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배상에도 11만 원선 버틴 SKC…유리기판 승부수에 하방 지지력
자회사 손실 보전을 위한 2,000억 원 규모의 현금 유출 악재에도 SKC 주가가 11만 원 선을 중심으로 버티는 흐름을 이어가며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1일 장 마감 기준 SKC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44퍼센트 하락한 113,400원에 마감했다. 재무 리스크 확대 우려와 함께 차세대 유리기판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맞부딪치며 향후 주가 방향성이 국내 소재 업종 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C 주가는 최근 한 달간 105,000원대와 120,000원대 사이 박스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11월 21일 105,900원까지 밀렸다가 이후 완만한 반등으로 11월 말 11만 원 선을 회복했으며, 최근 10거래일 동안 5거래일 상승하며 바닥을 다지는 양상이다. 단기 기술 지표에서는 5일 이동평균선이 20일선을 상향 돌파하려는 시도가 포착됐지만, 2,000억 원 규모 손해배상에 따른 현금 유출 이슈가 부각되며 상승 탄력이 둔화된 상태다. 다만 직전 저점 대비 약 7퍼센트 수준의 반등 폭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이번 악재를 추세 전환보다는 단기 노이즈에 가깝게 해석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 달간 SKC 주가를 좌우한 변수는 재무 리스크 현실화와 신사업 로드맵 구체화라는 상반된 두 축이다. 자회사 SK피아이씨글로벌에 대한 2,000억 원 손해배상금 지원 결정은 단기 현금 흐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최고경영자와 최고재무책임자 직을 통합하는 조직 개편과 유리기판 사업의 상용화 계획이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부각되며, 주가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급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엇갈린 행보가 뚜렷한 손바뀜으로 나타났다. 11일 제이피모간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약 5만 3,000주의 매물이 출회되며 외국인 지분율이 9.9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심리적 기준선으로 여겨지던 10퍼센트대가 무너진 것으로, 글로벌 자금이 재무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기관투자가는 같은 날 3만 3,000주가량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상당 부분 받아냈고, 최근 3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다. 기관의 저가 매수 유입은 현재 주가 수준을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영역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 투자자 역시 매수 우위를 나타내며 수급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동일 업종 내 비교에서도 SKC의 상대적 방어력이 부각됐다. 2차전지 소재 관련주인 LG화학과 에코프로가 각각 2.79퍼센트, 3.42퍼센트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인 가운데 SKC는 보합권 등락에 그쳤다.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114위인 SKC의 상장주식수는 약 3,786만 주로, 경쟁사 대비 몸집이 가벼운 편이다. 이 때문에 재무나 신사업 관련 이슈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으나, 최근에는 악재에도 일정 수준 방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수익성 지표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 2024년 결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768억 원, 2025년 영업이익도 마이너스 2,408억 원으로 적자 지속이 예상된다. 영업 적자가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2025년 기준 주가순자산비율 PBR은 3.57배로 업계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증권사 추정치를 반영한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31,667원으로, 현 주가 대비 약 16퍼센트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투자의견 평균은 3.33점으로 중립에 해당하는 구간에 머물고 있다. 재무 구조 측면에서 부채비율은 약 194퍼센트로 관리 가능한 범위로 평가되지만, 2025년 당좌비율 악화 가능성이 제기돼 유동성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주가 변동의 핵심에는 유리기판 사업과 조직 효율화 전략이 자리한다. SKC는 최근 자회사 SK피아이씨글로벌의 손실 보전을 위해 2,000억 원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며, 당장의 재무적 부담을 감수하는 선택을 했다. 시장에서는 단기 출혈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동시에 박동주 최고재무책임자 선임과 김종우 사장의 SK넥실리스 대표 겸직 등 인적 쇄신은 동박 사업 수익성 개선과 유리기판 사업 집중을 위한 의사결정 속도 제고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SKC가 미래 먹거리로 공들이는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회사는 미국 조지아 공장을 거점으로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경쟁사보다 앞선 양산 로드맵을 제시하며 AI 반도체 패키징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현재는 매출의 약 60퍼센트를 차지하는 화학 부문 부진과 동박 사업의 수요 정체 우려가 여전하지만, AI 데이터센터향 테스트 소켓 매출 증가와 유리기판의 잠재력이 중장기 성장성을 뒷받침한다는 논리가 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SKC의 약점은 당장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점이고, 강점은 구체적인 미래 기술 로드맵을 확보했다는 데 있다. 다른 소재·부품 업체들이 기존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확장하는 구조인 반면 SKC는 기존 사업 부진 속 체질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 리스크와 기회 비용이 모두 큰 편이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에는 이러한 스토리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했지만, 현재처럼 금리와 업황 불확실성이 높은 국면에서는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후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2,000억 원 재무 이슈 소화 과정을 지켜보며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기술적으로 11만 원 선은 강한 심리적 지지선으로 거론된다. 해당 가격대를 유지할 경우 12만 원대까지 단기 반등을 시도할 수 있고, 유리기판 고객사 확보 등 구체적 성과가 가시화되면 13만 원대 안착 시도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11만 원 선이 무너질 경우 10만 5,000원 전저점까지 조정 가능성이 열려 있어 손절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중기적으로는 2025년 상반기 동박 부문 적자 축소 여부와 유리기판 시제품에 대한 고객사 평가가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SKC가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 기대에 기반해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000억 원 현금 유출은 단순한 회계 처리 이슈를 넘어 향후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유리기판 시장 개화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동박 시장 공급 과잉 해소가 지연될 경우, 높은 PBR에 대한 부담이 한꺼번에 부각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분기별 실적과 적자 폭 축소 추이를 확인하면서 분할 매수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어적 전략이 유효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