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간암 신약 데이터 재확인에 4만 원대 반등…HLB, 임상 성과에 자본 유치까지 모멘텀 확대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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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간암 신약 임상 데이터 신뢰도 상향과 글로벌 자본 유치가 겹치며 주가의 중장기 모멘텀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2월 1일 간암 1차 치료제 글로벌 3상 결과가 최고 권위 학술지에 재게재되고, 2,000억 원대 투자금이 유입된 영향이 겹치면서 바이오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다만 계열사 규제 리스크와 적자 구조가 이어지면서 박스권 등락이 지속되는 구도다. 전문가들은 신약 가치 재평가와 재무·규제 리스크 해소 속도가 향후 주가 흐름을 좌우할 변수라고 보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2월 1일 장중 기준 HLB 주가는 4만8,950원으로 전일 대비 4.37% 상승했다. 시가는 4만7,350원, 고가는 4만9,500원, 저가는 4만7,350원으로 일중 변동폭은 약 4% 수준이다. 거래량은 약 38만주로 최근 한 달 평균 약 79만주보다는 적지만, 6개월 평균 약 61만주를 웃돌며 장중에도 꾸준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HLB[02830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HLB[028300] 최근 3개월 주가변동 추이 / 네이버증권

최근 한 달간 주가 동향을 보면 11월 초 4만7,150원대에서 출발해 12월 1일 기준 약 3.8% 상승했다. 이 기간 종가 기준 고점은 11월 5일 5만4,400원, 저점은 11월 24일 4만4,150원으로, 약 23% 폭의 넓은 박스권을 오갔다. 6개월로 범위를 넓히면 5월 말 5만4,600원에서 10월 10일 3만7,000원까지 조정을 거친 뒤 최근 반등하며 6개월 누적 기준 10%대 초반 하락 폭을 일부 만회하는 모습이다.

 

기술적 흐름은 단기 반등세를 지지하고 있다. 12월 1일 기준 5일선은 약 4만6,910원, 20일선은 약 4만8,395원, 60일선은 약 4만3,405원으로, 주가는 세 개의 이동평균선을 모두 상향 돌파한 상태다. 한 달 평균 일중 변동폭이 약 5% 내외, 최대 11%를 넘나드는 등 변동성은 여전히 상당하다. 시장에서는 4만4,000원대 구간을 단기 지지 영역, 5만4,000원 부근을 단기 저항대로 인식하며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는 흐름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주가를 움직인 핵심 재료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 글로벌 3상 CARES-310 최종 분석 결과의 란셋 종양학 게재로 임상 데이터 신뢰도가 높아졌다. 둘째, 영국계 자산운용사 LMR 파트너스로부터 2,069억 원 규모 투자금이 전액 납입되며 재무 체력이 보강됐다. 셋째, HLB와 HLB사이언스 합병으로 R&D와 지배구조 통합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넷째, HLB생명과학 제조업무 정지 등 규제 리스크도 병존하며 단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임상 데이터와 글로벌 자본 유치, 그룹 재편을 중장기 호재로 보면서도 규제 이슈와 높은 재무 부담이 주가 상단을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11월 21일부터 28일까지 공개된 수급을 보면 외국인은 11월 24일과 28일 대량 매도를 포함해 약 17만주를 순매도했다. 단기 차익 실현 성격이 강한 매물이라는 평가다. 같은 기간 기관은 약 16만주 이상 순매수했고, 특히 11월 28일 하루에만 14만주 이상을 사들이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이 기간 주가는 4만4,000원대 중반에서 4만8,000원대까지 박스권 반등을 반복했고, 외국인 매도 시 조정이 심화되고 기관 매수 확대 시 단기 반등이 강화되는 전형적인 바이오 테마 수급 패턴이 재확인됐다.

 

동일 업종 내에서 HLB는 파마리서치, 클래시스, 엘앤씨바이오, 로킷헬스케어 등과 함께 제약·바이오 테마로 분류된다. 단기 등락률 기준으로는 HLB와 클래시스, 엘앤씨바이오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파마리서치와 로킷헬스케어는 조정을 받는 흐름이다. 시가총액은 약 6조4,000억 원대로 비교군 중 가장 크며, 코스닥 전체 기준 9위에 올라 중대형 바이오주로 분류된다. 상장주식수는 약 1억3,183만주로 유통 물량이 적지 않은 만큼 수급 변화에 따라 주가 탄력이 커질 수 있는 구조다.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실적과 밸류에이션 지표를 보면 명확한 강·약점이 드러난다. 동종업체 상당수가 매출과 영업이익 흑자를 기반으로 ROE 20~30%대를 기록하는 반면 HLB는 최근 분기 기준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이어지며 ROE가 -48% 안팎에 머물러 수익성 약점이 부각된다. PER은 적자 상태라 의미 있는 수치를 산출하기 어렵고, PBR은 약 5배로 파마리서치, 클래시스, 로킷헬스케어보다는 낮고, PBR 0배에 가까운 엘앤씨바이오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신약과 파이프라인 가치가 실적을 앞서 선반영된 전형적인 개발 단계 바이오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간 재무지표를 보면 매출은 2022년 1,797억 원에서 2023년 429억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가 2024년 681억 원 수준으로 일부 회복하는 등 변동성이 크다. 영업이익은 최근 3개 년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100%를 크게 하회하는 구간이 이어지고 있다. 순이익 역시 2023년 -2,000억 원대 적자 이후 2024년에도 마이너스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분기 일회성 이익으로 소폭 흑자를 내기도 했지만 지속 가능한 이익 체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ROE는 연간 기준 -10~-30%대, 최근 분기 기준으로는 -30~-40%대를 기록하며 자기자본 대비 이익 창출력이 부진한 상황이다. 반면 부채비율은 30~50%대 수준으로 제약·바이오 업종 평균과 비교할 때 과도하게 높지는 않다. 다만 당좌비율이 2022년 160%대에서 최근 50~70%대로 하락하며 유동성 여력이 줄어드는 추세여서, 신약 상업화 이전까지는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배당은 미미한 수준이고, 시장 컨센서스와 목표주가 정보도 제한적이어서 전통적인 밸류에이션보다는 파이프라인 가치와 개별 이벤트에 따른 프리미엄 변동이 더 크게 작용하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주가 변동의 중심에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글로벌 3상 CARES-310 최종 분석 결과가 있다. 이 요법은 절제 불가능한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2023년 주요 결과가 이미 국제 학술지 란셋에 실렸다. 이번에 종양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인 란셋 종양학에 사후 탐색 분석을 포함한 전체 데이터가 다시 게재되면서 전체 생존기간과 무진행생존기간 개선 효과가 재확인됐고, 기존 표준요법 대비 경쟁력에 대한 시장 신뢰도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 데이터가 향후 미국 식품의약국 재신청, 유럽 및 국제 가이드라인 편입,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협상 등에서 핵심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무·자본 측면에서는 LMR 파트너스로부터 2,069억 원 규모 투자금 납입 완료가 그룹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진다. HLB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자본 유치로, 리보세라닙과 담관암 치료제 등 핵심 파이프라인의 FDA 허가 준비 및 상업화, 미국 자회사 엘레바의 후속 개발 자금에 투입될 예정이다. 신약 개발 장기화와 반복적인 유상증자 우려가 컸던 상황에서 단기 유동성 불안은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평가가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이자비용 부담과 상업화 이전 추가 자금 수요 가능성을 감안하면 재무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지배구조와 R&D 효율화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HLB와 HLB사이언스 합병안이 최종 승인되면서 내년 초 통합 HLB 출범이 예정돼 있다. 합병 비율은 HLB사이언스 1주당 HLB 0.0446318주로, 신주 발행 규모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0.6% 수준에 그친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가치 희석 우려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합병으로 항암제 임상·허가 경험을 보유한 HLB와 패혈증, 대사질환, 면역질환 등 펩타이드 신약 후보를 가진 HLB사이언스의 파이프라인이 한데 묶이면서 연구 인력과 예산, 의사결정 구조 통합을 통한 R&D 효율 제고가 기대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리보세라닙 이후 후속 파이프라인을 연속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내놓겠다는 HLB 2.0 전략의 실행 기반으로 해석하고 있다.

 

계열사 성과도 그룹 가치 재평가 기대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힌다. HLB제약은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하는 등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퍼스트 제네릭을 포함한 5개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생물학적 동등성 확보로 제품 라인업 확장 기반을 마련했다. HLB셀은 수술용 지혈제 블리픽스 K-GMP 인증을 획득하며 의료기기 사업 상업화를 본격화하고 있고, HLB펩은 바소프레신 원료의약품 국내 첫 DMF 등록을 완료하며 원료의약품 공급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HLB에프앤비는 펫 프렌들리 호텔 리브랜딩 등 비신약 부문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그룹 전체를 신약 이벤트 단일 스토리에서 바이오 플랫폼·지주사 스토리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반면 규제 리스크와 재무 구조 부담은 단기적으로 주가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11월 말 HLB생명과학이 주사기 품목에 대해 한 달간 제조업무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그룹 차원 품질·규제 관리 능력에 대한 우려가 재부각됐다. 해당 품목이 HLB생명과학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향후 추가 점검 결과에 따라 제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일부 계열사에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웃도는 구조, 그룹 평균 20%대 후반 수준의 부채 의존도 등을 감안해 LMR 투자금 유입에도 재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테마 측면에서 HLB는 국내 증시에서 간암 신약·항암제 개발 관련주의 대표주로 꼽히며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글로벌 신약개발 테마 핵심 종목으로 분류된다. 동시에 제네릭 의약품, 체외진단 의료기기·주사기, 원료의약품, 반려동물 특화 호텔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바이오·헬스케어 지주사 성격도 강화되는 추세다. 다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셀트리온 등 시장 대표주와 달리 지수를 이끄는 대형주는 아니며, 간암 신약 테마 내에서만 대장주급 프리미엄을 부여받는 구조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HLB의 강점으로 글로벌 3상 임상 데이터가 최고 권위 학술지에서 재차 검증된 점, 그룹 차원의 R&D·지배구조 통합과 흑자 계열사 확대를 통한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꼽는다. 반대로 수익성이 낮고 규제·재무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구조는 향후 임상·허가·상업화 진척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재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벤트 민감도가 높은 종목이라는 점에서 투자 전략 수립 시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주가 전망과 관련해 단기 1개월 구간에서는 뉴스와 수급 변화에 따라 4만4,000~5만4,000원 사이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4만5,000원 안팎 지지선이 이탈할 경우 4만2,000원대까지 추가 조정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반대로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4만7,000~4만8,000원대 매물대를 지지하며 기관·외국인 동반 순매수가 유입될 경우 5만3,000~5만4,000원대 11월 고점 재시험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기 6개월 관점에서는 FDA 재신청 경과, 추가 자금 조달 이슈, 계열사 규제 리스크 관리 수준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박스권 상단과 하단을 오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투자자에게 단기 테마 변동성과 추가 자금 조달·희석 가능성, 계열사 규제·품질 관리 리스크, 글로벌 임상·허가 일정 지연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을 조언한다. 특히 개발 단계 바이오주는 단일 이벤트에 따라 주가가 과민하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는 만큼 레버리지 활용이나 단기 추격 매수 전략에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는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허가 여부와 상업화 속도, 그룹 차원의 수익 구조 개선 여부가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로 지목되며, 향후 정책 결정과 시장 평가도 이 지표 흐름에 좌우될 전망이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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