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7대 급락…JP모간 매도 공세에 개인만 매수 나섰다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16일 장중 7 를 넘게 내리며 16만 원대 중반으로 밀렸다. 헝가리 공장 준공이라는 중장기 호재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수요 정체 우려와 2024년 실적 부진 전망이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계 대량 매도 물량을 개인이 떠안는 손바뀜 양상이 이어지며 향후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이날 시가 17만8,900원에 출발한 뒤 장 시작 직후부터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약세를 이어갔다. 낮 12시 50분 기준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57 떨어진 16만6,100원에 거래됐다. 지난 9일 장중 고점 18만2,100원과 비교하면 불과 일주일 만에 급격한 조정을 받은 셈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가 0.16 상승하며 강보합권을 유지한 것과 달리, 시가총액 2위인 에코프로비엠의 급락은 코스닥 주도주의 위상 약화를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코프로비엠[24754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6/1765857394013_110870031.jpg)
투자 지형을 흔든 요인은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준공 호재와 전기차 캐즘 공포의 충돌이다. 에코프로비엠은 헝가리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하며 유럽 고객사 대응력과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재고 조정이 길어지자, 당장의 수요 부진과 양극재 출하 지연 부담에 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부문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면서 헝가리 공장 모멘텀을 덮어버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급 측면에선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대량 매도가 눈에 띈다. 이날 매도 상위 창구에는 JP모간이 4만9,592주를 내놓으며 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기관 자금이 집결된 대표적인 외국계 창구에서 매도 공세가 강해지자 시장에서는 이른바 스마트 머니의 이탈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반대로 매수 상위 창구 1위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으로, 9만3,133주를 사들이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내는 전형적인 하락장 패턴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1개월 동안 외국인 보유율이 12대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이런 형태의 메이저 창구 매도는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외국계 매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개인 비중만 높아지면 조정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며 단기 수급 구조가 다소 취약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의 약세도 부담 요인이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대형 배터리주는 물론, 양극재 업체인 엘앤에프도 7.93 급락하는 등 관련 종목이 동반 부진을 겪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코스닥 시가총액 2위로 시장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지만, 여전히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밸류에이션 부담이 경쟁사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실적 가시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주 프리미엄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적 전망은 올해가 뚜렷한 보릿고개 구간임을 보여준다. 시장 컨센서스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2024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약 60 줄어든 2조7,668억 원, 영업이익은 341억 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수준을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2025년에는 매출 2조6,332억 원, 영업이익 1,225억 원으로 흑자 전환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주가는 2024년 실적 절벽과 2025년 이후 턴어라운드 기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코스피 이전 상장 여부도 향후 주가 흐름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다른 코스닥 바이오 기업인 알테오젠이 코스피 이전을 확정하면서 에코프로비엠의 이전 상장 재추진 가능성에 대한 시장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이전 상장이 구체화될 경우 코스피200 편입 기대와 함께 패시브 자금 유입에 따른 수급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이전과 지수 편입은 중장기적으로 주가 재평가를 유도할 수 있는 재료라면서도, 시점과 구체적 일정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헝가리 공장의 본격 양산 시점 역시 핵심 변수다. 회사는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이 2026년부터 본격 양산 체제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 물류비 절감과 공급망 안정화, 현지 완성차 업체와의 거래 확대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공장 준공 소식과 실제 실적 반영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중간 구간에서의 수요 회복 속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 전략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하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7만 원선이 어렵지 않게 붕괴된 만큼 추가 가격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16만 원 초반대에서 주가가 지지를 받는지 여부가 중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거래량이 줄어들며 손바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신호가 확인돼야 저점 매수 접근이 상대적으로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전기차 업황과 해외 증시 변동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 금리 정책과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변화는 국내 2차전지 대형주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경우 양극재 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 심리를 제약하는 모습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낙폭 과대에 따른 단기 기술적 반등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외국계 자금 이탈이 이어지는 구간에서 무리한 추격 매수는 피해야 한다는 경계론에 힘이 실린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의 중장기 성장 스토리에 대한 신뢰는 유지되지만, 단기 수급 불안이 해소되고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는 시점까지는 변동성 관리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향후 주가 흐름은 전기차 수요 회복 속도와 외국인 매매 패턴, 코스피 이전 상장 논의 진전 여부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