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맛에 맞는 재판부 만들기” 내란재판부법 수정안에 국민의힘 맹공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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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한 수정안을 내놓자 국민의힘이 “명백한 위헌”이라며 강력 반발하면서, 법안의 연내 처리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16일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명칭을 바꾸고, 적용 대상을 2심 재판부터로 제한하는 등의 수정안을 마련한 데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외부 추천 위원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손질했지만 핵심 취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법안 이름을 바꾸고 2심부터 적용하며 외부 추천을 뺐다고 하지만 본질은 그대로”라며 “독극물은 조금 덜어내도 독극물”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민주당 수정안이 형식만 바뀌었을 뿐 특정 사건을 겨냥한 재판부 구성이라는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 셈이다.  

 

나 의원은 이어 “아무리 포장지를 바꿔도 이 법의 본질은 입맛에 맞는 재판부를 만들겠다는 재판부 쇼핑을 목적으로 할 뿐”이라며 “위헌의 탈을 한 꺼풀 벗었다고 해서 위헌이 합헌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안 적용 단계만 조정해도 위헌성은 해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 의원은 사법부 권한 침해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2심부터 적용한다 해도 사법부의 고유 권한인 사건 배당에 입법부가 개입해 특별전담부를 만드는 자체가 사법권 침해”라며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위험한 불장난을 즉각 중단하고 법안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법부가 개별 사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구조 자체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한다는 논리다.  

 

같은 위원회 소속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주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이 새로운 내란특별재판부법을 내놨지만 그래봤자 명백한 위헌”이라며 “법 이름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뺐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특정 사람들만 겨냥한 법률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정안에서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제거했다 해도 입법 취지가 특정 수사·재판을 겨냥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재판 단계별 차별 적용 문제도 짚었다. 그는 “2심부터 적용하는 것도 위헌이다. 왜 1심과 2심 재판부 구성 방법이 서로 달라야 하나”라며 “대법관 회의를 거치더라도 위헌성은 치유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 절차의 일관성이 훼손될 뿐 아니라, 사법부 내부 절차를 거친다 해도 입법 취지에서 비롯된 위헌성은 사라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연내 처리 대상으로 올려놓은 데 대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17일 의원총회를 소집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수정안을 포함한 관련 입법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당내에서는 법사위 심사 단계부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헌법소원 등 사법적 대응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내란과 관련한 중대 사건을 전문적으로 심리하는 재판부를 두자는 취지라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민주당은 위헌 논란을 의식해 법안 명칭과 적용 범위, 재판부 구성 방식을 조정한 수정안을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특정 사건·특정 인물을 겨냥한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법사위와 본회의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개정 방향과 관련해 향후 법사위 심사와 여야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민주당이 연내 처리를 추진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강경 대응을 예고한 만큼, 정치권은 관련 법안을 둘러싸고 한동안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헌법 질서와 사법 독립, 중대 범죄 대응 체계를 동시에 고려하는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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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내란전담재판부설치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