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PBR 0.2배 자산주 폭발…경방, 타임스퀘어 재평가에 14.93% 급등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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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방 주가가 조 단위 부동산 자산 가치 재평가 기대와 실적 턴어라운드가 맞물리며 11일 장중 대규모 거래와 함께 급등했다. 시중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 그동안 소외돼 온 저평가 자산주에 개인 자금이 몰리며 주가가 1년 내 최고 수준을 경신하자, 자산 가치 중심의 리레이팅 흐름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국내 증시에서 부동산 보유 기업들의 주가 재평가 가능성에 시장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경방은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4.93% 오른 8,4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수개월간 7,000원 초반대에서 좁은 박스권을 오가던 주가가 하루 만에 상단을 강하게 돌파한 것이다. 거래량도 폭발했다. 12월 들어 일평균 3만~5만 주 수준에 머물던 거래량은 이날 269만 6,186주까지 치솟으며 전일 2만 6,217주의 약 10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6,800원~7,400원대에 형성된 매물대를 소화하며 5일·20일 이동평균선을 단숨에 상향 돌파하는 정배열 패턴을 만들었다.

[분석] PBR 0.2배의 역습… 경방, '조단위 자산' 재평가에 14% 급등 (제공:AI제작)
[분석] PBR 0.2배의 역습… 경방, '조단위 자산' 재평가에 14% 급등 (제공:AI제작)

급등을 이끈 1차 요인은 영등포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의 자산 가치 재조명이다. 경방은 단순 임대업을 넘어 무신사 걸즈 입점, MZ세대 타깃 팝업 스토어 유치 등 콘텐츠 경쟁력 강화 전략을 통해 오프라인 플랫폼으로서의 가치를 키워 왔다. 시장에서는 타임스퀘어의 자산 가치가 조 단위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유동성 환경이 완화되는 국면마다 경방의 순자산 가치가 다시 부각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여기에 2024년 들어 영업이익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펀더멘털 개선이 가시화된 점도 주가 재평가에 힘을 보탰다.

 

수급은 철저히 개인 주도 양상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2만 6,776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고, 개인 투자자들이 이를 전량 받아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11월 말부터 외국인 보유율이 1.1%~1.3% 구간에서 정체된 가운데, 키움증권 등 개인 비중이 높은 증권사 창구가 매수 상위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는 저평가 자산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인 자금이 수급을 주도하면서 단기 쏠림 현상을 키운 사례로 진단한다.

 

같은 의류·유통 업종 내 영원무역, F&F 등 대형주가 0~1%대 보합권에 머문 것과 달리, 경방은 14.93% 급등하며 업종 내 수익률 격차를 크게 벌렸다. 경방은 상장주식수 약 2,741만 주, 시가총액 2,322억 원으로 코스피 727위 수준의 소형주다. 시가총액이 크지 않아 수급이 쏠릴 경우 주가 등락이 확대되는 구조다. 외국인 지분율 역시 1.34%로 동종 대형주 대비 낮아, 특정 시점에 개인·기관 자금이 집중될 경우 이른바 수급의 빈집털이 효과가 극대화되는 종목으로 분류된다.

 

실적 측면에서 경방은 2024년 턴어라운드를 기록했다. 2023년 160억 원에 그쳤던 영업이익은 2024년 335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도 적자에서 벗어나 236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섬유 사업부의 원가 효율화와 복합쇼핑몰 사업부의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소비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오프라인 복합쇼핑몰이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으로 자리 잡은 점이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재무 지표를 보면 저평가 매력은 더욱 부각된다. 현재 주가 기준 경방의 PBR은 0.21배에 불과하다. 통상 PBR 0.5배 미만을 초저평가 영역으로 보는 점을 감안하면, 청산 가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타임스퀘어 등 보유 부동산을 시장 가치로 재평가할 경우 장부가 대비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부채비율은 59.86%로 안정적인 수준이고, 유보율도 5,600%를 웃돌아 재무적 완충력이 상당한 편이다. 다만 1%대에 머무는 배당수익률은 풍부한 자산과 이익 규모에 비해 주주환원 정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경방의 체질 변화도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전통적인 섬유 기업에서 복합쇼핑몰 기반 부동산 디벨로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매출 구조가 다변화되는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사업부 매출 비중은 53.68%, 섬유 사업부는 57.38% 수준으로 나타났다. 복합쇼핑몰 부문이 공간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안정적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한 섬유 부문의 성장 정체는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 있다. 최근 주요 주주인 삼양홀딩스의 일부 지분 매도 이슈도 있었으나, 지분율 변화가 크지 않아 경영권이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향후 주가 흐름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여부와 자산 가치 재평가 모멘텀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기술적으로는 이날 급등 이후 8,000원선이 심리적 지지선 역할을 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8,000원선에 안착하면 자산 가치 리레이팅 논리가 이어지며 전고점인 10,920원 돌파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거나 7,500원선을 하회할 경우 단기 급등 피로감에 따른 기간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시장에서는 경방 사례가 시가총액 2,000억 원대 자산주의 변동성을 다시 각인시켰다는 점에 주목한다. 적은 거래대금만으로도 주가 등락률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저평가 지표만을 근거로 한 추격 매수에는 위험이 동반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급등에 펀더멘털 개선 요인과 함께 특정 수급 쏠림에 따른 오버슈팅 성격이 섞여 있는 만큼, 주요 수급 주체의 손바뀜과 거래량 안정 여부를 확인하면서 분할 접근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향후 국내 증시에서 자산주 전반의 리레이팅 흐름이 이어질지는 글로벌 금리 방향성과 실물 경기, 부동산 시장 동향에 좌우될 전망이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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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방#타임스퀘어#자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