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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 따라 걷는다”…양양 가을여행이 전하는 평화의 순간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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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을 향한 마음은 늘 일상보다 한 발 앞서 출발한다. 요즘 양양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단순한 바다 여행지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문화와 휴식, 자연까지 한 번에 담는 여행자의 일상이 됐다.  

SNS에선 동해 바다 인증샷, 시골 논뷰 베이커리, 서핑보드 옆의 햇살 가득한 루프탑 사진이 연일 올라온다. 파도 소리 위로 깃드는 평화로움, 화려하지 않지만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공간들이 바로 양양만의 표정이다.

 

하조대 해변의 복합문화공간 더 스탠드에서는 바닷가 풍경과 세련된 인테리어, 커피 한 잔이 만난다. 주말 저녁이면 라이브 DJ와 펍의 젊은 활기, 낮에는 루프탑 풀에서 바라보는 오션뷰의 고요함이 교차한다. 직접 경험한 한 여행자는 “바다 내음에 젖은 채 인피니티 풀에 떠 있으면, 일상의 소음이 잦아드는 기분이 들었다”고 표현했다.

하조대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하조대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시골 마을 풍경을 그대로 담은 여운포리빵집에서는 논 풍경을 바라보며 갓 구운 빵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해가 낮게 드리우는 늦가을 오후, 아늑한 내부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느릿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사진이 많이 공유된다. “창밖의 논이 눈에 담기면, 복잡했던 생각마저 고요해지는 기분이었다”는 반응도 많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강원도 관광자료에 따르면 2030 세대 2인 이하 방문객, 특히 혼자 혹은 반려견과 함께 떠나는 소규모 여행이 크게 늘었다. SNS와 지역별 검색량에서도 ‘양양 감성 카페’, ‘가을 서핑’, ‘한적한 베이커리’ 등 키워드가 상위권에 올랐다.

 

죽도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한 서핑 문화도 활기를 더한다. 가을의 선선한 공기 속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거나 잔잔한 파도를 배경으로 사색에 잠기는 이들이 있다. “파도 소리에 하루의 무게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는 여행 후기들이 공감을 얻는다.

 

양양의 매력을 묻자, 트렌드 칼럼니스트 김서연 씨는 “이곳의 본질은, 자연과 접촉하며 자기만의 리듬을 찾는 데 있다”고 털어놨다. 독특한 복합문화공간, 가족과 반려동물이 함께 쉬어가는 식당, 시골의 풍경이 어우러진 카페가 잔잔한 위로를 준다는 설명이다.

 

피빙 양양점은 신선한 수제 피자와 함께 논뷰, 바닷길, 특색있는 맥주로 ‘양양식 미식 코스’를 제안한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고객들이 많은 것도 눈에 띈다. 소박한 재료, 느리게 만들어진 음식이 오히려 더 단단한 기억을 남긴다고들 말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양양은 조용함도, 활기도 모두 품은 곳”, “올해엔 큰 데 가지 말고, 동해 작은 마을에서 푹 쉬고 싶다”는 피드백이 쏟아진다. 어느새 계절마다 달라지는 바다색, 루프탑의 햇살, 논의 흔들림까지 양양 여행의 일부가 됐다.

 

하조대전망대에서 만나는 시원한 오션뷰와, 고요한 마을 풍경 속에서 느끼는 여유.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양양 여행은 단지 트렌드가 아니라, 바쁨 대신 느림을 배우는 새로운 삶의 리듬이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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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더스탠드#죽도해수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