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bp 인하는 기정사실”…미국 증시, FOMC 앞두고 혼조 속 관망세 확대
현지시각 기준 9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을 하루 앞둔 금융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혼조세로 마감됐다. 이번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금리 수준 자체보다 향후 인하 속도와 폭에 쏠리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분기 경제전망요약(SEP)과 점도표가 글로벌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9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9.03포인트(0.38%) 하락한 4만7천560.2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00포인트(0.09%) 내린 6천840.51을 기록한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30.58포인트(0.13%) 오른 2만3천576.49로 장을 마감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되면서 중·소형주 비중이 큰 러셀2000지수는 0.21% 상승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시장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 25bp 인하를 기정사실에 가깝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이미 상당 부분이 자산 가격에 선반영된 만큼, 연준이 새로 내놓을 경제전망과 점도표가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어떻게 제시할지가 관건으로 부상했다. 투자자들은 점도표에서 내년 중 인하 횟수와 최종금리 수준이 얼마나 조정될지, 경기 둔화와 물가 둔화 전망이 어떻게 반영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렛 켄웰 이토로 미국 투자 분석가는 현재로서는 25bp 인하가 거의 확실하다고 보면서도, “연준의 경제 전망과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이 이번 주뿐 아니라 이달 남은 기간 금융시장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평가 속에 주식·채권·파생상품 시장 전반에서 연준의 향후 인하 속도에 대한 경계 심리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지수별 흐름에서는 대형 우량주 비중이 높은 다우지수가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주요 악재로 꼽힌 것은 글로벌 대형 은행 JP모건체이스의 비용 확대 전망이다. 마리앤 레이크 JP모건 소비자금융 부문 최고책임자는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금융 콘퍼런스에서 내년 전체 지출을 1천50억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1천10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며, JP모건이 올해 조정 기준으로 제시했던 지출 예상치 959억달러보다 약 10% 증가한 규모다.
레이크 최고책임자의 발언 직후 JP모건의 비용 관리 전략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JP모건 주가는 4.66% 급락했다. JP모건 약세는 은행주 전반으로 확산돼 웰스파고와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동반 하락했다. 같은 금융 섹터 내에서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1% 이상 오르며 상반된 주가 흐름을 보였다. 비용 부담과 사업 구조 차이가 금융주 내부에서도 종목별 차별화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종별로는 헬스케어 섹터가 약 1% 떨어지는 등 의료·건강 관련 종목이 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는 미국 대표 빅테크 기업들에서는 종목별 엇갈림이 두드러졌다. 엔비디아, 애플, 메타 주가는 1% 안팎으로 하락한 반면, 브로드컴, 알파벳,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1% 내외 상승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밸류에이션 부담과 AI·반도체 수요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개별 기업의 실적 및 성장 스토리에 따라 차별화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미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는 상장 거래소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으로 옮기며 단순 유통을 넘어 기술기업 이미지를 강화하려 했지만, 정작 이날 주가는 1.35% 하락했다. 소비 둔화 우려와 마진 압박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상징적 이전만으로는 투자 심리를 단기간에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거시지표 측면에서는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가 일부 지표에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계절조정 기준 구인 건수는 767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 720만건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9월 수치 766만건과 비교해 거의 변동이 없었다. 8월 수정치 722만건과 견주면 40만건 이상 늘어난 결과다. 노동 수요가 여전히 높은 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같은 기간 비자발적 이직에 해당하는 해고 및 방출 인원은 10월 185만건으로 집계돼 8월 173만건에서 12만건 증가했다. 일부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민간 고용은 별도 지표에서 개선 흐름이 재확인됐다. 민간 고용 정보업체 ADP는 지난달 22일을 끝으로 한 달간(4주 기준) 미국 민간 고용 예비치가 주 평균 4천750명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고용 시장이 급격한 냉각 없이 완만한 둔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인식이 연준의 점진적 완화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채권과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연준의 인하 속도에 대한 경계가 지속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적어도 내년 4월까지 금리 인하가 1회(25bp)에 그칠 가능성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반영하고 있다. 12월 25bp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80%대 후반 수준으로 가격에 반영돼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보다 0.27포인트(1.62%) 상승한 16.93을 기록해 변동성이 소폭 확대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FOMC가 미국 통화정책 전환의 속도와 강도를 재확인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월가 일각에서는 연준이 물가 하락 속도와 성장 둔화를 모두 고려해 과도한 완화 신호를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점도표와 경제전망에서 내년 인하 횟수가 시장 기대보다 적게 제시될 경우, 단기적으로 주식과 채권시장 모두 부담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예고한 25bp 인하 여부보다, 향후 1~2년간 금리 경로를 어떻게 제시할지가 뉴욕증시와 글로벌 자본시장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다. 미국(USA) 통화정책의 미세한 변화가 환율, 신흥국 자금 흐름,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에 직결되는 만큼, 국제사회는 이번 발표의 메시지와 실제 이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