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역할 확장으로 정책 영점 이동해야”…김민석 총리, 경제·외교 안정 주장
정치·경제의 긴장이 교차하는 국면에서 국무총리실과 기업계가 다시 맞닿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정 안정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가 중견기업을 축으로 한 정책 전환을 강조하며 경제·외교 성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 총리는 1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결국 중견기업 역할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의 문제로 정책의 영점 이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나라는 모든 부분에서 대기업 몇군데가 끌고 가는 단계가 아닌 생태계가 중요한 단계가 됐다"고 언급하며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중견기업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총리는 기업과 정부의 관계를 선진화의 핵심 지표로 규정했다. 그는 "선진화가 된다는 것의 가장 큰 척도는 기업과 정부의 관계"라며 "정부와 정치권 정당들, 국회에서 해야 하는 정책의 가장 중요한 영점 이동의 축 하나는 중견기업에 대한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중견기업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국회와 정치권의 논의가 재편돼야 한다는 취지다.
정국 현안에도 직접 언급했다. 김 총리는 "1년 전 다들 상상하지 못했던 그런 일들이 있지 않았나. 어느새 1년이 지났다"고 말하며 12·3 비상계엄 사태를 상기시켰다. 이어 "지금 국민이 생각하실 때나 해외에서 세계인이 볼 때도 대한민국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고비를 넘어갔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정 혼란과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온 정부가, 1년을 기점으로 ‘안정적 관리’ 이미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미 공조와 다자외교 일정을 들어 국정 안정성을 부각했다. 김 총리는 "외교관계에 있어 정상회담도 정리가 됐고, 한미협상의 틀도 정리됐고, 국민 여러분이 도와주셔서 APEC 정상회의도 잘 마쳤다"며 "일단 저희가 숨 쉬고 뛸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잇따른 정상외교와 경제협상의 틀을 일정 부분 마무리한 만큼, 국내 경제정책에 보다 집중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미 관세협상을 거론하며 기업계와의 공조를 강조했다. 김 총리는 "국가적으로 굉장히 큰 고비인 한미 관세협상의 파고를 넘기는 과정에서 기업인들과 대화·협력이 결정적이었다고 대통령께서 생각하시고 우리도 그리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문제를 둘러싼 대외 변수 속에서 정부 단독 대응이 아니라 기업과의 긴밀한 협의가 정책 성과의 핵심이었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총리의 발언을 두고 중견기업 지원 정책 확대와 함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안정을 강조하려는 메시지로 해석하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중견기업 역할을 공식 행사에서 전면에 언급한 만큼, 향후 국회와 정부 간 논의에서 조세·규제·인력 정책 등의 세부 의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국무총리실은 중견기업 정책 방향과 관련해 관계 부처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역시 예산·입법 심사 과정에서 중견기업 지원 체계와 대외경제정책의 연계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