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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연 연구자 3년새 400명 이탈”…연봉 상위권 KIST·ETRI도 이직 확산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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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들의 이직 행렬이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43명, 2024년 166명, 올해 6월 기준 85명 등 최근 3년간 이직자가 400명에 육박하며 꾸준히 증가 중이다. 출연연의 인력 재편 흐름은 인공지능, 바이오, 반도체 등 첨단산업 국가 연구 경쟁력의 분기점으로도 지목된다.

 

이직 현상은 연봉이 비교적 높은 연구기관에서도 두드러진다. 23개 출연연 조사 결과, 평균 연봉 8014만원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9696만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8959만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8944만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8801만원 등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4명, 올해 6월까지 16명이 KIST를, ETRI에서는 같은 기간 26명, 35명이 각각 자리를 옮겼다. 주요 퇴직자는 대학(79.1%)과 기업(10.4%)으로 이동했다.

특히 ETRI 역시 이른바 ‘연구계 대기업’이라 불리지만, 신입 급여가 민간 대기업의 60~70%에 머물고, 1인당 평균 급여도 10대 시가총액 기업 대비 75% 수준에 그친다.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정년, 근무 환경 등에서의 상대적 경쟁력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구자 유출은 산업계와 학계 모두의 인재 쏠림 현상과 맞물려, 국가 혁신 R&D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 선진국은 공공 연구소와 민간기업 간 인재 순환을 촉진하며 직무 유연성을 높이고 있지만, 한국 출연연은 정년보장, 경직된 임금 구조, 연구 독립성 제한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중이다. 북미·유럽 주요 국립연구기관의 경우, 연구 환경과 처우 개선을 통해 우수 박사·석사급 인재의 중장기 체류를 유도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인재 이탈 속도가 지속될 경우, 첨단과학기술 분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직무 맞춤형 인센티브와 연구 자율성, 유연한 경력 설계 지원 등 제도 개선 필요성에 무게가 실린다. 신성범 의원은 “연봉과 근무여건 격차가 이직을 부추기고 있다”며 체질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산업계는 연구 현장의 인재 유지 방안이 실제 도입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인력, 제도 환경의 균형이 장기적 국가 연구 경쟁력의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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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etr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