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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바이오 3년내 미국추격 전망…NSCEB, 기술격차 경고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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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 속도가 미국의 국가안보 의제로 떠올랐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가 공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약 3년 안에 미국의 바이오기술 역량을 추격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의 글로벌 바이오 리더십 유지 전략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임상시험 제도 개혁과 바이오 제조 역량 강화, 공격적인 기술 도입을 앞세워 바이오 혁명의 주도권 경쟁에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바이오가 미래 안보와 산업 패권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면서, 향후 수년간 정책 방향이 글로벌 기술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신흥 바이오기술 국가안보위원회 NSCEB는 최근 미국의 글로벌 바이오 기술 리더십 유지를 위한 입법·행정부 대상 권고사항을 담은 종합 보고서를 발간했다. NSCEB는 바이오기술과 바이오 제조, 관련 첨단기술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미국이 다가오는 바이오 혁명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략을 제시하는 초당적 자문기구다. 상원과 하원 의원뿐 아니라 산업계, 학계, 정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이번 보고서는 2년에 걸친 연구와 민간·공공 전문가와의 심층 협의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중국 바이오의 질적 성장 속도에 대한 경고다. NSCEB는 중국이 지난 20년 동안 바이오기술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고 지속적인 투자와 규제 개혁을 단행한 결과, 빠르게 글로벌 바이오 지배적 위치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이 향후 3년 안에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중국에 뒤쳐질 위험이 크고, 일단 벌어진 격차는 회복이 어려운 구조적 좌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 처방도 제시됐다. NSCEB는 미국 정부가 향후 5년간 최소 150억달러를 바이오기술 관련 분야에 투자해 민간 자본 유입을 촉진할 것을 권고했다. 공공 투자로 고위험·장기 R&D를 뒷받침하고, 이를 마중물로 벤처캐피털과 대형 제약사의 투자를 끌어내 바이오 생태계 전체의 혁신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위원회는 이를 통해 미국이 바이오 제조 인프라와 핵심 기술에서 우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의약품 공급망과 첨단 바이오 방위 역량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제도 개혁은 특히 임상시험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임상시험 규정을 전면 개편하며 한때 세계에서 가장 느리다고 평가되던 승인 절차를 가장 빠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 전환점으로 꼽히는 것이 2018년 도입된 묵시적 승인 제도다. 해당 제도는 규제 당국이 정해진 심사 기간 안에 반대 의견을 내지 않으면 신약 임상시험을 자동으로 개시할 수 있게 허용하는 구조다. 과거에는 명확한 마감 시한 없이 승인에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묵시적 승인 도입 이후 개발사의 시간·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 속도전뿐 아니라 품질 수준과 국제 규범 정합성도 맞춰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임상 데이터 품질과 제조 기준 전반을 국제 규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단계적으로 정비해 왔고, 이 과정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 거래 구조도 빠르게 바뀌었다. NSCEB 보고서가 인용한 수치에 따르면 2022년만 해도 중국 기업이 체결한 라이선스 계약 가운데 선불금 규모가 최소 5천만달러에 이르는 거래 비중은 5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4년 1분기에는 이 비중이 42퍼센트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중국산 의약품과 플랫폼 기술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수백만에서 수십억달러 규모 자금 투입을 검토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임상시험 수행량에서도 중국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세계보건기구 WHO 국제 데이터베이스 기준 7100건이 넘는 임상시험을 등록해 약 6000건 수준인 미국을 넘어섰다. 임상시험 등록 건수는 후보물질 발굴과 임상개발 인프라, 환자 모집 역량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중국이 실험실 단계 연구를 넘어 상용화 직전 단계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중국 개발 신약이 글로벌 허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구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NSCEB는 장기 전망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인 혁신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현 추세가 유지될 경우 중국에서 개발된 의약품이 2040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 FDA 허가의 35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미국 내 허가된 의약품 대부분이 미국·유럽 중심의 다국적 제약사 제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허가 포트폴리오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발 제품이 되는 셈이다. 이는 미국 의료 시스템과 보험 체계, 의약품 가격 구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화로 해석된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보면 중국의 약진은 단순한 생산기지 확대가 아니라 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려 있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기반 후보물질 탐색, 세포·유전자 치료제, 합성생물학 등 차세대 바이오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배치하고, 임상·제조 인프라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반면 미국은 규제 복잡성과 예측 가능한 장기 투자 프로그램 부족이 민간의 리스크 테이킹을 제약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NSCEB가 3년이라는 구체적 시한을 언급한 것도 이 격차가 기술력 자체보다는 제도·투자 환경에서 빠르게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규제 환경에 대한 우려도 짚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자국 바이오 산업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 도구를 적극적으로 가동하지 않을 경우, 중국이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확보한 경쟁 우위가 머지않아 극복이 어려운 격차로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는 연구비 지원과 세제 혜택뿐 아니라, 바이오 제조시설 리쇼어링, 핵심 장비와 원부자재 공급망 다변화, 안전한 데이터 인프라 구축 등 종합적인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응 여부가 글로벌 바이오 산업 지형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중국이 임상과 허가, 기술 거래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동안 미국이 규제 혁신과 전략 투자를 통해 리더십을 재정의하지 못하면, 신약 파이프라인과 생산 거점은 점차 중국·아시아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동시에 바이오 기술이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양국의 경쟁이 공급망 분절과 기술 블록화를 가속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산업계는 NSCEB의 경고와 권고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 미국 바이오 생태계가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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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eb#중국바이오#미국바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