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 차 준우승”…이일희, 숍라이트 LPGA 클래식 선전→12년 만의 우승 아쉬움
차가운 새벽 공기와 짙은 안개가 감도는 그린 위, 12년의 갈증과 설렘이 교차했다. 챔피언 조의 마지막 퍼트가 남은 순간까지 베테랑 이일희의 숨가쁜 집중력은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 한 타 차로 트로피를 놓쳤지만, 두 번째 우승 문턱에 다시 선 그녀의 집념과 아쉬움은 그린 위에 남았다.
9일,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시뷰 베이 코스에서 치러진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숍라이트 LPGA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이일희는 버디 6개, 보기 3개로 3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199타를 기록하며 제니퍼 컵초(15언더파 198타)에 단 한 타 뒤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12년 전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 이후 다시 우승 기회를 잡은 이일희는 경기 초반 잇따른 보기가 아쉬웠다. 한때 10위권 밖으로 내려앉았으나, 9번 홀 버디를 시작으로 10, 11번 홀 연속 버디, 14번과 17번 홀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해 컵초를 바짝 따라붙었다. 마지막 18번 홀, 투온에 성공하며 이글 퍼트까지 시도했지만 깔끔한 버디로 마무리했다.
트로피는 컵초의 몫이었다. 컵초는 2022년 이후 2년 만에 통산 4승째를 챙기며 다시 정상에 섰다. 반면 이일희는 어깨 부상과 시드 미보유 등 오랜 슬럼프를 딛고 9년 만에 톱10에 복귀,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일희는 “오랜만에 우승을 앞둔 자리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며 “이 경험이 앞으로 더 나아갈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한국 선수 김세영은 6타를 줄이며 12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다. 특히 17번 홀에서는 56도 웨지로 자신의 통산 두 번째 홀인원을 성공시키며 이번 시즌 최고의 한 장면을 남겼다. 세계 1위 넬리 코르다는 공동 15위, 박성현은 공동 29위, 고진영은 공동 58위의 순위를 각각 기록했다.
LPGA 투어는 다음 주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으로 이어진다. 흐릿한 그린 위에 남은 발자국처럼, 이일희와 동료 선수들의 담담한 땀자국이 또 다른 응원을 부른다. 골프는 늘 기다림과 도전 속에 새로운 서사를 쌓아간다. 이번 숍라이트 LPGA 클래식의 기록은 6월 9일 새벽, 연합뉴스를 통해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