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메시지 두고 압수수색”…김건희특검·내란특검 교차 수사 본격화
김건희 여사 의혹을 전담하는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조은석 내란특검팀과 검찰을 상대로 동시에 압수수색에 나서며, 이른바 ‘셀프 수사 무마’ 정황을 둘러싼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1년 동안 이어진 권력 수사의 무대가 두 특검의 교차 지점으로 옮겨가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잇는 권력 사슬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오전 김건희특검팀 수사관들은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내 내란특검 사무실을 시작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검찰청 등을 차례로 찾아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형식은 임의제출이지만, 내란특검이 이미 확보해 둔 박성재 전 장관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와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직접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조치로 풀이된다. 두 특검이 같은 인물을 사이에 두고 수사를 이어가는 구도는 비상계엄 1년을 둘러싼 수사 환경이 얼마나 복잡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박성재 전 장관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특검이 박성재 전 장관의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메시지에는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5월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던 시점에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취지로 문의하고, 다른 인물들의 사건 진행 상황까지 묻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박성재 전 장관 사이에 이어진 장시간 통화, 이후 진행된 수사 지휘부 인사 교체, 최종 무혐의 결론에 이르는 흐름을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란특검은 이미 박성재 전 장관을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해 왔다. 김건희 여사의 메시지 직후 박성재 전 장관이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장으로부터 명품 가방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정황,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전달한 ‘지라시’ 문건과 이후 통화, 그 직후 단행된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지휘부 인사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사적 청탁과 공적 권한 행사의 경계를 흐린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쟁점이 되고 있다. 내란특검은 특히 박 전 장관이 김건희 여사를 ‘김안방’으로 저장해 둔 연락처 명칭까지 확인한 상황으로, 세 사람을 정치적 운명공동체로 인식하며 공권력 구조 속 친밀한 네트워크를 문제 삼고 있다.
김건희특검의 이번 움직임은 내란특검이 축적해 온 수사 결과를 토대로 직권남용 혐의를 직접 겨냥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천 개입, 매관 의혹 등 여러 사건으로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다. 여기에 수사 무마 의혹이 더해질 경우 개인에 대한 사적 방어가 검찰 인사와 수사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더 나아가 비상계엄 결정 과정과 어떠한 심리적·정치적 연결을 갖는지까지 수사와 논의의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두 특검의 수사 방식은 상호 견제가 아니라 ‘퍼즐 나누기’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란특검은 비상계엄 선포와 그 전후의 내란·외환 관련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김건희특검은 그 과정에서 드러난 수사 무마 정황과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 사적 이해와 권력 행사 교차 지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구조다. 수사 영역이 겹치는 부분은 조율을 통해 분담하되, 박성재 전 장관의 메시지처럼 핵심 증거는 공유하는 방식으로 공조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교차 수사는 비상계엄 1년을 맞은 한국 사회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일부 시민들은 유튜브 중계를 통해 내란 재판의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법정의 권위와 정치적 책임 공방을 체감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특검의 이름을 단 사무실들 사이에서 압수수색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다. 권력 최상층의 행위가 얼마나 촘촘한 디지털 기록으로 남는지, 그리고 얼마나 긴 시간에 걸쳐 사법적 검증을 받는지에 대한 인식도 함께 확산되는 양상이다.
다만 특검 수사의 시간은 여유롭지 않다. 내란특검의 수사 기한은 12월 중순, 김건희특검의 수사 기한은 12월 말로 다가오고 있으며, 각종 미해결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 특검이 남긴 쟁점들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2차 종합 특검 도입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검 수사 동력이 약해질 수 있는 시점에 두 특검이 공유한 박성재 전 장관 메시지는 향후 수사 연장 요구와 제도 개선 논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은 이미 지나간 사건의 기념일이 아니라, 진행 중인 청산 과정의 한 지점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검들의 교차 수사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권력과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남은 수사 절차와 법원 판단, 정치적 후속 논의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경찰과 사법 당국은 관련 기록과 증거 분석을 이어가며 향후 수사 방향을 조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