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천일고속 30만 원 돌파”…강남 고터 재개발 기대감에 품절주 랠리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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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고속 주가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기대에 급등하며 단기간에 수 배 상승했다. 12월 2일 오후 장중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부지 복합개발 이슈가 부각되며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양상이고, 시장에서는 자산 가치 재평가가 본격화되며 단기 변동성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적보다는 보유 부동산 지분에 쏠린 관심이 현재 주가를 이끌고 있다며, 규제와 개발 일정 변수에 따라 향후 조정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일 장중 기준 천일고속 주가는 307,000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29.81% 급등했다. 시가총액은 4,387억 원으로 코스피 493위 수준이며, 상장주식수는 142만9,220주에 그쳐 유통 물량이 적은 품절주 특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주가는 5일, 20일, 60일 이동평균선을 모두 수직 돌파하며 지난 6개월간의 횡보 구간을 벗어나 역사적 신고가 영역으로 진입했다.

[특징주 분석] 강남 고터 재개발 기대감… 천일고속 자산가치 수급 탄력 강화
[특징주 분석] 강남 고터 재개발 기대감… 천일고속 자산가치 수급 탄력 강화

주가 랠리는 11월 중순 본격화됐다. 11월 19일 첫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25일까지 5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과열에 따른 하루짜리 매매거래 정지 조치 이후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이후 7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며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4만 원대였던 주가가 30만 원을 넘어섰다. 상승률은 약 700%에 달하는 수준으로, 거래소의 투자경고종목 지정과 반복된 거래정지에도 매수세가 우위를 유지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1개월 누적 기준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보였고, 11월 28일에는 1만1,010주를 순매도한 뒤 관망세로 돌아섰다. 기관은 소폭 매수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1주일 동안 외국인과 기관 모두 적극적인 포지션 구축보다는 단기 차익 실현과 관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통 주식수가 적은 상황에서 개인의 공격적 매수 주문이 가격을 밀어 올리는 전형적인 품절주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의 복합개발 계획이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최고 60층 규모의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 등으로 개발하는 안을 놓고 신세계센트럴시티와 사전협상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개발이 가시화될 경우 강남 핵심 요지의 토지 가치가 대폭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며, 관련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자산 가치 재평가로 연결되는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천일고속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운영법인의 지분 16.6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최대주주인 신세계센트럴시티 다음으로 큰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개발 성과에 따른 지분 가치 상승 기대가 집중되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천일고속이 기존에는 단순 운송업체로 인식됐으나, 이번 이슈를 계기로 막대한 강남권 부동산 지분을 보유한 자산주로 평가가 전환됐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영업 실적보다는 보유 자산의 잠재 가치가 현재 시가총액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논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재무 지표와 수익성은 주가 흐름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 천일고속 매출액은 111억 원이며, 영업이익은 13억 원 적자, 당기순이익은 14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79.81%로 전년 대비 크게 뛰었고, 당좌비율은 15.05%에 그쳐 유동성 부담도 적지 않다. 적자 상태라 PER은 산출되지 않고 있으며, PBR은 3.24배로 업계 평균 수준이지만 실적 대비 주가 상승 속도가 가팔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종 내 비교에서도 특성이 뚜렷하다. 동종 운송·모빌리티 업종인 롯데렌탈, 쏘카 등과 비교하면 천일고속은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에서 열위에 있다. 그러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이라는 독보적인 자산을 기반으로 최근 주가 퍼포먼스에서는 업종 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재개발 모멘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른바 테마 장세가 형성되면서, 펀더멘털보다 개별 재료가 주가를 주도하는 전형적 패턴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시장 전반으로는 관련 테마 확산도 확인된다. 동양고속 등 일부 운송 관련주들도 동반 강세를 보이며 교통·모빌리티 섹터가 재개발 기대 수혜주 군으로 묶이는 양상이다. 다만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 계획은 아직 협의 초기 단계로, 구체적인 사업 구조나 수익 배분 방식, 인허가 일정 등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향후 진척 속도에 따라 기대가 조정될 여지도 존재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현재 30만 원 선이 강력한 심리적 변곡점으로 거론된다. 추가 상승 시 역사적 신고가 갱신 시도가 이어질 수 있으나, 상한가 행진이 멈추는 시점에 대규모 차익 실현 물량이 출회될 경우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25만 원선 이탈 시 단기 조정 국면이 심화될 수 있다는 시각과 함께, 향후 거래량 축소 여부가 추세 전환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장을 자산 가치 재평가와 개발 호재가 결합된 전형적인 뉴스 중심 테마 장세로 본다. 서울 핵심 입지의 대규모 개발이라는 이슈가 유통 주식수가 적은 품절주 구조와 맞물리며 매물 공백을 키웠고, 투자경고종목 지정과 매매거래 정지에도 수급이 쉽게 꺼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향후 개발 계획 변경이나 지연, 대주주 지분 변동 같은 이벤트 발생 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레버리지 투자나 단기 추격 매수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도 함께 나온다.

 

향후 주가 흐름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구체화 정도와 천일고속 본업의 실적 개선 여부에 좌우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나올 서울시와 사업자 간 협상 결과, 인허가 일정, 사업 구조 공개 등 후속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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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고속#서울고속버스터미널#강남고터재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