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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정보 더 세게 잡는다”…방미통위, 규제·진흥 병행해 디지털 질서 재편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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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급증하는 허위조작정보와 온라인 불법행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동시에 방송과 OTT를 포괄하는 통합 법제 정비로 미디어 산업 혁신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10월 출범 이후 처음 진행한 업무보고에서 디지털·미디어 환경을 국가 차원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규제와 산업 진흥, 이용자 권익 보호를 한 축으로 묶는 중장기 청사진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플랫폼 규제 강도와 제도 설계 방향이 국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의 경쟁 구도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2025년 주요 성과와 향후 중점 추진과제를 담은 첫 업무보고를 실시했다. 보고 내용은 미디어 공공성 회복, 미디어 주권 향상, 미래지향적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구축이라는 국정과제를 축으로 3대 분야와 15개 세부과제로 나뉜다. 방미통위는 신규 조직 출범에 맞춰 법·제도 정비뿐 아니라 데이터·AI 기반 미디어 혁신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강조했다.

첫 번째 축은 안전한 방송미디어통신 환경 조성이다. 방미통위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검색·SNS·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확산되는 조작된 정보가 여론 왜곡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어, 사후 제재 중심에서 사전 예방과 신속 차단까지 아우르는 다층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통신서비스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 온라인 불법행위 대응, 안전한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 재난 상황에서의 신속하고 차별 없는 정보 제공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상 트래픽과 불법 콘텐츠 확산 패턴을 감지하는 기술적 장치 도입도 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 축은 규제와 진흥의 조화를 통한 산업혁신 활성화다. 방미통위는 방송미디어 규제 체계를 손질해 전통 방송과 OTT 등 새로운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간 규제 형평성을 맞추고, 동시에 산업 성장 여력을 살릴 수 있는 통합 법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송과 OTT가 같은 디지털 전송 인프라와 데이터 기반 추천 기술을 공유하는 만큼, 분리된 규제 틀로는 이용자 보호와 산업 경쟁력 확보 모두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방미통위는 방송미디어 전주기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도입해 콘텐츠 제작 자동화, 편성·추천 고도화, 광고 타기팅 효율 개선 등 기술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지역미디어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 디지털·미디어 산업 활성화도 병행된다. 수도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기반 방송사와 온라인 플랫폼, 창작자를 결합하는 디지털 콘텐츠 클러스터 조성이 거론된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와 함께 제작 인프라, 데이터 센터, 네트워크 투자 유인을 제공하는 방향이 논의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OTT와 플랫폼이 막대한 투자와 데이터 자산을 앞세워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국내 사업자에게는 규제 부담과 기술 격차를 동시에 줄이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세 번째 축은 미디어 국민주권 강화다. 방미통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역할을 재정립해 합리적 제도가 안착되도록 하고, 방송심의의 책임성과 신뢰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정보 접근격차 해소를 위한 미디어 접근권 보장, 디지털·미디어 문해력 교육 강화도 포함됐다. 특히 알고리즘 기반 추천 환경에서 이용자가 정보의 출처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 가이드라인을 확충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사회적 면역력을 높이는 방향이 제시됐다.

 

신속한 분쟁 조정과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이용자 권익이 보장되는 거래 환경 조성도 과제로 꼽혔다. 이는 플랫폼과 콘텐츠 공급자, 광고주, 이용자 간 계약과 수익 배분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간 균형을 맞추는 작업과 맞물린다. 특히 디지털 광고·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 선택을 좌우하는 환경에서는 알고리즘 설명 가능성, 차별적 노출 방지, 거래 조건의 공개 범위 등이 주요 정책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업무보고는 방미통위가 출범 두 달 만에 내놓은 첫 공식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미통위는 국정과제를 기준으로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국민 불편을 직접 줄이는 정책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허위조작정보 대응 강화와 플랫폼 규제 확대는 표현의 자유와 혁신 저해 논란으로 직결될 수 있어, 규제 강도와 적용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계는 향후 구체적인 법안과 세부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국내 디지털·미디어 생태계의 경쟁력이 좌우될 수 있다며 제도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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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허위조작정보#o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