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내성 겨냥 신약 플랫폼…현대ADM, 면역항암 병용 1상 시작
세포외기질의 비정상적 경직을 풀어 항암제 효과를 되살리겠다는 시도가 본격 임상 단계에 들어섰다. 현대ADM바이오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페니트리움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삼중음성유방암과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의 병용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약제나 유전자 변이 탓으로만 여겨지던 항암 내성에 미세환경 기전을 정면으로 겨냥한 국내 첫 임상이라는 점에서 항암 전략 패러다임 전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ADM바이오는 10일 페니트리움과 키트루다 병용 투여를 골자로 한 초기 임상 시험계획이 규제당국 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대상 질환은 표준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예후가 나쁜 삼중음성유방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기존 항암 요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 환자를 중심으로 안전성과 내약성, 초기 유효성 지표를 확인하게 된다. 회사는 이번 시험에서 페니트리움이 실제 환자에서 가짜내성 병리 기전을 얼마나 완화하는지, 나아가 면역항암제의 작용을 강화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현대ADM바이오가 정의한 가짜내성은 약물 분자 자체의 한계나 암세포 유전자 변이가 아닌, 종양 주변 미세환경의 물리적 장애로 인해 치료 효과가 차단되는 현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암세포를 둘러싼 세포외기질이 비정상적으로 딱딱해지면서 약물과 면역세포가 종양 내부로 충분히 침투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표면상으로는 약을 써도 반응하지 않는 내성처럼 보이지만, 암세포 수준의 획득 내성과 구분되는 별도 병리 축이라는 설명이다.
페니트리움은 이 세포외기질을 연화해 암 미세환경의 구조적 장벽을 허무는 플랫폼형 신약 후보로 설계됐다. 섬유질 단백질과 기질 성분 간 비정상적인 결합을 조정해 ECM의 경직도를 낮추고, 종양 조직 내 간격을 넓혀 혈류와 약물, 면역세포 이동 경로를 되살리는 원리다. 회사 쪽은 이 과정에서 기존 항암제의 조직 내 농도가 높아지고, 면역세포가 종양 깊숙이 도달할 수 있어 약제 반응률과 반응 지속 기간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약을 바꾸지 않고도 투과성을 조절해 전반적인 치료 효과를 끌어올리는 보조 플랫폼이라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이번 임상 1상은 면역항암제로 글로벌 표준 위치를 확보한 키트루다와의 병용을 통해 이 개념을 실제로 검증하는 단계다. 면역항암제는 종양을 공격하는 T세포의 브레이크를 해제하는 기전이지만, T세포가 아예 종양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회사는 페니트리움이 암 조직을 둘러싼 ECM 장벽을 풀어 이른바 냉각 종양을 뜨거운 종양으로 전환하면,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관문억제제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전신 독성이 큰 세포독성 항암제나 방사선과 달리, 미세환경 물리 특성만을 조정하는 접근이라 병용 안전성 면에서도 이점이 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적용 암종 선정도 미세환경 공략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삼중음성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와 HER2 발현이 모두 음성인 고위험 종양으로, 표적 치료제가 제한적이고 재발률이 높다. 비소세포폐암 역시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환자에서 1차 치료 실패와 내성이 문제로 남아 있다. 두 암종 모두 종양 미세환경이 강하게 섬유화돼 ECM 경직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페니트리움의 효과를 관찰하기에 적합한 모델로 평가된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보면, 종양 미세환경을 겨냥한 치료 전략은 글로벌 제약사에서도 관심이 높지만 아직 상용화된 약물은 드물다. 세포외기질을 분해하거나 종양 주변 섬유아세포를 조절해 약물 침투를 높이려는 시도들이 진행 중이나, 독성 관리와 표적 특이성 확보가 과제로 지적돼 왔다. 현대ADM바이오가 플랫폼형 가짜내성 조절 약물을 앞세워 국내에서 임상 단계에 진입한 만큼, 향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진행 중인 미세환경 타깃 신약과의 비교 데이터가 경쟁 포지셔닝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면역항암제 병용으로 의미 있는 반응률 개선이 입증되면,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개발이나 라이선스 아웃 논의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향후 적응증 확장 전략도 병용 조합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회장은 이번 유방암과 폐암 임상에서는 키트루다 같은 면역항암제와 함께하지만, 전립선암 임상에서는 호르몬 치료제와의 조합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립선암처럼 호르몬 축을 겨냥하는 표적 치료가 표준인 암종에서도 종양 주변 ECM 경직이 치료 반응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가짜내성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고형암에 걸친 공통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규제 측면에서는 식약처가 기존 항암제와의 병용이라는 점을 감안해 안전성 데이터 축적을 중시할 전망이다. 초기 용량 상승 단계에서는 약동학과 약력학 지표, 면역세포 침윤도 변화, 종양 내 ECM 마커 변동 등 탐색적 바이오마커가 함께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향후 후기 임상 단계에서 실제 생존 연장과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허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가짜내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새롭기 때문에, 이 기전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조직·영상·혈액 기반 평가 체계 구축도 과제로 남는다.
업계 전문가들은 종양 미세환경을 건드리는 전략이 항암제 개발의 세 번째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본다.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암 치료 성과를 좌우하는 요소가 약물과 암세포, 그리고 미세환경이라는 세 기둥임을 감안하면, 미세환경을 전제로 한 플랫폼 약물의 성공 여부가 향후 고형암 치료 전략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현대ADM바이오의 이번 1상이 가짜내성 개념을 실제 환자 데이터로 입증할 첫 시험대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플랫폼이 다양한 글로벌 항암 파이프라인과 어떻게 결합해 시장에 안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