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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로 본 민심 변화”…구글, 대선과 민생·보안 이슈 부각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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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데이터가 국내 민심과 생활 변화를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로 자리 잡고 있다. 구글의 올해 검색어 집계에서 대통령 선거, 민생 지원 정책, 통신사 개인정보 유출, 플랫폼 서비스 개편 등 정치와 생활 밀착 이슈가 동시에 상위권을 차지했다. IT 플랫폼이 축적한 검색 로그가 사회·경제·정책 이슈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디지털 여론 지형 변화를 읽는 주요 지표로 보고 있다.

 

구글은 4일 2025년 올해의 검색어를 발표하고 국내 이용자 검색 트렌드를 공개했다. 올해 순위는 전년 대비 검색량 증가 폭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종합 랭킹 대신 뉴스, 인물, 뜻, 방법, 영화, 게임, 드라마와 시리즈, 여행지 등 17개 세부 부문으로 나눠 결과를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관심 분야별 세분화된 수요를 파악하고, 광고·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정교화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다.

뉴스 부문에서는 2025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1위를 차지했다. 사전투표가 8위에 오르며 선거 참여 방식에 대한 관심도 함께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인물 부문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1위를 기록했고, 김문수, 이준석, 한덕수 등 대선 출마 가능성이 주목된 정치인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정치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검색량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검색어는 사실상 비정형 여론조사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생 정책 관련 키워드도 검색 상위권을 이끌었다. 뉴스 부문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올랐고, 사용과 접수 절차를 찾는 이용자가 몰리면서 쿠폰 신청 방법이 방법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소득 수준에 따라 추가 지원이 이뤄지는 구조 탓에 차상위계층 확인 방법이 방법 부문 5위에 포함됐다. 복지·지원 정책이 발표되면 곧바로 검색량이 폭증하는 구조로, 정부 정책 홍보와 온라인 행정 서비스 설계에 검색 데이터 연동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반복적으로 불거진 통신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보안과 결제 차단 검색을 키웠다. 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사의 개인정보 문제 여파로 유심보호서비스가 뉴스 부문 10위에 올랐다. 유심 교체 방법, KT 소액 결제 차단 방법 등도 방법 부문에서 순위권을 기록했다. 통신사 단말기 식별 모듈과 결제 시스템을 겨냥한 악용 사례가 늘어나자, 이용자가 직접 설정을 검증하고 방어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선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용자 자가 보안 수요가 커질수록 통신사·단말 제조사 차원의 기본값 보안 강화와 UI 개선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인물 부문에서는 IT·푸드·플랫폼 분야 인사가 정치인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6위를 기록했다. 그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대한민국 경주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15년 만에 방한해 국내 빅테크 최고경영자들과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비공개 회동이 알려지며 AI 반도체와 모빌리티 협력을 둘러싼 관심이 커졌다. 검색 데이터에서도 국내 AI·GPU 인프라 투자 논의가 얼마나 빠르게 대중 의제화되는지 확인된 셈이다.

 

푸드·프랜차이즈 업계의 대표격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9위,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인 홍민택 CPO는 10위에 올랐다. 백 대표는 외식업 관련 예능 출연과 함께 가맹 본사 정책, 특정 온라인 콘텐츠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며 검색량이 늘었다. 홍 CPO는 카카오톡 전면 개편 책임자로 주목을 받았다. 친구 목록을 인스타그램 피드형 구조로 바꾸고, 오픈채팅에 숏폼 위주의 지금 탭을 도입하는 계획이 공개되자 이용자 불만이 집중됐고, 이후 카카오가 이달 중 첫 화면을 기존 전화번호부형 친구 목록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히면서 검색량이 다시 한 번 요동쳤다. 플랫폼 사용자 인터페이스 변경이 바로 검색과 여론에 반영되는 구조가 선명히 드러난 대목이다.

 

법률 용어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띄었다. 뜻 검색 부문에서는 파기환송이 1위, 파면이 2위를 기록했다. 대법원이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등 주요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관련 법률 개념을 직접 찾아보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파면 검색 증가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복잡한 법조 용어를 검색으로 해석해보려는 흐름이 강화되면서, 포털과 법률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평이한 설명과 판례 연동 기능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K콘텐츠 영향력은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다시 확인됐다. 영화, 케이팝 노래, 케이팝 댄스 부문 1위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차지했다. 드라마와 시리즈 부문에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폭싹 속았수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등이 상위에 올랐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동시에 공개되는 작품에 대한 관심이 온라인 검색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콘텐츠 산업에서는 검색 지표를 활용해 마케팅 집행 시점과 예고편 공개 일정, 파생 상품 출시 타이밍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흐름이 가속되고 있다.

 

패션 부문 1위는 영포티룩이었다. TV 예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콘텐츠에서 자주 언급되며 유행어처럼 소비된 결과가 검색 증가로 이어졌다. 패션·뷰티 산업에서는 검색어 급증을 계기로 상품명과 해시태그, 쇼핑몰 내 검색 키워드를 트렌드 용어에 맞춰 재정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검색과 커머스, 콘텐츠가 하나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올해의 검색어가 단순 화제 목록을 넘어, 정책 수립과 마케팅, 서비스 기획을 위한 정량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정치·법률·복지·보안·콘텐츠·패션 등 생활 전 영역에서 검색 기반 수요가 동시에 포착되면서,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과 영향력 논의도 거세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검색 데이터가 보여준 민심과 소비 행태 흐름이 향후 서비스 전략과 규제 논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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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올해의검색어#이재명대통령#케이팝데몬헌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