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살해 혐의 인정되면 종신형 가능”…아들 닉, 로브 라이너 부부 사건에 1급 살인 기소 예정
현지시각 기준 16일 미국(USA)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할리우드 영화 감독 로브 라이너와 아내 미셸 라이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아들 닉 라이너에 대해 중대한 기소 방침이 발표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영화계는 물론 국제 사회에도 충격을 주며, 가족 내 범죄와 정신 건강, 약물 중독 문제를 둘러싼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검찰에 따르면 닉 라이너는 로브 라이너와 미셸 라이너를 살해한 혐의로 1급 살인 혐의 2건을 적용받아 기소될 예정이다. 검찰은 닉이 건강상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대로 정식으로 법정에 출두해 기소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급 살인 혐의가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될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서 최대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해 중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네이선 호크먼 LA 카운티 지방검사는 기자회견에서 “닉 라이너가 건강상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태임이 확인되면 정식으로 법정에 출두해 기소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형을 구형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해 향후 검찰 내부 논의와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검찰 측은 닉 라이너에게 ‘다중 살인’이란 특별 가중 사유가 적용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두 명 이상을 살해한 경우에 해당하는 이 가중 사유로 인해, 유죄가 확정될 경우 통상적인 1급 살인보다 훨씬 무거운 형량이 내려질 수 있다. 호크먼 검사는 또 닉 라이너가 범행 당시 “위험하고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은 브렌트우드 자택에서 발견된 흉기와 범행 경위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브 라이너와 미셸 라이너는 현지시각 14일 LA 브렌트우드의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을 처음 발견한 것은 딸 로미 라이너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 수색과 초기 조사를 거쳐 아들 닉 라이너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고, 이후 닉을 체포해 수감 조치했다. 사건 발생 이틀 만에 검찰이 1급 살인을 전제로 한 강경한 기소 방침을 밝히면서 사건은 정식 형사 재판 단계로 넘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닉 라이너는 오래전부터 약물 중독 등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닉과 로브 라이너가 함께 제작한 영화 ‘비잉 찰리(Being Charlie)’는 약물 의존과 재활, 가족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 당시에도 부자 관계의 복잡한 내면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비극적 사건이 알려지면서, 영화가 그려낸 갈등이 현실에서 극단적 파국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서는 가족 내부의 정신 건강 관리와 중독 치료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로브 라이너는 미국 영화계에서 가장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감독 중 한 명이다. ‘스탠 바이 미(Stand by Me)’,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 ‘미저리(Misery)’, ‘어 퓨 굿 맨(A Few Good Men)’, ‘프린세스 브라이드(The Princess Bride)’,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플립’, ‘스토리 오브 어스’, ‘산타모니카 인 러브’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하며 전 세계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세대를 아우르는 필모그래피를 남긴 거장 감독이 자택에서 피살됐다는 소식에 할리우드와 해외 영화계는 큰 충격과 애도를 표하고 있다.
미셸 라이너는 사진작가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해 왔으며, 사진 에이전시 겸 프로덕션 회사인 라이너 라이트(Reiner Light)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현지 언론은 미셸이 로브와 함께 영화 관련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활동을 지원해 온 인물이었다며,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비극이 “할리우드의 한 시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전하고 있다.
BBC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이번 사건을 집중 조명하며, 미국 내 총기와 흉기 범죄, 가족 간 살인 사건의 증가 추세와 맞물려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매체는 닉 라이너의 오랜 약물 문제와 정신적 고통이 충분히 관리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미국의 약물 중독 대응 시스템과 정신 건강 의료 인프라의 취약성을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닉 라이너의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정신 감정 결과와 약물 사용 이력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1급 살인과 다중 살인 가중 사유가 적용된 만큼, 책임 능력이 인정될 경우 사실상 종신형에 가까운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제사회와 영화계는 이번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또 미국 사회가 중독과 가족 폭력 문제에 어떤 해법을 모색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