 정부가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고리로 정면 돌파에 나선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일 국회에서 금융위원회와 당정협의회를 열고, 시중은행이 지분 51%를 보유한 컨소시엄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향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발행 주체의 건전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의 혁신 여지도 남기겠다는 구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인데,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은행 간 어느 정도 조율은 끝난 것 같다”며 “시중은행이 지분 51%를 보유한 컨소시엄에서 발행하는 방향으로 잡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현 의원은 특히 정부의 입법 준비 속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정부에서 마련하는 법안들에 대한 뼈대를 빨리 줘야 국회에서 논의할 것 아니겠느냐”며 “정부안 초안을 12월 10일까지 달라고 했다. 만약 공유해주지 않으면 간사가 주도해 국회에서 입법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때 초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가 중심이 돼 의원입법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읽힌다.
향후 논의 절차도 제시했다. 강 의원은 “법안 발의 후 당내 디지털 자산 태스크포스와 공개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자고 얘기했다”며 “연내 논의는 가능하더라도 1월까지는 공론화 작업을 거쳐야 하지 않겠나. 이해당사자가 많아 논의 과정이 길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자산운용사, 가상자산업계,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얽혀 있는 만큼, 단계적 공론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당정은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함께 자본시장 제도 개편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강준현 의원은 주권상장법인의 인수·합병 가액 산정 시 공정가액을 적용하고, 의무 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과 관련해 “정부 측이 국민의힘을 설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 접근을 봤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의 협의가 핵심 관건인 만큼, 정부가 중간에서 설득자로 나서는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상대적으로 속도가 날 전망이다. 해킹 등 침해사고로 인한 정보 유출 시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에 대해 강 의원은 “야당과 이견이 없다”며 “법안 심사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공통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요구해온 사안인 만큼, 정무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처리까지 무난히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분야 공약 이행도 병행해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서민 금융안정기금 설치와, 이른바 배드뱅크로 불리는 새도약기금 보완을 위한 입법 작업도 계속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부실 채권을 분리해 서민과 취약차주의 연착륙을 돕는 구조를 법제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자본시장·전자금융 관련 법안들이 맞물리면서 향후 금융 규제 체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제출 여부와 여야 협상 속도에 따라 연말 정기국회와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을 본격 심사할 계획이다. 정부는 디지털 자산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둘러싼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향후 세부 시행령과 감독지침을 단계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