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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안전 예산 늘렸지만”…방미통위 첫해 실제론 11퍼센트 삭감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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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안전과 이용자 보호를 앞세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첫 정기 예산이 2631억원으로 확정됐다. 지역·중소방송 지원과 온라인 허위조작정보, 불법 스팸·불법촬영물 대응 예산은 늘었지만, 정부 조직 개편으로 이관된 재원을 합산한 실질 규모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이후 조직을 재정비하는 가운데 간부 인건비와 기본 운영 경비도 복원되지 않아,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책임져야 할 새 기구의 재정 여력이 초기부터 제약받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이 의결돼 안전·활력·이용자 보호 등 3대 중점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총 2631억원 규모의 예산이 확정됐다고 4일 밝혔다. 주요 배분 내역은 안전한 방송미디어통신 환경 조성에 165억원, 활력 있는 방송미디어통신 생태계 구축에 519억원, 방송미디어통신 이용자 보호 강화에 55억원 등이다. 나머지는 기금과 이관 사업 등을 포함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다.

우선 방송·통신 인프라와 디지털 서비스 전반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예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 터널 등 재난방송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재난방송 수신 환경 개선 사업에 39억원이 편성됐고,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한국방송공사 지원과 재난상황실 운영에는 32억원이 배정됐다. 긴급 재난 정보의 송출 속도와 전달 범위를 넓혀, 재난 상황에서 시청자와 이용자의 정보 격차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불법·유해 정보 차단 예산도 보강됐다. 국민의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불법 스팸 대응 예산은 1억원이 증액됐고, 불법 촬영물 등 불법·유해 정보 유통 방지 예산도 2억원이 늘었다. 여기에 온라인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인터넷 환경 신뢰도 기반 조성 사업 예산은 전년보다 6억원 늘어난 11억원으로 확정됐다. 확장가상세계 메타버스 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보호 환경 조성 사업 역시 4억원이 늘어난 11억원이 편성됐다. 온라인 콘텐츠 소비가 메타버스를 포함한 복합 플랫폼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의식한 조정이다.

 

전통 방송과 온라인 플랫폼을 아우르는 생태계 활성화 예산도 일부 보강됐다. 급속한 미디어 환경 변화로 광고와 제작 여건이 악화된 지역·중소 방송사를 위한 콘텐츠 경쟁력 강화 예산은 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0억원 증액됐다. 경북 시청자미디어센터 구축 예산도 25억원으로 늘려 지역 시청자의 미디어 활용 능력과 권익을 확대하는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활력 있는 방송미디어통신 생태계 구축 분야 전체 예산 519억원은 교육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미디어 창작자 지원 등에 투입된다. 유아·어린이용, 평생교육용 고품질 교육방송 프로그램 제작 예산이 3억원 증액됐고, 시민 참여형 미디어 문화 확산과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 제작을 뒷받침하기 위한 공동체 라디오 관련 예산 2억원이 신규 반영됐다. 소규모 지역 채널과 비영리 커뮤니티 방송이 지역 정보 전달과 공적 담론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는 구도다.

 

위치정보 산업 지원과 디지털 스타트업 육성 예산도 포함됐다. 국내 위치정보 산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위치정보 관련 사업에는 19억원이 책정됐다. 방미통위는 이 예산을 활용해 위치기반 서비스 스타트업 등 영세 사업자의 규제 대응과 기술 고도화를 돕는 한편, 긴급구조와 치안, 교통 안전 등 공공 목적 활용을 함께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이관된 디지털 창작·혁신 사업도 편성에 반영됐다. 1인 미디어 콤플렉스 조성 41억원, 디지털 미디어 이노베이션 기술개발 97억원 등으로, 크리에이터와 미디어 창업 기업을 지원하고 차세대 영상·콘텐츠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1인 미디어 산업의 구조를 다변화하고, 국내 방송·미디어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방송미디어통신 이용자 보호 강화 분야 예산은 55억원 규모다. 최근 통신서비스 계약 분쟁과 품질 관련 민원이 늘면서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신청이 급증하자, 위원회 예산을 1억5000만원 증액해 처리 인력과 시스템을 보강한다. 통신 요금제, 약정 해지, 품질 저하 등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보다 신속히 조정해 이용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온라인피해365센터 운영 예산도 약 9억6900만원으로 증액 편성됐다. 이 센터는 사기, 명예훼손, 혐오 표현, 사이버 괴롭힘 등 각종 온라인 피해에 대한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는 창구로, 디지털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청소년과 취약 계층의 피해 구조를 조기에 끊어내는 역할이 기대된다. 방송시장 불공정 행위 조사와 외주 제작 시장의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예산도 약 6억2000만원이 반영돼, 제작사와 창작자에 대한 갑을 구조 시정이 추진된다.

 

방미통위는 내년 예산이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해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직 개편으로 방송과 인터넷, 통신을 통합 관장하게 된 만큼, 전통 방송과 온라인 플랫폼 사이의 규제 형평성과 이용자 보호 기준을 맞추는 데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방향성이다. 디지털 안전, 허위조작정보, 불법 콘텐츠 이슈가 글로벌 사회적 논쟁으로 부상한 만큼, 관련 예산 증액은 국제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산업계와 국회 일각에서는 방미통위 출범 첫해 예산의 실질 규모가 줄어든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방미통위가 과기정통부로부터 넘겨받은 방송진흥정책 분야 예산을 올해 방송통신위원회 예산 2423억원에 합산하면 약 2981억원 수준인데, 내년도 방미통위 예산은 2631억원으로 책정됐다. 단순 합산 기준으로 보면 약 11.8퍼센트 줄어든 것이다. 규제와 진흥을 함께 수행해야 하는 통합 기구의 초기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독기관과 예산지원기관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한 조정도 이뤄졌다. 아리랑국제방송과 국악방송 지원 사업은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됐다. 2025년 기준으로 각각 120억원, 52억원 규모였던 지원이 소관 부처로 이동하면서, 방미통위는 정책 집행과 재원 운용의 일치성을 확보하는 대신 직접 집행 규모는 줄어드는 효과를 감수하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이후 간부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 등 기본적인 조직 유지 예산이 충분히 복원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내년도 방송통신위원회 시설운영 예산은 8억5700만원으로, 올해보다 1억1200만원 줄었다. 행정사무 정보화 예산도 올해 11억7100만원에서 내년 9억9600만원으로 삭감됐다.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부처임에도 정작 내부 정보화와 인력 운용 재원이 줄어드는 모순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디지털 규제와 이용자 보호는 데이터·플랫폼 경제와 직결된 인프라 성격을 갖는다. 허위조작정보 대응과 메타버스 안전, 온라인 피해 상담 등 개별 사업 예산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통합 규제·진흥 기구로서의 총체적 역량을 키우기에는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도 공존한다. 산업계와 시민사회는 방미통위가 한정된 재원 안에서 어떤 분야를 우선순위에 둘지, 그리고 향후 추가 재정 보강이 뒤따를지 지켜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예산 구조가 실제 디지털 미디어 시장과 이용자 보호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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