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mRNA 백신 국산화 속도전…GC녹십자 1상 승인으로 경쟁 본격
코로나19를 계기로 mRNA 백신 기술이 국가 전략 자산으로 떠오르면서 국산 플랫폼 확보 경쟁이 가속하는 흐름이다. GC녹십자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의 국내 임상 1상 승인을 받으면서, 백신 주권과 팬데믹 대비 체계를 둘러싼 산업적 의미도 부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승인을 정부의 mRNA 백신 플랫폼 국산화 정책과 맞물려 국내 mRNA 백신 개발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mRNA 백신 후보물질 GC4006A의 국내 1상 임상시험계획서 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획득했다고 19일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시험계획을 허가했다는 것은 안전성과 품질 자료를 토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초기 투여를 허용했다는 뜻으로, 상용화를 향한 첫 공식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GC녹십자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임상 2상 시험계획서를 추가 제출해 본격적인 용량·효능 평가 단계로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GC4006A는 전령RNA를 이용해 체내 세포에 항원 단백질 설계도를 전달하고, 인체가 이를 생산하도록 유도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의 후보물질이다. mRNA 백신은 DNA가 아니라 mRNA를 직접 투여하기 때문에 세포핵 안에 들어가지 않으며, 이론적으로는 유전체에 통합될 위험이 낮다는 점이 특징으로 설명된다. GC녹십자는 이러한 플랫폼을 토대로 코로나19 변이뿐 아니라 향후 신규 병원체에도 신속히 설계 변경이 가능한 범용 백신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승인은 GC녹십자가 지난 9월 임상시험계획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부의 mRNA 백신 플랫폼 국산화 정책 기조와 발맞춘 행보로 해석된다. 앞서 GC녹십자는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는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의 임상 1상 연구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상태로, 공공 재정 지원과 규제 심사 가속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가 구축되고 있다.
mRNA 백신 플랫폼은 특정 감염병 하나만을 겨냥한 단일 용도의 기술이 아니라, 차기 팬데믹 발생 시 새로운 병원체와 변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범용 백신 설계 기반으로 평가된다. 기존 불활화 백신이나 단백질 재조합 백신 대비 설계와 생산 전환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후보물질 도출부터 임상 진입까지의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감염병 상황에서 몇 개월의 차이가 사망률과 의료체계 붕괴 여부를 갈라놓는 만큼, 플랫폼 확보의 전략적 가치는 단기 매출을 넘어선다.
이번 GC4006A 임상 1상은 플랫폼의 안전성과 면역원성 데이터를 확보하는 단계로, 사람에게 어느 정도 용량까지 투여했을 때 부작용 양상이 어떠한지, 중화항체와 T세포 반응 등 면역 지표가 어느 수준으로 유도되는지에 대한 기초 자료를 쌓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후 2상과 3상으로 갈수록 대상자 수를 늘리고, 실제 예방 효과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백신 수급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으로 거론된다. 코로나19 초기 선진국 중심의 백신 선점 경쟁에서 공급량과 계약 조건이 국가별로 크게 갈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GC녹십자는 이번 임상시험 승인이 국산 mRNA 백신 자급화 기반을 본격적으로 구축하는 첫 단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놓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mRNA 백신 기술을 활용한 감염병 대응뿐 아니라 암 백신, 희귀질환 치료제 등으로 적용 분야를 넓히는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바이오 기업들은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세대 플랫폼 선점에 주력하고 있어, 국산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추격할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를 비롯해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이 자체 mRNA 백신과 제조 공정 기술 개발에 나서며 격차 축소를 노리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허가 심사 체계와 질병관리청의 연구비·임상 지원 프로그램이 맞물려, 감염병 백신 개발의 리스크를 민관이 분담하는 구조가 자리 잡는 흐름이다. 다만 유전자 백신 계열 제품에 대한 장기 안전성, 생산 공정의 품질 일관성, 원료의약품 수급 안정성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규제·기술 과제로 남아 있다. 향후 2상, 3상 단계에서의 데이터 축적 정도에 따라 허가 기준과 평가 지표 논의도 심화될 수 있다.
이재우 GC녹십자 개발본부장은 GC녹십자의 mRNA 플랫폼 역량을 토대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밝히며,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백신 주권 강화와 공중보건 안전망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산업계는 GC4006A를 비롯한 국산 mRNA 백신 기술이 임상을 차례로 통과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 경쟁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를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