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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전기차 생태계 실험장”…한국자동차연구원, 코나EV 실증→탈탄소 협력 가속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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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인도네시아 전기차 전환의 실증 무대를 자임하며 자카르타에서 코나EV 15대를 인도하고 복합충전소를 개통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에너지 전환 정책의 거점으로 조성 중인 한-인니전기차협력센터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전기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를 연계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의 가시적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 자원 협력을 바탕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재생에너지까지 아우르는 양국의 전략 산업 동반자 관계가 현장에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전기차 시장의 향배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던진다.  

 

한자연은 9일 자카르타 한-인니전기차협력센터에서 인도네시아 온실가스 감축 e-vehicle 시스템 구축 사업에 따라 전기차 인도 및 복합충전소 개통식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행사에는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과 박수덕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대리, 함주연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아세안사무소장, 이에니야 리스티아니 데위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전환 총국장 등 양국 주요 인사가 참석해 전기차 전환과 대기질 개선을 위한 양국 협력의 방향을 공유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코나EV 인도와 복합충전소 구축
한국자동차연구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코나EV 인도와 복합충전소 구축

이날 인도된 전기차는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에서 생산한 코나EV 15대로, 현지 합작사 HLI그린파워가 만든 인도네시아산 배터리를 최초로 탑재한 점이 눈에 띈다. HLI그린파워는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공동으로 설립한 배터리 합작사로, 셀 생산에서 팩 조립까지 현지화에 나서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배터리·전기차 허브 전략과 보조를 맞추는 중이다. 코나EV에 장착된 배터리의 상용 적용은 현지 전기차 밸류체인이 단순 조립을 넘어 본격적인 제조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하는 상징적 이정표로 해석된다.  

 

복합충전소는 200킬로와트급 급속충전기를 중심으로 30킬로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 전기 이륜차용 배터리 스와프 스테이션으로 구성됐다. 고출력 직류 급속충전기는 도심 주행과 교외 이동이 혼재된 인도네시아 수도권 차량 운행 패턴을 고려해 설계됐으며, 태양광 설비는 시간대별 부하를 분산시키고 피크 전력 수요를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구성됐다. 배터리 스와프 스테이션은 전기 이륜차 운행자가 방전된 배터리를 즉시 교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충전 대기 시간을 줄이고 이륜차 중심 교통 구조를 가진 인도네시아의 현실에 맞는 전기화 해법을 모색하도록 설계됐다고 한자연은 설명했다.  

 

한자연은 복합충전소의 충전기와 주요 전력변환 장치, 관리 시스템 등 핵심 기자재에 국산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국내 전력전자 및 충전 인프라 기업이 고온다습한 기후와 복잡한 전력망 조건을 가진 동남아 시장에서 성능과 신뢰성을 입증할 수 있는 시험장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충전 효율, 수명, 안정성을 개선하고, 인도네시아 규격과 운영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군으로 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전기차 인도와 복합충전소 개통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산업통상 협력개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왔다. 한자연은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맡아 전기차, 충전기, 전기 이륜차 등 실증 기자재를 보급하고, 현지 운영 및 정비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다. 전기차 시범 운영, 충전 인프라 관리, 데이터 분석 교육 등을 통해 단순 공급을 넘어 현지 전문인력과 제도적 기반을 함께 키우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집중으로 악화된 대기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청정대기 2030 로드맵을 수립하고 전기차 보급과 대중교통 친환경화를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전력 구조와 대규모 광물 자원을 고려할 때,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환경정책과 산업정책이 교차하는 전략 지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보유한 니켈과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은 배터리 공급망 안정성 논의와 직결돼 한국을 포함한 주요 제조국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이 전기차 공급과 충전소 설치를 넘어, 배터리 생산과 재생에너지, 전기 이륜차 인프라까지 통합하는 실증 플랫폼의 성격을 지닌다고 분석한다. 코나EV 운영 데이터와 충전 패턴, 태양광 연계 운전 결과, 이륜차 배터리 교환 빈도와 같은 정보는 향후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보급 정책 설계와 민간 사업자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국내 기업에는 신흥 시장에서의 사업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기술 고도화와 투자 판단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미래 전략산업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규정하며, 전기차와 배터리, 핵심 광물, 청정에너지 협력이 맞물릴 수 있는 구조를 강조했다. 진 원장은 인도네시아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발판으로 양국이 상호 이익을 공유하는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연구기관으로서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와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이해관계가 맞닿은 만큼, 실증 사업과 제도 정비, 민간 투자 확대가 복합적으로 전개될 경우 동남아 전기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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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연구원#현대자동차#인도네시아전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