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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조작기소 따져보자"…민주당, 국정조사 재가동 카드에 특검까지 거론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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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검찰 사이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잠시 유보하는 듯했던 대장동 사건 국정조사를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돌아서며, 검찰의 이른바 조작 기소 의혹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30일 국정조사 추진 방향과 관련해 통화에서 페이드 아웃, 서서히 사라지는 수순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야당과 합의가 안 되면 민주당이 처음부터 추진하려 했던 국정조사로 가면 된다고 언급해, 독자 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기류 변화의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감찰 지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항소 포기 방침에 반발해 집단 퇴정한 검사들에 대해 엄정한 감찰을 지시했다.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에 집단 퇴정 사태까지 겹치자, 이 대통령이 강경 대응을 주문한 뒤 민주당 안에서 검찰을 겨냥한 국정조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기류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구상하는 국정조사의 핵심 타깃은 항소 포기 결정 그 자체라기보다 검찰의 조작 기소 의혹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13일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방침을 밝히면서 정치 검사의 부끄러운 민낯, 기획 수사와 조작 기소의 모든 과정을 국민께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능과 부패를 숨기기 위해 거짓과 항명을 선동한 정치 검사들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른바 조작기소 국정조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누적된 검찰권 오남용 사례 전반을 포괄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당 정치검찰조작기소대응 특별위원회는 대장동 1심 재판의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에 대해 조작 의혹을 제기해 왔고,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도 조작 기소 사례로 판단하고 있다.

 

특위 부위원장인 이건태 의원은 19일 발언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표적 수사한 모든 사건의 본질과 실체가 정적 죽이기 조작기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쇄 기소와 수사가 정치 목적에 맞춰 설계됐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을 이어가며, 국정조사를 통한 실체 규명 필요성을 부각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조작 기소 정황이 보다 명확해질 경우 특검 도입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검토하고 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국정조사를 통해 그간 제기된 조작기소 의혹을 한꺼번에 정리한 뒤 특검으로 갈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민주당으로선 조작기소 국정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조와 특검을 연계한 이 같은 전략은 장기전에 대비한 로드맵 성격을 띠고 있다.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민주당이 의석 수 우위를 활용해 단독으로 국정조사에 착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합의가 무산될 경우 절대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해 추진하는 그림까지 검토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제시한 전제 조건은 민주당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의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선임을 국정조사 논의의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민주당은 수용 불가를 분명히 했다. 나 의원이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에서 검찰 구형에 못 미치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점을 들어, 민주당은 나 의원 역시 항소 포기 사건의 당사자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당 내부 평가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조사 실효성을 둘러싼 회의론도 고개를 든다. 민주당 소속 한 법제사법위원은 국정조사나 인사청문회는 야당의 정부·여당 견제 수단이라면서도, 여당에 정치적으로 득 될 게 없는 정쟁을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 진영에 유리한 프레임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함께 전했다.

 

이와 관련해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강경 메시지가 실제 국정조사·특검 추진보다 검찰을 상대로 한 압박 수단에 더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사와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여론전과 정치적 책임 공방을 통해 검찰의 향후 행보에 제동을 걸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국회 내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과 특위 가동을 본격화하면 국민의힘은 정치 공세라며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대장동 사건을 비롯한 조작 기소 의혹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며, 국정조사 실시 여부와 특검 도입 필요성을 놓고 고도의 정치적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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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재명대통령#대장동국정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