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맥주 빈캔 수집”…팬덤 굿즈 전쟁에 리셀 플랫폼도 주목
편의점과 아티스트, 그리고 온라인 리셀 플랫폼이 결합한 O2O 유통 구조가 팬덤 문화까지 파고들고 있다. 최근 한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초등학생 팬의 손편지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단순 음료가 팬덤 굿즈처럼 소비되는 현상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정판 협업 주류와 이를 둘러싼 디지털 리셀 생태계가 향후 리테일 테크 경쟁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편지를 쓴 초등학생은 자신을 또래 주민에게 소개한 뒤 지드래곤의 신곡 파워 파워를 언급하며 열성 팬심을 드러냈다. 이어 최근 GS25와 지드래곤의 협업으로 출시된 맥주를 직접 살 수 없어 서운했다는 사연을 적고, 동네 주민이 GS25에서 지디 맥주를 샀다면 맥주가 아닌 빈 캔만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을 향해 10살이라는 나이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지드래곤 맥주 그림까지 직접 그려 넣어 수집 의지를 표현했다.

해당 게시물을 본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정성이 귀엽다며 부모가 구매해 함께 마신 뒤 캔을 물려주면 좋겠다는 의견부터, 자신이 대신 사주고 싶다는 댓글까지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는 최근 지드래곤 콘서트에서 초등학생 팬이 부모와 함께 방문해 드레스코드까지 맞춰 오는 모습을 봤다며, 초등생 팬층이 체계적으로 굿즈 소비에 참여하는 흐름을 언급했다.
업계는 이 같은 반응이 단순한 미담을 넘어, 오프라인 상품이 곧바로 디지털 커뮤니티와 리셀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본다. 실제로 지드래곤 맥주를 포함한 한정판 협업 주류는 출시 직후 수량이 소진되며,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과 한정판 리셀 앱에서 빈 캔이나 패키지만 따로 거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정 수량이 명시되고 구매 이력이 디지털로 남는 구조가, IT 기반 정품 인증과 거래 이력을 결합한 리셀 프로세스와도 맞물리는 모습이다.
GS25는 지난달 일본 양조장 시타치노네스트, 그리고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이 디자인 제작에 참여한 데이지메일 맥주를 선보였다. 판매는 자체 애플리케이션 우리동네GS의 와인25플러스 서비스를 통해 사전예약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매일 888세트씩, 총 2664세트 약 1만6000캔이 준비됐고, 매일 1분 만에 매진됐다. 모바일 앱 기반 사전예약과 재고 배분 알고리즘, 실시간 결제 시스템이 결합된 리테일 테크 구조가 수요 폭증 상황에서도 빠른 완판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특히 이번 협업은 편의점 유통망, 패션 브랜드, 주류 제조사가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결합하는 전형적인 O2O 모델로 평가된다. 앱에서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실물 상품은 각 점포나 물류망을 통해 전달하는 구조다. 팬덤 입장에서는 콘서트 티켓 예매 경험과 유사한 디지털 구매 경험을 맥주까지 확장해 누리는 셈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를 축적해 이후 타깃 마케팅과 추가 협업을 기획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런 IP 협업 주류와 굿즈형 패키지 전략이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인기 애니메이션, 게임, K팝 아티스트와 연계한 한정판 음료와 주류가 각종 편의점 앱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팔리며, 관련 굿즈와 패키지는 리셀 플랫폼에서 프리미엄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빈 캔과 라벨만을 모으는 팬층을 겨냥해, NFC 태그나 QR코드를 넣어 디지털 포토카드와 연동하는 시도도 나타났다. IT 기술을 활용해 실물 패키지를 디지털 굿즈로 전환하는 구조다.
국내에서는 주류 규제와 청소년 보호 기준으로 인해 미성년자는 맥주를 구매하거나 마실 수 없다. 다만 초등학생 팬이 이번 사례처럼 빈 캔을 수집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음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청소년 대상 마케팅 오해를 피하기 위해, 애초 패키지 콘셉트와 노출 채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앱 기반 사전예약 과정에서 연령 인증을 강화하고, 주류 광고 심의 기준에 맞춰 팬덤형 브랜딩을 조정하는 전략이 병행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지드래곤 맥주 사례를 비롯한 한정판 협업 주류 열풍이 단기간 유행을 넘어, 디지털 리테일과 팬덤 비즈니스 결합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한 유통 IT 업계 관계자는 팬덤 기반 협업 상품은 판매량보다 데이터와 팬 행동 분석 가치가 더 크다며, 앱과 리셀 플랫폼을 잇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구축되면 아이돌, 패션, 편의점, 주류를 잇는 새로운 디지털 상권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이런 리테일 테크와 팬덤 경제의 결합이 실제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 그리고 규제와 윤리 기준과의 조화를 어떻게 맞출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