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법안 철회하라"…국민의힘, 합의 없는 본회의 안건 전면 필리버스터 경고
정기국회 막판 입법 전선을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합의 없이 본회의에 상정하는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가동하겠다고 밝히면서, 연말 국회가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12월 9일 국회에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상정하는 법안 전부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상에는 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추진해 온 이른바 사법개혁 법안뿐 아니라, 쟁점 여부와 관계없는 비쟁점 법안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각종 쟁점 법안을 이번 달에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한 본회의에 상정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악법'들의 문제점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 없는 본회의 상정 자체를 저지하기보다, 장시간 토론을 통해 입법 추진의 정당성을 문제 삼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전날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지 않겠다는 선언이 없을 경우 향후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실시키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이에 따라 토론에 나설 발언자 명단과 본회의장 이탈을 막기 위한 이른바 지킴조도 미리 편성한 상태다.
다만 국회법에 따라 정기국회 회기가 이날 밤 12시에 종료되는 만큼, 자정을 기점으로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도 일단 강제 종료된다. 국민의힘은 그 이전까지 최대한 장시간 토론을 이어가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의 문제점을 부각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주공세의 중심에는 이른바 8대 악법으로 규정한 쟁점 법안 묶음이 놓여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입장을 발표하고 민주당을 향해 "전체주의 국가를 꿈꾸는 게 아니라면 '8대 악법'을 포기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이 8대 악법으로 지목한 법안은 두 갈래다. 먼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4심제 도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 확대 등 이른바 사법 파괴 5대 악법으로 부르는 사법개혁 관련 법안이다. 여기에 정당 현수막 규제, 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필리버스터 제한을 골자로 한 국민 입틀막 3대 악법이 포함돼 총 8개 법안으로 분류하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악법을 올해 안에 강행 처리한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법들은 야당과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사법부를 장악하고 정권의 직속 수사기관을 강화하고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전체주의 구축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단순한 제도개편이 아니라 권력 집중 시도로 규정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특히 필리버스터 제한 법안과 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토론 절차를 제한하고, 온라인 비판 여론을 위축시켜 야당과 시민사회의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 확대와 사법부 관련 법안은 사법권 독립과 권력기관 견제 구조를 흔든다며 거센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사법개혁 관련 법안의 연내 처리를 추진해 왔다. 당내에서는 사법제도 개편과 표현물 규제가 권력기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허위정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야권의 강경 저지 기류와 맞물리며 세부 법안별 협상 구도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분위기다.
국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의 전면 필리버스터 방침이 당분간 입법 동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수의 비쟁점 민생 법안까지 무제한 토론 대상에 포함되면, 법안 처리가 줄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정기국회 종료 뒤 임시국회가 소집될 경우, 민주당이 일정 조정과 회기 쪼개기로 맞설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정치권은 쟁점 법안 처리 방향을 두고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강대강 대치로 치닫는 양상이다. 국회는 정기국회 종료 후 임시국회 소집 여부를 놓고 다시 한 번 세력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여야는 사법개혁과 표현 규제 법안을 둘러싼 공방을 이어가면서 향후 회기에서 본격적인 재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