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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관절 앱 치료 시대”…한림대, 디지털 치료제 효과 입증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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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 기반 디지털 치료제가 턱관절장애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 반복적인 악습관처럼 만성적이고 행동 의존성이 큰 요인을 겨냥해 환자 스스로 관리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한림대학교 치과 연구진이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을 통해 앱 치료의 유효성을 정량적으로 입증하면서, 디지털 치료제가 구강악안면질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디지털 치료제와 치과·구강 분야 융합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한림대학교 치과학교실 구강악안면외과 연구팀은 2일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가 턱관절장애 환자의 통증과 기능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과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이 참여했으며, 공동 교신저자는 변수환·양병은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치과 교수, 공동 제1저자는 박상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치과 교수와 온성운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치과 교수가 맡았다. 연구 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넷 리서치에 다기관 무작위 배정 위약 대조 시험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이 사용한 디지털 치료제는 비욘드메디슨이 개발한 스마트폰 앱 클릭리스다. 클릭리스는 턱관절장애 교육 모듈, 턱관절 및 저작근 운동 프로그램, 생활습관 및 구강행동 추적, 명상과 스트레스 관리 콘텐츠, 환자 데이터 기반 피드백 등으로 구성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형 앱이다. 기존 진료실 중심 교육과 물리치료, 교합장치 처방을 모바일 환경으로 확장해 환자 일상 속에서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는 2024년 6월부터 2025년 6월까지 한림대학교성심병원과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에서 턱관절장애로 치료받은 환자 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는 디지털 치료군 44명과 위약군 49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디지털 치료군은 실제 치료 콘텐츠가 탑재된 클릭리스를 사용했고, 위약군은 외형과 사용 경험은 동일하지만 치료 콘텐츠가 제거된 앱을 6주 동안 사용했다. 연구팀은 턱관절 통증 지수인 시각상사척도, 입을 최대로 벌렸을 때 앞니 사이 거리인 최대 개구량, 턱 기능장애를 평가하는 턱 기능제한 척도, 이상 구강행동 빈도를 측정하는 구강행동 체크리스트 변화를 분석했다.

 

6주간 사용 결과, 디지털 치료군의 통증지수 감소폭은 위약군보다 3.4배 컸다. 기능 측면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최대 개구량은 위약군이 평균 1.6밀리미터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디지털 치료군은 평균 6.5밀리미터 증가해 위약군 대비 4.1배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턱 기능제한 척도는 디지털 치료군이 위약군보다 2.5배 더 크게 호전됐고, 구강행동 체크리스트 점수 개선 폭은 3.9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특히 구강행동 체크리스트 개선에 주목했다. 해당 지표는 이갈이, 이 악물기, 반복적인 턱 움직임 등 턱관절장애의 원인이 되는 이상행동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디지털 치료군에서 이 지표가 크게 개선되면서, 앱이 제공하는 실시간 추적과 피드백 기능이 환자의 행동 위험요인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해석됐다. 오프라인 진료실 상담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일상 속 습관을, 상시 모니터링과 알림, 맞춤형 가이드로 교정한 셈이다.

 

온성운 교수는 턱관절장애 특성상 행동 변화 관리가 치료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는 턱관절장애 치료에서 기존 방식은 외래 진료 시간 안에 약 처방, 물리치료, 교합장치 안내가 집중돼 외래시간 밖 환자 행동은 사실상 의료진이 통제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지털 치료군은 앱에 포함된 구조화된 운동 프로그램과 실시간 추적·피드백 시스템 덕분에 일관된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환자의 자기관리 동기를 강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양병은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가 턱관절장애의 행동적·심리적 요인을 함께 겨냥해 통합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불안, 스트레스, 수면장애처럼 턱관절장애와 연관된 심리 사회적 요인을 앱 기반 교육과 명상, 스트레스 관리 콘텐츠로 동시에 조절해, 대면 진료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표준화된 행동치료 패키지를 비대면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치료가 단순 보조 도구가 아니라 행동치료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변수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물리치료나 교합장치 치료에 디지털 치료제를 병용하면 치료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치와 약물이 구조적·기계적 문제를 완화한다면, 디지털 기반 자가관리 플랫폼은 환자가 일상에서 스스로 위험 행동을 줄이고 바람직한 운동과 휴식을 반복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턱관절장애 치료 옵션이 대면 치료 중심에서 하이브리드 모델로 이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관점에서 턱관절장애는 성인의 약 15퍼센트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규모 만성 질환군이다. 기존 치료는 약물과 물리치료, 교합장치 제작 등 의료기관 중심 구조에 머물러 왔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한국에서 앱 기반 디지털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자리잡을 경우, 방문 횟수와 직접 진료 시간이 줄어들면서도 장기 추적과 행동 교정 효과는 유지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과 환자 모두에 효율 개선 여지가 열려 있다. 특히 치과 및 구강악안면 영역 디지털 치료제는 아직 글로벌 상용 제품이 제한적인 만큼, 조기 임상 근거 확보가 향후 해외 진출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서는 이미 만성 통증과 불안 장애, 수면장애 등을 대상으로 한 앱·소프트웨어 기반 치료제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턱관절장애처럼 치과·구강 분야에 특화된 디지털 치료제 임상 근거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다기관, 무작위, 위약 대조 설계를 적용해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해외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근거 수준에 근접한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 기업이 구강악안면 질환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선도적인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면, 미국과 유럽 시장 진입 시 차별화 포인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규제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진행됐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자 디지털 치료제 특성상, 기존 의료기기와는 다른 임상 설계와 효능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 턱관절장애 앱 치료제의 효능을 통증, 기능, 행동지표까지 포함해 다각도로 검증한 이번 결과는 향후 국내 디지털 치료제 인허가 기준과 가이드라인 정교화에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동시에 개인정보와 사용 데이터 보호, 앱 내 알고리즘 투명성 등 후속 규제 논의가 뒤따를 여지도 있다.

 

한림대학교 연구진은 이번 단기 임상을 시작점으로 장기 추적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치료 알고리즘을 도입해, 환자별 증상 패턴과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별로 최적화된 운동과 교육, 알림 시점을 제안하는 고도화 작업을 예고했다. 구강악안면 질환 전반을 대상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연구도 추진해, 치과 영역 디지털 치료의 임상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쌓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치과·구강 분야에서 검증된 디지털 치료 사례가 등장함에 따라, 치과 영상 분석 인공지능과 진단 지원 소프트웨어에 이어 치료·행동 교정 영역으로 사업 모델이 넓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 적용 범위와 수가 체계, 의료 현장 도입 속도에 따라 상용화 궤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산업계는 턱관절장애 앱 치료가 실제 진료 현장과 환자 생활 속에 안착해 새로운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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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비욘드메디슨#클릭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