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택공급 본부 출범에 14% 급등” 일성건설, 용산 재건축 모멘텀까지 겹쳤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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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건설 주가가 정부의 주택 공급 전담 조직 출범과 서울 용산 이촌1구역 재건축 이슈가 겹치며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단기 조정 국면에서 대량 거래를 동반한 강한 반등이 나타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쏠리는 가운데, 실적 부진과 높은 부채비율이라는 펀더멘털 리스크도 동시에 부각되는 모습이다.

 

30일 오후 1시 8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일성건설은 전 거래일보다 14.55% 오른 2,275원에 거래됐다. 2024년 12월 중순 이후 차익 실현 매물에 밀려 조정을 받던 흐름이 정부 정책 모멘텀과 재건축 기대감에 힘입어 반전된 양상이다. 장 시작과 함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거래량은 직전 거래일의 14배를 웃도는 1,555만 주까지 폭증했다.

▲ 일성건설이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 용산 재건축 호재에 힘입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톱스타뉴스 )
▲ 일성건설이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과 용산 재건축 호재에 힘입어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톱스타뉴스 )

기술적 흐름을 보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일성건설은 2024년 12월 15일 장중 2,660원까지 치솟으며 단기 고점을 찍은 뒤 12월 29일 1,986원까지 약 25%가량 밀렸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2,000원 선을 되찾기 위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거래량이 급감한 지난주를 ‘매물 공백기’, 이날의 대량 거래를 ‘손바뀜과 2,000원 지지력 재확보 시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정책 이슈가 주가 반등의 직접적인 촉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2월 30일 자로 실장급 정규 조직인 주택공급추진본부를 공식 출범시켰다. 정부가 2026년부터 수도권 135만 호 주택 착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제도화한 셈으로, 공공 주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형 건설사에 대한 수혜 기대를 키우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택 공급 드라이브가 강화될수록 토목·주택 비중이 높은 업체의 실적 개선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재건축 훈풍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1구역 재건축 정비계획이 서울시에 제출되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정비사업 수혜주로 분류되는 일성건설에 매수 주문이 쏠린 것으로 관측된다. 수도권 핵심 입지 재건축은 분양가, 사업성 측면에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중소형 건설사 주가에 레버리지 효과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급 구조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12월 29일 기준 일성건설의 외국인 지분율은 64.8%로, 시가총액 1,229억 원 수준의 중소형 건설사로서는 이례적인 수치다. 같은 날 주가가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외국인은 16만 8,292주를 순매수했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개인과 달리 외국인이 물량을 꾸준히 늘리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해외 자금이 국내 중소형 건설 패권 재편이나 특정 프로젝트에 선제적으로 베팅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동종 업종과 비교하면 주가 상승 탄력은 더 뚜렷하다. 이날 현대건설은 0.57% 오른 수준, GS건설은 2.59% 상승에 그친 반면 일성건설은 10%를 훌쩍 넘는 급등세를 이어가며 대형 건설주와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7조 8,000억 원 규모의 현대건설에 비해 ‘몸집’이 훨씬 작은 일성건설은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대금으로도 큰 가격 변동이 나타나는 스몰캡 특유의 높은 베타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성건설의 2024년 매출액은 5,003억 원으로 전년보다 17.7% 줄었고, 영업이익은 436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24년 말 기준 454%까지 치솟았다. 재무 건전성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재 주가 기준 PBR은 2.97배로 업종 평균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현재 주가 수준이 실적보다는 미래 기대를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회사가 확보한 수주 잔고는 1조 6,000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LH 경산대임 아파트 공사(575억 원), 베트남 교량 공사 등 신규 프로젝트를 따내며 향후 매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수주가 실적과 현금흐름 개선으로 연결될 경우 중장기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는 기대와 “재무 구조 개선 없이 공격적 수주만 확대될 경우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계가 공존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변동성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과 용산 재건축 이슈는 강력한 재료인 것은 맞지만, 아직 2025년 실적 가시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단기 급등 구간에서는 외국인 수급 변화와 2,000원 가격대 지지 여부를 점검하면서 단계적 분할 접근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환경과 공급 확대 기조가 당분간 건설·재건축 관련주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은 향후 정부의 추가 공급 로드맵, 재건축 규제 개선 방향, 금리 수준 변화 등이 건설사 실적과 주가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제·부동산 정책과 수주 실적, 재무 지표 흐름이 맞물리며 일성건설 주가의 중장기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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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건설#주택공급추진본부#이촌1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