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약 AR1001 작용기전 美특허…아리바이오, 2040년까지 독점 기반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국내 바이오기업이 특허 방어력을 강화하며 장기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복합 기전 치매 치료제 AR1001이 미국에서 작용기전 특허를 확보하면서, 상용화 시 제네릭 진입을 늦추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판매 전략에도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향후 임상 3상 결과와 코스닥 상장사와의 합병 일정이 맞물리며 치매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 재평가가 본격화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20일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의 작용기전에 대한 특허 등록 통지서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 특허는 단순 물질 특허를 넘어 약물이 알츠하이머병에서 어떤 경로로 치료 효능을 발휘하는지에 대한 핵심 원리를 청구항으로 묶어 보호하는 형태다. 회사 측은 미국 특허 당국이 AR1001의 복합적인 효능을 고유하고 독창적인 기술로 인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AR1001은 다중기전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설계된 경구용 후보물질이다. 기본 구조는 PDE5 억제제 계열로, 뇌 혈관 확장과 혈류 개선을 유도하는 약물 작용을 바탕에 둔다. 여기에 더해 뇌 속 신경세포가 스트레스와 독성 단백질 축적으로부터 죽어가는 과정을 억제하고, 손상된 단백질을 세포 내에서 분해·청소하는 자가포식 기전을 활성화하는 점이 특징으로 제시됐다. 또 시냅스 가소성 회복을 통해 신경세포 간 정보 전달 능력을 되살리는 기전도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단일 표적을 겨냥하는 기존 약물과 달리, 혈류·세포 보호·단백질 제거·시냅스 기능을 동시에 겨냥하는 다중 타깃 전략으로 알츠하이머병의 복합 병태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항체 주사제가 주목을 받았지만, 투여가 정맥주사 위주이고 비용 및 투약 편의성에서 한계를 드러내 왔다. AR1001처럼 경구로 복용 가능한 후보물질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외래 환경에서의 장기 복용이 수월해지고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혈류 개선과 세포 내 독성 단백질 제거를 동시에 겨냥하는 메커니즘은 인지 기능 저하의 속도를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특허로 아리바이오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AR1001의 독점권을 대폭 연장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 회사에 따르면 미국 특허의 기본 존속기간은 2040년까지이며, 국가별 존속기간 연장 제도를 활용할 경우 최장 2043년까지 보호 범위를 넓힐 여지도 있다. 물질 특허에 더해 작용기전 특허가 결합되면, 후발 제네릭이 동일 기전을 그대로 모방하기 어렵게 돼 우회 설계나 새로운 임상 근거 마련이 필수적인 구조가 된다. 제약업계에서는 이 같은 특허 포트폴리오가 실제 시장 진입 후 10년 이상 독점 매출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미국 작용기전 특허 확보에 대해 임상 3상 완료 후 상업화 단계에서 제네릭 진입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R1001이 시장에 출시될 경우 약 15년 이상 독점적인 가격 결정권과 판매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허 전략이 향후 라이선스 아웃 협상이나 공동개발 파트너십에서도 가치 산정의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빅파마를 중심으로 항체 주사제와 소분자 경구제 간 경쟁이 병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의약품이 조건부 및 일부 본허가를 받으며 보험 적용 범위와 투약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AR1001과 같은 다중기전 경구제는 기존 항체 치료제와의 병용요법이나 경증·초기 환자군에서 차별화 포지셔닝을 시도할 여지도 있다. 해외에서는 다중기전 접근 자체는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실제 환자 대상 임상에서 어느 수준의 인지 기능 개선과 안전성을 입증할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려 있다.
정책 측면에서 알츠하이머 신약은 각국 보건당국의 재정 부담과 직결돼 허가와 급여 심사 과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미국 FDA와 유럽 규제기관은 아밀로이드 축적 감소 같은 대리지표뿐 아니라 장기 추적 인지 기능 개선 데이터를 점차 더 중시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구용 다중기전 약물은 투약 편의성과 비용 측면에서 이점을 가질 수 있지만, 장기간 복용에 따른 안전성과 약동학 데이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아리바이오는 현재 코스닥 상장사 소룩스와의 합병도 추진 중이다. 합병 예정 기일은 내년 2월 24일로 잡혀 있으며, 신약 파이프라인과 상장사 플랫폼을 결합해 자금 조달과 글로벌 사업화를 가속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특허 확보로 AR1001의 자산 가치가 뒷받침된 만큼, 합병 이후 파이프라인에 대한 투자 유치와 기술 수출 협상에서도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경쟁에서 작용기전 특허와 임상 데이터의 결합이 기업 가치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신약 개발 분야 관계자는 다중기전 경구제는 상용화에 성공하면 환자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지만, 임상 3상에서 실제로 증명되는 인지 기능 개선 폭과 안전성 프로파일이 산업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AR1001이 미국 특허를 발판으로 글로벌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