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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엔 달걀·아보카도”…영양학계, 과학이 말하는 해장 전략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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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대사를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숙취 케어 전략이 연말을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중보건 영양학자들은 숙취의 핵심 원인이 되는 독성 대사산물과 염증 반응, 전해질 불균형을 동시에 조절하는 식단이 회복 속도를 좌우한다고 분석한다. 단순히 속을 채우는 해장 음식이 아니라, 간 해독 경로와 혈당 및 전해질 밸런스를 설계한 음식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연구 흐름이 향후 기능성 해장 제품과 디지털 영양 코칭 서비스의 성장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공중보건 영양학자 엠마 더비셔의 견해를 인용해 “음주 전후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숙취 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숙취는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 혈당 변동, 전신 염증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더비셔는 “위에 부담이 적으면서 에너지와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는 음식이 숙취 회복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아세트알데히드 대사 경로를 지원하는 아미노산과 항산화 물질이다. 전문가들은 대표 식품으로 달걀을 꼽는다. 달걀에는 아미노산 시스테인이 풍부한데, 시스테인은 체내에서 글루타티온 합성에 관여해 아세트알데히드 해독 경로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비타민 D, 마그네슘, 필수 아미노산이 함께 공급돼, 음주 후 떨어진 에너지 대사와 신경·근육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보카도 역시 숙취 관리 식품으로 언급된다. 아보카도에는 강력한 항산화·해독 물질로 알려진 글루타티온과 단일불포화지방 등 건강한 지방이 풍부하다. 알코올 섭취로 소모되기 쉬운 지용성 비타민과 호르몬 관련 대사 물질의 흡수를 도우며, 위 점막 자극을 줄이면서 칼로리를 공급할 수 있어 숙취 초기 식단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미량 영양소 연구에서도 근거가 제시됐다. 2019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서, 아연과 비타민 B3 니코틴산 섭취량이 높은 사람일수록 숙취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고했다. 아연은 알코올 탈수소효소와 알데히드 탈수소효소 등 알코올 대사 효소계와 연관된 미량 원소로, 면역·항염 기능에도 관여한다. 비타민 B3는 에너지 대사의 핵심 보조인자인 NAD 합성에 관여해 알코올 대사 후 회복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석된다.

 

아연 공급원으로는 굴이 대표적이다. 굴은 소량 섭취만으로도 높은 함량의 아연을 제공하며, 오메가3 지방산과 각종 지방산을 함께 함유해 항염 작용과 세포막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연말 해산물 위주의 식사를 구성할 때, 숙취 관리 관점에서 굴을 포함시키는 전략이 기능성 식단으로 제안되는 배경이다.

 

전해질과 비타민 보충 측면에서는 과일의 역할이 크다. 전문가들은 칼륨 보충용으로 바나나, 비타민 C를 통한 피로 회복과 항산화를 위해 오렌지를 추천한다. 또 사과에 풍부한 식이섬유 펙틴은 위 배출 속도를 조절해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추고, 장내 미생물 환경을 안정시키는 데 유리한 점이 있다. 이러한 과일 기반 접근은 디지털 헬스케어 앱에서 개인별 전해질·비타민 균형에 맞춘 영양 코칭 알고리즘 개발에도 바로 적용 가능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곡물 중에서는 귀리가 숙취 관리에 유용한 식품으로 거론된다. 귀리는 수용성 식이섬유 베타글루칸을 다량 포함해 장 점막을 보호하고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며, 혈당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만들어 음주 전후 혈당 급변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혈당 변동이 두통과 피로, 무기력감을 악화시키는 점을 감안하면, 귀리 기반 식단은 숙취 증상 완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해석된다.

 

섭취 형태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숙취 상태에서 뜨거운 국물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 귀리를 스무디 형태로 갈아 마시는 방법을 제안한다. 여기에 바나나와 오렌지, 소량의 요거트 등을 더해 단백질, 칼륨, 비타민 C를 동시에 보충하는 조합은 간편한 숙취 관리용 영양 포뮬러로도 응용 가능하다. 실제로 일부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기능성 귀리·과일·전해질 조합을 활용한 숙취 관리용 음료와 파우더 제품을 개발하며, 영양학 연구를 제품 설계에 반영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분 전략도 숙취 관리에서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공복 음주를 피하고, 음주 전후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며, 단백질과 비타민, 전해질을 균형 있게 보충하는 생활 습관을 권고한다. 물과 함께 이온음료나 묽은 과일 주스를 소량씩 자주 마시는 방식이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완화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와 대사 부산물 배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외에서는 이러한 영양학·대사학 연구에 기반한 숙취 관리 시장이 헬스케어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아미노산 조합과 비타민, 아연과 같은 미량 원소를 최적화한 기능성 식품뿐 아니라, 웨어러블과 연동해 음주량과 수면, 심박수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별 해장 식단을 추천하는 디지털 솔루션 개발 경쟁도 진행 중이다. 산업계는 숙취 관리가 단발성 해장 제품 시장을 넘어, 대사 건강과 간 기능, 영양 코칭이 결합된 지속형 서비스 모델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향후 알코올 대사 관련 유전형 분석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결합되면, 개인별로 최적화된 숙취 관리 프로토콜이 제시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숙취 케어 기술이 고도화되더라도 과음 자체가 간 손상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만큼, 예방 중심의 음주 문화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산업계는 과학 기반 숙취 관리 기술과 건강한 음주 문화가 실제 생활 속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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