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대 IPO 규모”…SBI신세이은행, 도쿄 프라임 재상장에 금융 재편 기대
현지시각 기준 17일, 일본(Japan) 도쿄 증권가에서 SBI신세이은행이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 재상장하면서 올해 일본 증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기록했다. 이번 재상장은 과거 금융 위기 당시 파산과 국유화를 거친 은행이 완전자본 민영화에 성공해 시장에 복귀한 사례로, 일본(일본국) 금융 재편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7일 오전,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 SBI신세이은행의 공모가는 주당 1천450엔(약 1만3천800원)으로 책정됐다. 개장 직후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는 오전 9시 40분께 1천680엔(약 1만6천원)까지 올랐고, 이후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해 1천623엔(약 1만5천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4천533억엔(약 13조8천억원)에 달해 2024년 일본 증시에 상장한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 IPO로 집계됐다.

SBI신세이은행의 뿌리는 1990년대 일본 금융 위기 때 파산한 옛 일본장기신용은행에 있다. 일본장기신용은행은 장기 기업금융을 담당하던 핵심 기관이었지만, 자산 부실과 경기 침체 여파로 무너진 뒤 한동안 국유화 과정을 거쳤다. 이후 미국(USA)계 펀드에 매각돼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2000년 ‘신세이은행’으로 사명을 바꾼 뒤 소매 금융 확대로 체질 개선을 시도했다.
신세이은행은 이후에도 수익 구조 다변화와 리스크 축소를 추진했지만 저금리 환경과 경쟁 심화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1년에는 인터넷 금융·핀테크에 강점을 지닌 SBI홀딩스 산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사명을 ‘SBI신세이은행’으로 재변경했고, 디지털 금융과 지방 은행 네트워크를 결합한 새로운 성장 모델 구축을 모색해 왔다.
SBI신세이은행은 2023년 9월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바 있다. 일본 정부로부터 투입된 공적자금을 단계적으로 상환해 온 이 은행은 지난해 상장 폐지 이후에도 정리 절차를 진행해 올해 7월 공적자금 상환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번 재상장은 공적자금 회수 완료를 전제로 한 완전자본 민영화의 최종 단계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일본 금융당국이 추진해 온 금융 시스템 정상화와 부실 금융기관 정리 전략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SBI신세이은행이 SBI홀딩스가 추진 중인 ‘제4메가뱅크 구상’에서 핵심 기능을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4메가뱅크 구상은 기존 대형은행 그룹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전국급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지방 은행과의 제휴를 확대해 기업·소매 금융, 디지털 자산, 투자 서비스를 묶은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구상 속에서 SBI신세이은행은 예금·대출과 함께 리테일 금융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중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SBI홀딩스는 향후 SBI신세이은행 보유 지분 일부를 시장에 매각하더라도 연결 자회사 지위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지배 구조를 설계 중이다. 이는 자본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경영 통제력을 유지해 그룹 차원의 전략 실행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평가된다.
일본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SBI신세이은행이 일본 최대 온라인 증권사로 꼽히는 SBI증권과의 서비스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터넷 뱅킹, 모바일 트레이딩,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나의 디지털 채널에서 제공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전통적 예대마진 중심의 일본 은행주보다 높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예금·대출에 그치지 않고 증권, 자산관리, 핀테크를 결합한 ‘플랫폼형 은행’ 모델이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번 재상장은 일본 금융권 전체로도 상징성이 크다. 과거 부실의 대명사로 꼽히던 장기신용은행이 구조조정과 국유화, 사모펀드 매각, 그룹 편입 과정을 거쳐 공적자금을 상환하고 대형 IPO로 복귀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는 정부가 수십 년간 끌어온 금융 구조조정 과제를 하나씩 정리해가는 흐름과 맞물려, 시장중심 구조조정 모델의 성패에 대한 평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 투자은행과 해외 자산운용사들도 일본 증시 IPO 시장의 회복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초저금리와 엔화 약세 속에서 일본 금융주 전반이 재평가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대형 IPO 성공 여부가 향후 외국인 자금 유입과 추가 상장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SBI신세이은행의 주가 흐름과 실적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될 경우, 일본 금융 섹터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조정과 지방 은행 재편 가속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SBI신세이은행의 재상장이 단순한 한 기업의 복귀를 넘어 일본 금융 시스템 개편과 디지털 금융 확산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일본 안팎 금융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