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망 후 뇌 기증하겠다”…브루스윌리스 가족 결정, 치매 연구 촉진 기대와 우려 교차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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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USA) 현지에서 할리우드 배우 브루스 윌리스의 가족이 그가 사망한 뒤 뇌를 과학 연구용으로 기증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전두측두엽 치매 진단 2년 만에 공개된 것으로, 국제 의료계와 대중 사이에서 질환 연구에 대한 기대와 함께 그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우려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브루스 윌리스의 아내 엠마 헤밍 윌리스는 자신의 저서 ‘예상치 못한 여정’을 통해 남편의 뇌를 기증하기로 가족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엠마는 이 결정을 통해 브루스 윌리스가 진단받은 전두측두엽 치매와 관련된 뇌의 변형을 과학계가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취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시각 기준 28일 오전 보도가 나오자, 각종 해외 매체들은 세계적인 액션 스타의 사후 기증 결정이 치매 연구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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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윌리스의 이번 선택은 그가 전두측두엽 치매 진단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시점에 공개됐다. 가족이 공식적으로 사후 뇌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할리우드 일각에서는 그의 장례와 임종을 대비한 준비가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가족들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이나 현재 건강 상태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미국 매체는 “장기 기증 의사 표명은 존엄한 마무리를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브루스 윌리스는 1980년 영화 ‘죽음의 그림자’로 데뷔한 뒤 ‘데이트 소동’, ‘다이 하드’ 시리즈, ‘죽어야 사는 여자’, ‘펄프 픽션’, ‘제5원소’, ‘아마겟돈’, ‘식스센스’, ‘스토리 오브 어스’, ‘악스펜더블2’, ‘지 아이 조2’, ‘데스 위시’, ‘대폭격’, ‘에이펙스’, ‘아메리칸 저스티스’, ‘다렉티브 나이트: 가면의 밤’, ‘뮤턴트 이스케이프’, ‘롱 플레이스’ 등 수십 년간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대표적인 할리우드 스타다. 드라마 ‘환상특급’과 ‘블루문 특급’ 등을 통해서도 세계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2022년 그는 실어증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연기 활동 은퇴를 발표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전두측두엽 치매 진단 사실이 알려졌고, 당시 딸 루머 윌리스가 “아버지가 가족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고 전하면서 대중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브루스 윌리스 가족은 투병 과정 대부분을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로 유지해 왔으나, 중증 퇴행성 뇌질환이라는 점에서 국제 의료계의 관심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브루스 윌리스가 은퇴한 이후에도 이미 촬영을 마쳤던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개봉했다. 2023년에는 ‘리벤지 나이트’, ‘브루스 윌리스의 라스트 미션: 데이 투 다이’, ‘인디펜던스 나이트’, ‘어쌔신: 드론전쟁’ 등이 공개되며 그의 이름이 계속 스크린에 오르고 있다. 여러 해외 매체는 “그의 최근 영화들이 결과적으로 필모그래피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전성기 시절부터 이어진 액션 히어로 이미지와 노쇠해 가는 현실 사이의 대비를 조명하고 있다.

 

현재 브루스 윌리스는 읽고 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전해졌다. 거동 역시 크게 불편해진 뒤 가족들이 그를 위한 별채를 마련해, 미국 내 자택 인근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는 환자의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가족들이 겪는 돌봄 부담과 주거 환경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기억력 저하보다 성격 변화, 언어 기능 저하, 행동 이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퇴행성 뇌질환이다.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세계 각국 연구자들이 환자 뇌 조직에 대한 연구를 통해 병인 규명과 신약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는 치매 환자의 사후 뇌를 기증받아 연구하는 브레인 뱅크가 운영 중이며, 유명인의 기증 사례는 대중 인식 변화와 기금 모금 확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쳐 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브루스 윌리스 가족의 결정은 국제 치매 연구 네트워크에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그의 뇌 기증이 전두측두엽 치매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지나친 관심이 가족의 사적인 애도 과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영국(Britain)의 일부 언론은 “세계적 스타의 사후 기증 결정이 치매 인식 개선 캠페인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브루스 윌리스의 사례가 치매 환자와 가족의 권리, 사전 연명 의료 결정, 장기 및 조직 기증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들 사이에서는 치매 연구에 필요한 뇌 기증 활성화를 둘러싼 윤리 기준과 절차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 스타가 투병 끝에 선택한 사후 기증이 실제로 어느 연구 기관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이름을 딴 기금 조성이나 치매 인식 캠페인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두고 할리우드와 의료계가 주시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브루스 윌리스 가족의 결정이 전두측두엽 치매 연구와 환자 지원 체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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