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법원장들과 논의”…조희대, 전국법원장 회의 앞두고 신중론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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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입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거센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을 두고 전국 법원장들의 의견을 직접 듣겠다고 밝혔다. 여권발 입법이 사법부 권한과 재판 독립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법원 내부 논의 결과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법원장 회의가 있으니 그때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해당 법안들에 대해, 우선 전국 법원장 정기회의에서 집단 토론을 거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두 법안의 연내 입법 처리를 목표로 하는 데 대한 평가와, 법원장 회의를 통해 사법부 의견을 어떻게 수렴해 전달할지에 관한 추가 질문이 이어졌지만, 조 대법원장은 "전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의견을 들어보겠다"고만 답했다. 구체적 찬반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법원 내부 의견을 먼저 모으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 법원장 정기회의를 연다. 각급 고등법원장과 지방법원장 등 전국 법원장들은 이 자리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도입 법안 등 여권이 추진 중인 사법 관련 입법 현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사법부 최고위급 회의에서 해당 입법을 둘러싼 법관들의 우려와 찬성 논리가 정면으로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앞서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전국 법원장들에게 관련 법률안에 대한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미리 수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각 법원에서는 회의 전까지 재판부별 또는 법원 단위 의견 청취 절차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러한 기초 의견을 바탕으로, 법원의 공식 대응 방향과 대외 전달 수위가 논의될 전망이다.

 

일부 법원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법원행정처 폐지안에 대한 의견도 이미 수렴한 것으로 알려져, 행정처 폐지 논의 역시 회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 왜곡죄 신설, 행정처 폐지안 등 사법부 구조와 재판 체계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 한꺼번에 거론되면서, 사법부와 입법부 사이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는 양상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보다 앞선 3일,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열린 오찬에서 사법제도 개편과 관련한 원칙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졸속 입법을 경계하며, 사법제도 변경에 앞서 광범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은 향후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여당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도 법안의 필요성과 위헌 소지, 재판 독립 침해 논란을 두고 입장 차가 큰 만큼, 사법부 내부 의견이 정치권 논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날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도출될 논의 결과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통해 공식 입장 또는 의견서 형태로 정리돼 국회와 정부에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사법부 의견을 참고해 연내 처리 여부와 법안 수정 범위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이며, 정치권은 내란전담재판부와 법 왜곡죄 입법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 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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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