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유전체 기반 CDSS 고도화…인드림헬스케어, 팁스 선정으로 정밀의료 가속
약물유전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정밀의료 기술이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복잡해진 약물 처방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인드림헬스케어가 정부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에 선정되면서 유전자 기반 임상결정지원시스템 CDSS 고도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과제가 데이터 기반 정밀 처방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인드림헬스케어는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에 최종 선정됐다고 3일 밝혔다. 팁스는 민간 투자사가 선별한 유망 스타트업에 대해 정부가 연구개발 자금 등을 매칭 지원하는 기술 창업 육성 프로그램으로, 인드림헬스케어는 팁스 운영사 리벤처스의 추천을 통해 선정됐다. 회사는 이번 과제를 통해 다제약물 관리 솔루션에서 한 단계 나아가 약물유전체 PGx 기반 실시간 정밀의료 CDSS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핵심은 환자의 유전 정보와 실제 처방 데이터를 결합해 약물 효과와 부작용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것이다. 약물유전체학 PGx는 개인별 유전자 변이에 따라 약물 대사 속도와 반응이 달라지는 원리를 활용해 최적 용량과 약물 조합을 찾는 기술이다. 인드림헬스케어는 이 PGx 정보를 실시간 임상 의사결정에 녹여 기존 처방 시스템보다 한층 정밀한 위험 예측 기능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한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처방 의사가 환자의 유전적 특성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회사는 국내 65세 이상 환자의 46퍼센트가 5종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상황에서 다제약물로 인한 부작용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치료제는 장기 복용이 많아 세부적인 약물 상호작용과 대사 차이를 정교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인드림헬스케어는 팁스 과제를 통해 세 가지 축의 기술을 고도화한다. 먼저 파마코 아틀라스는 다양한 기관과 검사 회사에서 산출되는 PGx 검사 결과를 표준화해 구조화된 데이터 자산으로 구축하는 기술이다. 검사 패널 구성과 리포트 형식이 제각각인 데이터를 공통 기준에 맞춰 정제함으로써, 향후 CDSS가 약물별 유전자 변이와 임상 근거를 일관된 방식으로 검색하고 해석할 수 있게 하는 기반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축인 시냅스Rx는 개인 유전정보와 전자의무기록 등 임상 데이터를 융합해 실시간으로 약물 관련 위험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엔진이다. 유전자 변이 패턴과 현재 복용 중인 약물 목록, 기저질환, 검사 수치 등의 정보를 동시에 분석해 부작용 가능성과 효과 저하 위험을 점수화하고, 대체 약물이나 용량 조정 옵션을 제시하는 구성을 지향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기존 규칙 기반 알림 시스템보다 정밀한 맞춤형 경고 체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 프리시전 네비게이터는 의사와 환자에게 분석 결과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유전자 변이명과 약물 대사 경로 같은 전문 정보를 그대로 노출하는 대신, 처방 현장에서 바로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위험 신호와 권장 조치 사항을 시각화해 제공하는 설계가 핵심이다. 인드림헬스케어는 실제 진료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의사가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 필요한 정보를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이 같은 PGx 기반 CDSS는 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다제약물 관리와 만성질환 관리에 우선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와파린 등 항응고제나 특정 항암제처럼 치료 효과와 부작용이 유전적 차이에 크게 좌우되는 약물의 경우, 사전 PGx 검사 결과와 시냅스Rx 분석을 결합해 보다 보수적이면서도 개인화된 용량 조정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장기요양시설이나 지역 기반 통합돌봄 시스템에서의 약력 관리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유전체 기반 정밀의료와 약물유전체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병원 약제부와 연계된 PGx 컨설팅 서비스, 상용 CDSS에 PGx 모듈을 탑재한 솔루션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병원 간 데이터 연계 미흡, 검사 표준 부재, 수가 체계 부족 등으로 상용화 속도가 더딘 편이다. 인드림헬스케어가 파마코 아틀라스와 같은 표준화 인프라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이러한 국내 환경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밀의료 CDSS 상용화에는 규제와 제도 측면의 과제도 남는다. 유전정보가 고위험 민감정보로 분류되는 만큼, PGx 데이터의 수집과 2차 활용 과정에서 엄격한 비식별화와 동의 절차가 요구된다. 또한 약물 처방 지원 알고리즘의 근거 수준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면,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로서의 인허가 기준과 실제 임상에서의 사용 가이드를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식품의약품 관련 규정과 디지털 헬스케어 가이드라인 정비 속도가 기술 보급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강병주 인드림헬스케어 대표는 전문의로서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처방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평균적인 환자를 가정한 전통적 처방 시스템에서 벗어나, 환자 개개인의 유전자 특성까지 고려한 실시간 정밀의료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과 민간 투자, 정부 R D 지원이 결합된 팁스 구조가 고위험 연구개발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에 따라, 국내 정밀의료 CDSS 생태계의 성장 궤적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인드림헬스케어의 팁스 선정이 유전체 기반 정밀의료를 실사용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수요가 집중되는 다제약물 관리 영역에서 PGx와 AI를 결합한 처방 지원 모델이 설득력을 입증할 경우, 보험 제도와 병원 시스템 구조가 뒤따라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술과 데이터, 규제와 임상 현장의 조정 속도가 향후 정밀의료 산업의 새로운 성장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