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온몸에 구더기까지 퍼졌는데도 방치”…육군부사관, 아내 사망에 살인 혐의 기소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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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장기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육군 부사관 A씨에 대해 군검찰이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사건을 둘러싼 형사 책임 범위와 군 내부 관리 체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17일 발생했다. 이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들이 경기 지역 자택에서 A씨의 아내 B씨를 처음 발견했을 당시, B씨의 온몸은 대변으로 오염돼 있었으며 최소 3개월 이상 괴사가 진행된 부위에 수만 마리의 구더기가 살을 파고든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다음 날 패혈증으로 숨졌다.

아내 방치→사망 이르게 한 육군 부사관, 살인 혐의로 기소(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아내 방치→사망 이르게 한 육군 부사관, 살인 혐의로 기소(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초기 수사에서 경기 파주시 육군 기갑부대 소속 부사관 A씨를 아내 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해 군사경찰에 신병을 넘겼다. 이후 군사경찰은 수사를 진행해 A씨에게 중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해 군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15일 군검찰은 수사 기록을 검토한 뒤, A씨가 아내의 상처와 건강 상태를 알고도 장기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혐의를 중유기치사에서 살인으로 변경해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검찰은 SBS 보도를 통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보호·부양 의무가 있는 사람이 해야 할 조치를 고의로 하지 않아 상대방을 사망에 이르게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유족과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B씨가 생전에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B씨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병원 진료 기록을 조회한 결과 마지막 진료일이 지난해 6월 1일로 확인돼 1년 반 가까이 의료적 관리에서 사실상 벗어나 있었다고 유족 측은 전했다.

 

유족 측은 “고인은 스스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상태였는데도 A씨는 배우자로서 최소한의 돌봄과 치료 연계를 하지 않았다”며 “단순 유기가 아닌 사실상 방치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군이 소속 부사관의 가정 상황과 정신건강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 신고나 상담 체계가 있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배우자의 간호·보호 의무 범위와 ‘방치’가 어디까지 형사상 살인으로 평가될 수 있는가에 모이고 있다. 그동안 비슷한 사안에서 검찰은 대체로 유기치사나 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왔으며, 살인죄까지 인정한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법원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아내의 건강 악화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는지, 치료와 구조를 위한 조치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는지 등을 중심으로 고의 여부를 따질 전망이다.

 

군 내부 관리·감독 책임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군인·군무원 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은 “현역 부사관 가정에서 극단적인 방치가 장기간 이어졌다면, 부대 차원의 면담·상담·복지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군이 내부 구성원의 가정폭력·방임 신호를 인지하고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은 현재로서는 수사 및 재판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군검찰의 기소 이후 군사법원이 사건을 심리하게 되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책임 범위는 재판을 통해 가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사법원은 향후 공판을 열고 A씨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와 정황을 심리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정신건강 의존도가 높은 가족 구성원이 있을 때, 배우자와 가족의 돌봄 의무를 어디까지 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지, 또 국가·군 조직이 취약 가족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군검찰의 살인 혐의 기소로 수위 높은 법적 판단이 예고된 가운데, 재판 결과와 더불어 군과 사회 전반의 보호·복지 시스템 보완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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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부사관#군검찰#아내방치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