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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 4인협동 공포게임 돌풍…크래프톤, 스팀서 밀리언셀러 잇따라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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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공포 연출을 앞세운 4인 협동 게임이 글로벌 PC 게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 렐루게임즈의 미메시스가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대규모 개발 조직 위주의 기존 게임 개발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예고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플레이 패턴 변화와 인플루언서 기반 확산 전략이 결합되며, 이른 시점부터 수익성과 팬덤을 확보한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4인 협동 공포 게임 미메시스가 앞서 해보기 서비스 시작 50일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다고 18일 밝혔다. PC 플랫폼 스팀 기준으로 크래프톤이 올해 선보인 신작 가운데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 이어 두 번째로 100만장 고지를 밟은 타이틀이다. 얼리 액세스, 즉 정식 출시 전 단계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두며 상용화 가능성과 장기 라이브 서비스 기반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메시스의 특징은 인공지능 기반 공포 연출과 4인 협동 구조다. 플레이어 네 명이 함께 이동수단인 트램과 장비를 운용하며 목표를 수행하는 동안, 게임 내 AI 미메시스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행동 패턴을 보이며 위협을 가하는 구조다. 개발진은 이번 업데이트에서 이 AI의 행동 패턴을 더욱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고도화해, 플레이마다 다른 공포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같은 맵이라도 AI의 이동, 추적 타이밍, 공격 방식이 달라져 반복 플레이에서 오는 피로도를 줄이고, 공포감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구조는 전통적인 스크립트 기반 공포 게임과 비교할 때 차별점을 형성한다. 정해진 연출을 순서대로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AI가 플레이 상황을 판단해 실시간으로 패턴을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포 연출의 재현성이 낮고, 난이도와 긴장감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스팀 이용자 평가에서 최근 30일 기준 91퍼센트가 긍정적 평가를 남기며 매우 긍정적 등급을 유지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설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장 반응도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미메시스는 얼리 액세스 단계임에도 일본 스팀 최고 인기 게임 순위 1위를 기록했고, 글로벌 각 지역에서도 상위권에 안착했다. 특히 전 세계 인플루언서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플레이 영상이 확산되면서, 유튜브 게임 카테고리 시청자 수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공포 상황에서의 반응, 협동 중의 소통 장면 등이 영상 콘텐츠로서 높은 호응을 얻으며, 마케팅 비용을 크게 투입하지 않고도 자연스러운 유입을 이끌어낸 구조다.  

 

개발 과정의 효율성도 눈에 띈다. 미메시스는 지난해 10월 네 명의 개발자가 제작한 프로토타입에서 출발해 약 1년 만에 얼리 액세스 버전을 선보였다. 평균 20여 명 수준의 소수 정예 인력으로 기획, 개발, 테스트를 진행해 단기간에 밀리언셀러를 배출한 셈이다. 대규모 인력과 장기 개발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PC·콘솔 게임 시장에서, 소규모 스튜디오와 대형 퍼블리셔의 결합 모델이 성과를 입증한 사례로 해석된다.  

 

렐루게임즈는 18일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 내 성장 요소와 소셜 기능을 동시에 강화한다. 이용자는 정비소에서 트램을 업그레이드해 스크랩 보관 효율을 높이는 등 자원 관리 효율을 개선할 수 있고, 미러볼 설치 기능을 활용해 친구들과 일명 디스코 파티를 즐기는 등 비전투 상황에서의 상호작용도 확대된다. 신규 이모트 4종 추가는 협동 플레이에서 의사소통과 감정 표현을 돕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할인과 현지화를 결합한 확장 전략이 진행 중이다. 렐루게임즈는 이번 업데이트에 맞춰 스팀에서 미메시스를 2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한다. 동시에 최근 터키어와 폴란드어 지원을 추가해 신흥 PC 게임 시장을 공략하고, 커뮤니티 요청이 많은 언어들을 순차적으로 검토해 글로벌 서비스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다국어 지원은 텍스트 기반 UI뿐 아니라 음성, 자막 품질까지 영향을 미쳐, 플레이어 유지율과 커뮤니티 확산에 직결되는 요소로 여겨진다.  

 

국내외 시장 경쟁 구도에서 보면 미메시스는 협동 공포 장르의 글로벌 흥행 흐름을 국내 기술과 IP로 이어간 사례에 가깝다. 해외에서는 AI 기반 공포 연출, 실시간 협동 플레이를 앞세운 타이틀이 이미 스트리밍 플랫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미메시스는 이러한 트렌드에 맞추어 공포 연출을 담당하는 AI를 게임 핵심 요소로 전면에 내세우고, 업데이트를 통해 행동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방향을 택했다.  

 

게임 내 인공지능의 역할이 커질수록, 개인정보 활용이나 폭력성 등과 관련한 규제·윤리 이슈도 향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이용자 행동 패턴 분석과 공포 연출 최적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의료 AI나 자율주행처럼 직접적인 생명·안전에 영향을 주는 IT·바이오 분야보다는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덜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의 AI 관련 규범 논의처럼, 콘텐츠 분야 인공지능도 향후 설명 가능성, 편향성 논의에 포함될 여지는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미메시스가 보여준 빠른 밀리언셀러 달성과 AI 기반 플레이 경험이, 향후 국내 게임사의 개발 전략에 참고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수 인력 체제로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된 만큼, 퍼블리셔와 인디·스몰 스튜디오 간 협업 모델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계는 크래프톤과 렐루게임즈가 미메시스를 장기 서비스형 라이브 게임으로 안착시키며,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 확인된 성과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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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렐루게임즈#미메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