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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스 맞춘 위성활용촉진법"…우주청, 민간지위 명확화로 산업 키운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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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데이터가 국가 인프라를 넘어 민간 우주 비즈니스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정부가 위성운영과 활용 분야에서 민간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정교하게 다듬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우주항공청은 위성운영·활용을 별도 산업 영역으로 포지셔닝하고, 민간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전담 진흥기관 지정과 법률 제정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작업이 뉴스페이스 시대 위성 데이터 경제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9일 청주 오스코에서 위성 운영·활용 분야 산학연 전문가를 초청해 위성활용 촉진 법제 개선 토론회와 위성활용 연구개발 성과확산 공유회를 열었다. 총 33개 기관에서 50여 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위성활용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제 개선 필요성과 2025년 이후 연구개발 성과 확산 전략을 함께 논의했다.  

첫 번째 세션인 위성활용 촉진 법제 개선 토론회에서는 우주항공청이 준비 중인 위성활용촉진법 제정 방향이 소개됐다. 위성활용촉진법은 위성을 직접 제작하거나 쏘아 올리는 발사 산업이 아닌, 궤도에 올라간 위성을 운영하고 이로부터 생산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산업에 초점을 맞춘 법으로 설명됐다. 여기에는 위성운영 사업자의 법적 지위 명확화, 민간 참여 확대를 위한 규정 정비, 산업 진흥기관 지정 근거 마련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항공청은 뉴 스페이스로 불리는 민간 주도 우주개발 시대를 대비해 위성운영과 활용 영역에서의 역할 분담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가 보유한 위성과 공공 데이터는 기본 플랫폼으로 두되, 실질적인 서비스 기획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민간이 주도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공공 위성에서 수집된 영상과 관측 데이터를 민간이 가공해 농업, 도시관리, 재난안전, 물류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사업자 범위와 책임, 데이터 이용 규칙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두 번째 세션인 위성활용 연구개발 성과확산 공유회에서는 위성정보 빅데이터 활용 지원체계 개발사업과 위성활용 혁신기반 조성사업의 추진 경과와 올해 성과가 공유됐다. 두 사업은 우주항공청이 예산을 지원하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수행 중인 대표적 위성활용 R&D 프로그램으로, 위성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하기 적합한 형태로 구축하고, 이를 산업계와 연구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과 분석 도구로 연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최근 국가 위성정보 개방 정책에 맞춰 이들 사업을 통해 생산한 약 15만 건 규모의 빅데이터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셋을 새롭게 공개했다. 2023년부터 누적된 전체 공개 데이터셋 규모는 78만 건에 이르며, 해상도와 촬영 시기, 관측 대상이 다른 다양한 위성영상과 파생 데이터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은 고품질 위성 데이터를 규격화된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위성 기반 인공지능 응용 서비스 개발의 필수 전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데이터셋은 기계학습과 딥러닝 모델이 위성영상을 분석해 농작물 생육 상태를 추정하거나 해양 오염을 탐지하고, 도시 열섬 현상이나 산불 위험 지역을 조기 감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은 위성 데이터 수집과 전처리, 라벨링에만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야 했지만,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학습 데이터셋이 축적되면서 모델 개발과 서비스 설계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두 사업이 2026년 마무리되면, 국내 연구자와 산업계의 위성영상 활용 역량이 글로벌 선도국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지구관측 스타트업과 클라우드 기반 위성 데이터 플랫폼 기업들이 기상 분석, 보험 리스크 평가, 자산 모니터링 등 다양한 영역에 위성 데이터를 접목하며 경쟁 중이다. 이에 비해 국내는 공공 주도의 데이터 축적과 민간의 활용 역량 사이 간극이 존재해 왔는데, 이번 데이터 개방과 법제 정비를 통해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법제 측면에서는 위성정보의 공공성 확보와 상업적 활용 촉진 간 균형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군사·안보와 연계된 고해상도 영상의 공개 범위, 개인정보와 연계될 수 있는 위치 정보 처리 기준, 기상·재난 정보처럼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데이터의 의무 제공 범위 등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동시에 위성 데이터 기반 서비스가 의료, 농업, 금융 등 규제 강도가 높은 산업 분야로 확산되면서, 각 부처 개별 규제와 우주·위성 관련 기본법 간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위성운영과 활용을 분리해 보는 법제 틀이 민간 참여를 촉진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발사체와 위성 제작 분야는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해 소수 기업 중심 구조가 형성되기 쉽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영역은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 경쟁력이 핵심이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중소기업까지 참여할 여지가 넓기 때문이다. 위성활용촉진법이 통과될 경우, 데이터 유통과 분석 서비스, 특화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제도적 정의와 지원 근거가 정리되면서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우주항공청은 위성활용 진흥기관 지정 근거를 법에 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정된 기관은 민간과 공공 사이에서 데이터 표준 수립, 품질 검증, 기술 컨설팅, 인력 양성 등을 맡아 위성 활용 생태계 전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위성 관련 기술 개발과 시장 형성이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복 투자와 데이터 파편화를 완화하는 장치로도 거론된다.  

 

한창헌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산업국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산학연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고 밝히며, 연구자와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향후 정책 방향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성활용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법제 마련을 위해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산업계는 향후 위성활용촉진법의 구체적 내용과 데이터 개방 범위, 진흥기관 역할이 어떻게 정리될지에 따라 국내 위성 데이터 산업의 성장 속도가 갈릴 수 있다며, 제도 설계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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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위성활용촉진법#위성정보빅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