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허위 협박에 출동한 특공대”…야탑역·신세계 폭파 예고 남성에 6700만 원대 손배 청구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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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탑역 흉기 난동을 예고하고 신세계백화점 폭파 협박 글을 올린 20대 남성 2명이 형사처벌과 별도로 수천만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사건 대응 과정에서 투입된 경찰력과 장비 운영에 국민 세금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허위 협박에 대한 비용 환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은 8일 지난해 9월 ‘야탑역 흉기 난동’을 예고한 A씨(20대 남성)와, 지난해 8월 신세계백화점 폭파 협박 게시글을 남긴 B씨(20대 남성)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두 사건에서 낭비된 비용은 각각 5505만 원, 1257만 원으로 추산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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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야탑역 월요일 30명은 찌르고 죽겠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글이 게시된 뒤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일대에 경찰관 등 약 180명을 배치해 순찰을 강화했다.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까지 투입돼 대규모 경계 작전을 펼쳤으나 실제 범행은 발생하지 않았다.

 

A씨는 같은 해 11월 경찰에 검거됐으며, 조사에서 “커뮤니티를 홍보하려고 글을 올렸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접수부터 검거까지 투입된 지역 경찰, 기동대, 특공대, 사이버수사 인력과 장비 운용 등에 들어간 비용을 합산해 5505만 원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지난해 8월 한 유튜브 영상에 “내일 오후 신세계 폭파한다”라는 댓글을 단 혐의를 받고 있다. 협박 글이 게재된 뒤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하남점과 사우스시티점 등 2개 점포는 영업을 중단하고 건물을 봉쇄했다. 경찰특공대 21명이 투입돼 약 2시간 동안 건물 내부를 수색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B씨는 협박 글 작성 하루 만에 경남 하동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폭발물 탐지와 건물 수색, 인근 안전 확보를 위한 인력과 장비 운영에 최소 1257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산정했다. 수색과 경계에 투입된 경찰력을 다른 긴급 사건이나 일상적인 치안 활동에 배치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접수 단계부터 검거까지 지역 경찰과 기동대, 특공대, 사이버수사대 등이 투입됐고 이로 인한 피해는 제때 필요한 치안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시민들에게 전가됐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허위 협박 행위로 유발된 직접적 비용뿐 아니라, 그 사이 다른 지역에서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로 들고 있다.

 

이번 조치는 온라인상 협박과 ‘묻지마 범죄’ 예고 글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형사처벌 외에 민사 책임까지 물어 경각심을 높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경찰은 앞으로도 유사 사건에서 투입 비용을 산정해 적극적으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과 사법당국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허위 협박으로 인한 구조적 피해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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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신세계백화점#야탑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