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테슬라·현대차 재편 구도”…글로벌 전기차 1천700만대→중국 집중 심화
세계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도, 그 성장의 무게중심은 중국으로 한층 더 기울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25년 12월 3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 세계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가 1천710만2천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1천362만5천대에서 25.5% 증가했다고 밝혔다. 물량은 확대되고 있으나 완성차 업체별 점유율과 지역별 성장 속도는 첨예한 대비를 드러내며, 향후 전기차 공급망과 통상 질서를 둘러싼 갈등의 전조로 해석되고 있다.
브랜드별로 보면 중국 BYD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332만2천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유럽 헝가리·터키와 동남아 태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에 이르는 다중 생산거점 확충 전략을 통해 관세와 보조금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 결과로 평가된다. BYD는 승용 모델뿐 아니라 상용차와 소형 전기차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 가격대와 용도 측면에서 선택지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중국 내수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보급형 전기차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위는 중국 지리그룹으로, 판매량은 178만대에 달해 전년 대비 64.7%라는 고성장을 기록했다. 지리그룹은 소형 전기차 수요를 포착하는 한편, 프리미엄 전기 브랜드 지커를 축으로 브랜드 피라미드를 재편하며 수익성과 이미지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 테슬라는 전년 동기보다 7.7% 감소한 130만8천대에 머물며 3위로 내려앉았다. SNE리서치는 주력 차종 모델3와 모델Y의 판매 감소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으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와의 격차, 북미와 유럽에서의 정책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지역별 성적은 더 분명한 구조 변화를 보여준다. 유럽에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5% 줄어든 21만대에 그쳤고, 중국에서도 8.4% 감소한 45만9천대를 기록하며 핵심 시장 대부분에서 후퇴했다. 북미의 경우 51만6천대를 기록해 8.4%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 9월 말 일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세액공제가 예상보다 이르게 종료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세제 지원이 축소되자 소비자들은 구매를 보류하거나 보다 저렴한 대안을 탐색했고, 결과적으로 고가 전기차 중심의 수요 구조에 균열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8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산한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약 52만9천대로 집계됐다. 순수전기차 부문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3가 판매를 견인했고, 캐스퍼 인스터 EV, EV5, 크레타 일렉트릭 등 소형 및 신흥 시장 전략형 모델이 새로 투입되며 제품군 내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NE리서치는 현대차그룹이 고부가가치 전동화 플랫폼과 시장별 맞춤형 차종 전략을 병행해 중장기 경쟁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14만8천대를 인도해 테슬라와 GM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는 13% 감소했음에도 포드, 스텔란티스, 도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경쟁사를 제치며 점유율을 방어했다. 북미 전반의 전기차 수요 증가율 둔화와 세액공제 축소라는 역풍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 확대와 인플레이션감축법 세부 규정 대응을 통해 전기차 가격과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을 줄여나갈 경우, 향후 회복 국면에서 한층 높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역별 수요 구조를 보면, 세계 전기차 시장의 중심축은 명확히 중국으로 기울어 있다.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한 1천89만4천대로 집계됐으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63.7%에 달했다. 내수 성장률은 과거에 비해 둔화했지만 중저가 위주의 보급형 전기차와 상용차 전동화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며 양적 성장과 산업 내재화를 병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완성차 기업이 내수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유럽과 신흥 시장에 가격 경쟁력 높은 전기차를 대량 공급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유럽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32.9% 증가한 335만7천대를 기록하며 점유율 19.6%에 이르렀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일부 국가의 보조금 조정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 의무 판매 비율 상향, 내연기관차 퇴출 일정 등 규제 기반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유럽 내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 확대를 둘러싼 통상 관련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향후 관세 인상이나 인증 규제 강화와 같은 정책 수단이 시장 판도를 다시 흔들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북미 시장은 155만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으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1%로 1.8%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된 이후 10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50%, 전년 동월 대비 3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정책 의존도가 높은 수요 구조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보조금과 세제 혜택이 축소되는 환경에서 소비자는 충전 인프라, 잔존가치, 유지비용 등 보다 실질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구매를 재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가격 인하와 품질 경쟁, 서비스 경쟁을 동시에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새로운 성장축이 형성되는 조짐도 관찰된다. 해당 지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97만3천대를 기록했고, 글로벌 점유율은 5.7%로 집계됐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는 중국 업체와 한국, 일본 업체가 생산거점을 앞다퉈 확보하며 내수와 수출을 겸한 ‘제3의 전기차 생산 허브’를 구축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관세와 물류비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각국 정부가 전기차를 제조업 고도화와 수출 확대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SNE리서치는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역별 수요 구조와 정책 환경의 차이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내수와 대외 균형을 중시하는 중국의 정책 방향이 배터리 원자재 조달, 완성차와 부품 가격 구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물론 통상 규범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산업이 이제 보조금에 이끌리던 초기 확산 단계를 지나, 각국의 산업 정책과 통상 전략, 기술 경쟁력이 교차하는 복합적 경쟁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