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판 수율 혁신"...엔젯, AI 결함 식별 기술에 상한가 급등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핵심 소재로 꼽히는 유리기판 공정의 수율 문제를 해소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소식에 엔젯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12월 10일 수요일 장 마감 기준 엔젯은 전 거래일보다 29.89% 오른 7,04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 기대감에 기반한 중소형주 중심 매수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반도체 패키징 수혜주를 찾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리기판 상용화 과정에서 수율 개선 솔루션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는 한편,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
엔젯의 주가는 지난달 17일 6,110원 터치 이후 12월 초까지 4,000원대 후반에서 5,000원대 초반을 오가며 숨 고르기 흐름을 이어왔다. 그러나 10일 개장과 동시에 거래량이 전일 대비 급증하며 직전 고점 매물대를 단숨에 돌파했고, 장중 상한가인 7,040원에 안착했다. 8일 종가 4,990원 대비 불과 이틀 만에 40% 넘게 수직 상승하면서, 최근 10거래일 중 9일간의 지루한 등락을 한 번에 만회하는 강세를 연출했다. 단기 가격 조정 구간에서 머물던 주가가 5일선과 20일선 등 주요 이동평균선을 정배열로 전환하며 기술적 턴어라운드 신호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석] 유리기판 난제 AI로 푼다… 엔젯, 수율 혁신 기술로 '상한가' 문 닫았다](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0/1765348769437_784540217.jpg)
이번 급등의 핵심 동력은 유리기판 공정 기술 고도화와 AI 기반 결함 식별 솔루션 개발이다. 반도체 미세공정이 한계에 이르면서 패키징 단계에서 효율성과 집적도를 높이기 위한 유리기판 도입 논의가 빨라지는 가운데, 엔젯이 양산의 최대 난제로 꼽히던 수율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회사는 고해상도 카메라 영상 분석을 활용해 유리기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결함을 자동으로 식별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존 초정밀 토출 기술인 EHD를 결합해 결함을 정밀 리페어하는 공정 솔루션까지 제시하면서, 유리기판 공정 전반을 아우르는 업체로서 밸류체인 재평가가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상승장을 주도했다. 이날 매수 상위 증권사 창구에는 키움증권 53만 주, 대신증권 19만 주 등이 이름을 올리며 개인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는 뚜렷한 매집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으면서, 개인 중심의 손바뀜 장세가 전개됐다. 최근 외국인 보유율이 0%대에 머물며 수급 공백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날 약 157만 주의 대량 거래를 소화하며 기존 매물을 정리하고 상한가 잔량까지 쌓는 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유통 물량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종목 특성상 개별 호재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전형적인 중소형주 패턴이 확인됐다고 본다.
엔젯은 상장 주식수 1,065만 주, 시가총액 749억 원 수준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993위에 자리한 소형주다. 같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업종 내에서 덕산네오룩스, LX세미콘 등 조 단위 대형주들이 보합권에서 횡보하거나 약보합을 보이는 가운데, 엔젯은 몸집이 가벼운 만큼 수급 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주가 흐름을 보여줬다. 시장에서는 현재 주가에 업종 평균 대비 펀더멘털 기반 밸류에이션보다는 유리기판, AI 반도체 패키징 등 특정 테마에 대한 기대감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고 본다.
다만 재무 지표는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요인으로 꼽힌다. 2024년 12월 기준으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 지속이 전망된다.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은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어, 현재 주가는 실적 모멘텀보다는 향후 기술 상용화에 대한 선반영 성격이 짙다. 그럼에도 부채비율이 약 13% 수준으로 낮고 유보율이 700%대를 유지하는 등 재무 구조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단기적인 유동성 리스크보다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구간에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확정 실적 대비 구체적인 실적 전망치가 부족하고 적자 폭이 확대되는 흐름이 포착된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이번 상한가의 직접적인 촉매는 유리기판 결함 자동 식별용 AI 소프트웨어 개발 완료 사실이 알려진 점이다. 엔젯은 앞서 유리기판 양산 전문업체 제이더블유엠티와 후처리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로써 단순 장비 공급에 머물지 않고, 결함 검출과 리페어, 후처리까지 아우르는 공정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유리기판 도입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수율을 높여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솔루션은 고객사 입장에서 도입 우선순위가 높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엔젯은 최근 PCB 및 전자 스크랩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이엠알의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자원순환 사업은 기존 정밀 프린팅 장비 사업 대비 실적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역으로, 회사는 신규 사업이 중장기적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면서 전체 실적의 안정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도체 고집적화 흐름에 따라 미세 공정 리페어와 후처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AI 패키징과 고집적 기판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술이 결합될 경우 기업 가치 재평가 여지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마 관점에서 보면 엔젯은 단기간에 AI 반도체 패키징과 유리기판 섹터의 대표 수혜주로 부상했다. 반도체 미세화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패키징 기술 경쟁력이 성능 개선의 핵심 변수로 부각되는 가운데, 유리기판은 기존 실리콘 기판을 대체할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엔젯의 이번 AI 기반 결함 식별 기술과 EHD 정밀 리페어 솔루션이 실제 생산 현장의 수율 문제라는 구체적 페인 포인트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단기성 이슈가 아닌 지속 가능한 재료가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동종 업계 내 위치를 감안하면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 덕산네오룩스, 이녹스첨단소재 등 경쟁사들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실적 기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는 것과 달리, 엔젯은 적자 구간에 있는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수시로 불거질 수 있다. 유리기판이라는 신성장 동력 확보가 프리미엄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되는 속도에 따라 주가 재평가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이날 상한가 잔량이 두텁게 쌓인 만큼 상승세 연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익일 시초가가 7,000원 선을 지지할 경우 전고점 돌파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급등 이후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질 경우 5,500원 선까지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동시에 고려하는 분위기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번에 개발된 AI 소프트웨어와 후처리 기술이 실제 수주와 매출로 언제, 어떤 규모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수주 공시 부재나 상용화 지연 소식이 전해질 경우 단기 기대감이 꺾이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젯이 시가총액 1,000억 원 미만의 소형주라는 점을 감안해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대금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고, 2024년 실적 악화가 유력시되는 만큼 기술 기대감과 테마 수급에 의존하는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시장에서는 유리기판 양산 수율 개선과 AI 패키징 솔루션 상용화 속도, 신규 리사이클링 사업의 매출 기여도 등을 향후 주가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당국과 업계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 경쟁의 향배가 수출과 고용, 설비투자 흐름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