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구리 동반 최고가”…국제 원자재 시장, 달러 약세·AI 붐에 출렁
현지시각 기준 3일,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금·은·구리 선물 가격이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45년 만에 처음으로 같은 해에 동시에 정점을 찍었다. 달러 약세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가 겹치면서 귀금속과 산업금속이 동반 강세를 보였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3일 오전, 주요 선물거래소에서 금·은·구리 가격은 일제히 장중 및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미국(USA)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통화 완화 기대 등으로 달러 가치가 약세 흐름을 이어가자 달러 표시 자산인 금과 은에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데이터센터 확충, 반도체 투자와 맞물린 AI 인프라 구축 붐이 구리와 같은 산업금속 수요를 끌어올리며 가격을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은 과거에도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융시장 불안을 동반해왔다. 금은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꼽혀왔으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강세를 보여왔다. 구리는 전기차, 신재생 에너지, 통신망 등 인프라와 제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경기 민감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릴 만큼 경기 사이클과 밀접하게 연동돼 왔다.
이번 동반 사상 최고가 행진에 대해 주요 투자은행과 원자재 애널리스트들은 미국(USA)과 중국(China)의 경기 흐름, AI 및 친환경 전환 정책, 그리고 중동(Middle East)과 러시아(Russia) 주변 지정학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미국(USA)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되면 실질 금리 부담이 줄어 금과 은의 매력이 커지고, 중국(China)의 경기 부양 정책이 강화될 경우 구리와 같은 산업금속 수요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를 늘리는 움직임도 금 가격 상승을 거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신흥국은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외환보유액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금 매입을 늘려 왔고, 이 과정에서 장기 수요가 꾸준히 누적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유럽(Europe)과 아시아(Asia) 주요 국가들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전력망 보수 계획 역시 구리 수요 전망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원자재 가격 급등이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와 함께, 공급 측 병목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광산 개발의 환경 규제 강화, 일부 산지 국가의 정치 불안, 물류 차질 등으로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할 경우 가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주요 원자재 수입국들은 전략 비축 확대, 공급선 다변화 등을 검토하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방향성과 글로벌 경기 지표, AI·친환경 투자 흐름이 금·은·구리 가격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통화정책 전환 속도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에 따라 랠리가 이어질지 조정 국면에 들어갈지 갈림길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는 이번 원자재 강세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연쇄 효과를 불러올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