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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암 공략 CAR-T CDMO 계약…마티카, 세포치료 위탁확대 신호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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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암을 겨냥한 차세대 CAR T 세포치료제가 국내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 기업과 손잡고 임상 진입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차바이오텍 자회사 마티카바이오랩스가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 티카로스와 CAR T 치료제 위탁개발생산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CAR T는 혈액암에서 상용화된 뒤 고형암 확대가 글로벌 과제가 된 분야라, 양사 협업이 국내 세포치료 CDMO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티카바이오랩스는 10일 티카로스가 개발 중인 고형암 표적 CAR T 세포치료제 TC091의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CD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에는 임상용 제조와 공급뿐 아니라 공정 최적화와 품질관리 체계 구축 등 세포유전자 치료제 전주기 개발 지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TC091은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 기술에 티카로스의 독자 플랫폼인 CLIP CAR를 적용한 후보물질이다. CLIP CAR는 종양 미세환경 속에서 T세포 활성 저하와 독성 문제를 동시에 줄이기 위해 설계된 구조로, 종양살상 능력과 세포 안정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일반적인 CAR T가 혈액암에서는 높은 반응률을 보이지만 고형암에서는 면역 억제 환경과 종양 침투 한계에 부딪힌 데 비해, CLIP CAR는 수용체 설계와 신호전달 조절로 이런 제약을 낮추려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TC091 개발은 국가 연구 지원 체계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해당 후보물질은 비임상 단계부터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신약후보물질 연구과제로 선정돼 독성, 효능, 약동력학 평가를 뒷받침하는 지원을 받았다. 이어 지난해에는 같은 사업단의 R&D 생태계 구축 연구 사업에 포함되며 전임상과 초기 임상 준비를 위한 연속 지원을 확보했다. 올해 7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챌린저 프로그램 대상 과제로 지정돼, 규제과학 기반의 맞춤형 컨설팅과 심사 지원을 받는 구조도 마련됐다.

 

이번 CDMO 계약을 통해 티카로스는 임상용 세포치료제 제조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는 대신, 세포유전자 분야를 특화해온 마티카바이오랩스의 GMP 생산시설과 공정개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고형암 CAR T는 환자 개별 세포를 조작해 되돌려주는 오더메이드 형태가 많아, 바이러스 벡터 생산, 세포배양, 세포선별 및 동결보관 등 공정 단계별 일관된 품질 확보가 기술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마티카바이오랩스는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에 특화된 CDMO로, 공정 자동화와 디지털 기반 생산관리 시스템을 앞세워 개발 초기부터 상업 생산까지 연계하는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고형암 CAR T와 같은 고난도 세포치료제는 배양 조건, 세포 활성, 불순물 관리 등에서 공정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공정개발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기반 최적화를 진행한 CDMO와의 협업이 임상 성공률과 상업화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장원규 마티카바이오랩스 대표는 티카로스의 고형암 CAR T 후보와 자사의 공정개발 역량이 결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고형암 세포치료제 분야 CDMO 사업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마티카바이오랩스는 현재 여러 국내외 기업과 추가 CDMO 계약을 논의 중이며, 연내 2∼3건의 계약을 추가로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 적응증을 겨냥한 차세대 CAR T 개발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텍들은 고형암 특유의 면역 회피를 극복하기 위한 이중표적 CAR, 스위처블 CAR, 현장 유전자 편집 기반 CAR 등 다양한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CLIP CAR와 같은 차별화된 설계와 CDMO 인프라 결합 사례가 늘어나면, 고형암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과 위탁생산 수요가 동반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고가 공정과 복잡한 물류 체계, 장기 추적 관찰 의무 등으로 규제와 비용 부담이 여전히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각국 규제기관은 바이오챌린저 프로그램과 유사한 신속심사, 맞춤형 심사 제도를 통해 혁신 세포치료제의 개발 속도를 지원하는 한편, 제조 공정과 품질관리 기준에 대한 심사는 오히려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마티카바이오랩스와 티카로스의 협력이 고형암 CAR T 상용화 경쟁의 국내 분기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실제 시장 안착 여부는 임상 데이터와 생산단가, 보험제도 등 복합 요인에 의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에서는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기술 진보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CDMO 인프라와 규제 체계 정비가 고형암 면역항암제 시장의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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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카바이오랩스#티카로스#tc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