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 추가 제재에 국제유가 5% 급등”…미국·EU 압박, 글로벌 시장 변동성 확대
현지시각 23일, 미국(USA)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에너지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 방침을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2월물 선물이 오전 10시 30분 기준 전장 대비 5.15% 오른 배럴당 61.51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2월물도 5.00% 상승해 배럴당 65.72달러에 거래됐다. 단 하루 만에 5% 내외의 상승세가 이어지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불성실을 이유로 전날 루코일, 로스네프트 등 대형 석유회사 및 자회사에 금융·거래 제재를 추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EU 역시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 등 ‘19차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대 서방 세력이 러시아 에너지산업을 겨냥해 동시에 압박 강도를 높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내 주요 국영 에너지기업들은 공식 발표 직후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일시 중단하거나 유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서방의 금융 제재 영향으로 러시아 원유 구매처를 다각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인도 역시 고려 대상임이 시장 일각에서 전해진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미국의 추가 제재로 중국, 인도 등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들이 금융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거래선을 다양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분석가도 “인도의 정책 방향, 러시아의 신흥시장 개척 여부 등에 따라 단기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전례를 근거로 실질적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 글로벌 시장 분석 책임자는 “지금까지의 대러시아 제재가 러시아 원유 생산과 수익에 결정적 타격을 주지 못했다”며 “이번 조치도 단기 급등 외에 장기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미국과 EU의 러시아 제재 확대가 에너지시장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아시아 주요국들의 수입 패턴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제유가의 상방 압력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글로벌 투자자들과 각국 정책결정자들에게 변동성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제재 조치가 글로벌 에너지 질서와 러시아의 시장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