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화천기공 10% 급등”…피지컬AI 로봇주 부각에 저PBR 재평가 기대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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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기공 주가가 피지컬 AI 로봇주로 재부각되며 단기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일본 화낙과 엔비디아의 전략적 협력이 공개된 이후 화천기공이 글로벌 로봇·스마트팩토리 밸류체인 수혜주로 거론되면서, 저평가 소형주에 대한 가치 재평가 기대도 커지는 상황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영권 분쟁 등 이벤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AI 기반 제조 자동화 확산이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이어질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4일 오후 장중 기준 화천기공 주가는 37,55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9.80% 상승 중이다. 장중 한때 42,250원까지 치솟으며 직전 매물대를 소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지난 6개월간 이어진 하락 박스권을 벗어나 추세 전환을 시도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다.

[분석] 화낙·엔비디아 동맹 호재에… 화천기공 피지컬AI 로봇주 모멘텀 재부각
[분석] 화낙·엔비디아 동맹 호재에… 화천기공 피지컬AI 로봇주 모멘텀 재부각

최근 한 달간 화천기공 주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냈다. 11월 하순 에프앤가이드 관련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부각되며 상한가를 기록한 뒤 급격한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 5일 이동평균선이 20일선을 상향 돌파하며 기술적 반등세가 강화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38,000원 안착 여부가 추세 지속의 분수령으로 거론된다.

 

주가 상승 모멘텀의 핵심에는 일본 화낙과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동맹이 자리한다.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 분야 강자인 화낙이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을 제조 로봇에 접목해 피지컬 AI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1978년 화낙과 합작사 한국화낙을 설립해 운영해 온 화천기공이 국내 대표 파트너로 재조명됐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팩토리 고도화, AI 로봇 확산 과정에서 화천기공의 CNC 기술과 로봇 솔루션이 구조적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는 단기 차익 실현과 테마 수급이 맞부딪히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12월 2일 약 1만 3천 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선 반면, 외국인은 12월 3일 매수 우위를 보이며 수급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구간마다 주가 탄력이 커지는 양상이 관찰되고 있으며, 거래량이 전일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해 단기 손바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화천기공은 동종 업계 대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1,155위 수준의 소형주로, 상장주식수가 220만 주에 그쳐 유동성이 적은 품절주 성격을 가진다. 그동안 두산에너빌리티, 현대로템,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로봇·방산·에너지 대표주들이 미래 성장성에 높은 프리미엄을 받아온 것과 달리, 화천기공은 PBR 0.2배 안팎의 저평가 상태에 머물렀다.

 

재무구조를 보면 저평가 논리에 힘이 실린다. 화천기공의 PBR은 0.17배 수준으로 업종 평균을 크게 하회하고, 부채비율은 27.14%에 불과해 재무 건전성이 높다. 당좌비율도 210.44%에 달해 단기 유동성 부담이 적은 편이다. 다만 2024년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공작기계 업황 부진이 할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최근 분기 실적에서 턴어라운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수익성 개선 기대를 키우는 요소로 거론된다.

 

글로벌 로봇 산업 지형 변화도 화천기공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낙이 엔비디아 AI 기술을 제조 로봇에 본격 적용하는 전략을 밝히면서, 로봇용 소재·부품 사업을 영위해 온 화천기공의 역할론이 부각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제조업 전반에 AI가 접목되는 새로운 산업 사이클이 열릴 경우, 화천기공이 보유한 CNC 및 자동화 솔루션이 피지컬 AI 수혜 포지션을 선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된다.

 

내부 지배구조 이슈는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로 남아 있다. 계열사 에프앤가이드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화천기계 지분 매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베팅하는 투기성 수요가 유입됐다. 기업 본질가치와는 무관한 이벤트성 재료가 단기 급등락을 유발해 투자자에게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안기는 구조다.

 

테마 성격도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 화천기공은 공작기계 수혜주이자 남북경협, 정치 인맥주로 분류되며 펀더멘털과 무관한 등락을 반복했다. 반면 최근 상승은 화낙·엔비디아 연합을 고리로 한 로봇·AI 자동화 테마와 맞물려 글로벌 기술 트렌드와의 연동성이 강화된 점이 특징으로 지적된다. 시장에서는 피지컬 AI 동맹이 구체화될수록 화천기공의 제조 데이터와 하드웨어 역량이 재평가받을 여지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 업종 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화천기공은 고성장 기대주라기보다는 자산 가치와 안정성을 중시하는 가치주에 가깝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고PER을 감수하고 성장성에 베팅하는 종목이라면, 화천기공은 현금흐름과 보유 자산이 탄탄한데도 PBR이 낮게 형성된 유형이다. 최근 주가 상승은 저PBR 해소 과정과 피지컬 AI 모멘텀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그간 소외됐던 밸류에이션 키 맞추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투자 전략과 관련해 단기 기술적 구간이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38,000원대를 종가 기준으로 지지할 경우 42,000원대 재돌파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대로 이벤트 소멸과 차익 실현으로 34,000원선을 하향 이탈할 경우 조정 폭이 깊어질 수 있어 손절 기준과 분할 매매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화천기공이 상장주식수가 적은 품절주 특성상 적은 거래량 변화에도 변동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치 테마나 경영권 분쟁과 같은 이벤트 리스크는 예측이 어렵고, 급격한 매물 출회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시장에서는 피지컬 AI라는 산업적 본질과 재무구조, 밸류에이션을 함께 점검하면서,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신호를 경계하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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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기공#화낙#엔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