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탄산의 함정”…아스파탐, 심뇌 손상 우려 제기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이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쓰이는 가운데, 체중 감소 효과와 맞바꾼 심장과 뇌 손상 위험이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인 연구진이 쥐 실험에서 사람 기준 허용량 범위의 아스파탐을 반복 투여한 결과, 심장 근육 비대와 심박출량 감소, 인지 기능 저하가 동시에 관찰됐다고 보고한 것이다. 다이어트 음료와 껌 등에 널리 쓰이는 저칼로리 감미료가 비만 관리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장기 노출 시 심혈관·신경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인체 안전 기준 재검토 논의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는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생체재료 협력연구센터 연구팀이 수행해 국제학술지 생의학 및 약리학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진은 일반 식품에서 충분히 노출될 수 있는 수준을 가정해, 쥐에 체중 1킬로그램당 7밀리그램의 아스파탐을 2주마다 연속 3일씩 투여했고, 전체 추적 기간은 1년으로 설정했다. 다이어트 콜라, 펩시 맥스, 스프라이트, 저칼로리 껌 등에 들어가는 대표 감미료가 장기간 인체와 유사한 포유류 모델에서 어떤 변화를 유발하는지 본 것이다.

실험 결과, 아스파탐에 반복 노출된 쥐는 심근 두께가 증가하는 경도 심장 비대증 위험이 약 20퍼센트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심장의 펌프 기능을 수치화한 좌우 심실 심박출량은 각각 26퍼센트와 20퍼센트 줄었다. 좌심실과 우심실을 구분하는 심실중격의 곡률도 25퍼센트 감소해, 심장 구조와 수축 패턴에 만성적인 변화가 발생했음을 시사했다. 연구팀은 아스파탐이 심장 근육 세포의 대사와 섬유화 관련 기전을 교란해 장기적으로 탄성 감소와 경직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뇌 기능 측면에서도 이상 신호가 관찰됐다.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행동 실험에서 아스파탐 투여군은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대조군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인공 감미료가 혈뇌장벽과 시냅스 신호전달에 영향을 주거나, 뇌 에너지 대사를 교란해 노화를 촉진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기존 역학 연구에서 아스파탐이 뇌졸중, 고혈압,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성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던 만큼, 이번 결과는 잠재 기전 연구의 단서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눈에 띄는 점은 체지방에서 반대 방향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아스파탐에 노출된 쥐의 체지방은 약 20퍼센트, 즉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열량이 거의 없으면서 단맛을 내는 특성 덕분에 섭취 칼로리가 줄고, 체중 관리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아스파탐이 쥐의 지방 축적을 20퍼센트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경도 심장 비대와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며 “체중 감량 이득과 장기 손상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양면성이 확인됐다”고 정리했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수십에서 수백 배에 달하는 강한 단맛을 내면서 열량은 거의 없어, 다이어트 탄산음료와 저칼로리 가공식품의 핵심 성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수십 년간 암 발생, 혈압 상승, 뇌졸중, 대사증후군과의 연관성이 반복 제기되면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2023년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 그룹으로 분류하는 등 안전성 논란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역학 통계보다 한 걸음 나아가, 장기 노출 동물 모델에서 심장 구조와 뇌 기능의 구체적 변화를 수치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연구진은 허용 일일섭취량 아래 수준에서도 장기 기능 변화가 감지된 점을 근거로, 규제 기관의 재평가 필요성을 제기했다. 논문에서 “허용 용량의 아스파탐도 주요 장기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므로, 인체에 대한 안전 기준치를 재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하면서도, 동물 모델과 한정된 기간 등 연구 한계를 인정하고 장기 추적 인체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국제감미료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는 것은 섣부른 해석이라며 경계했다. 로랑 오제 국제감미료협회 사무총장은 “인간과 쥐 사이에는 신진대사, 수명, 심장 생리, 뇌 에너지 이용 등 주요 생리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의 타당성이 제한적이다”라며, 동물 실험 단일 연구로 인체 안전성 결론을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국 규제 기관들도 통상 다수의 동물 실험, 인체 역학 연구, 독성 데이터 등을 종합해 기준치를 정하는 만큼, 단일 연구가 즉각적인 기준 변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비만과 심혈관 질환, 치매 등 만성질환이 동시에 증가하는 상황에서, 저칼로리 감미료 전략이 과연 최선의 공중보건 해법인지에 대한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공 감미료가 혈당과 체중 관리를 돕는다는 장점과, 장기적인 심장·뇌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잠재 위험 사이에서 보다 정교한 위험·편익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산업계는 다이어트 음료와 기능성 식품 시장을 지키기 위해 추가 안전성 데이터와 대체 감미료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와 규제 당국은 어떤 수준의 위험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요구받고 있다.
다이어트 식품과 인공 감미료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하는 가운데, 산업계는 이번 연구가 실제 시장 규제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추가 검증을 전제로 한 학술 논쟁에 그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영양, 안전성과 편의 사이 균형을 둘러싼 선택이 식품·헬스케어 산업의 다음 방향을 가를 변수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