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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팬덤이 곧 플랫폼”…SKT, T1 우승 마케팅 시동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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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가 통신사의 핵심 마케팅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자사 플래그십 스토어를 전자 스포츠 팬덤 공간으로 전환하며 2030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에 나섰다. 통신 인프라와 게임 콘텐츠를 결합한 이 같은 시도는 5세대 이동통신을 넘어 초저지연 네트워크, 스트리밍, 메타버스 등 차세대 ICT 사업 확장의 교두보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이번 행보를 통신·e스포츠 연계 마케팅 경쟁의 분기점 중 하나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15일 서울 성수동 자사 플래그십 스토어인 T팩토리 성수에서 프로게임단 T1 선수단과 함께 우승 기념 팬미팅을 진행했다. 행사는 SK텔레콤과 T1이 공동으로 기획한 SKT x T1 우승 기념 팬 감사 이벤트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T1이 202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거둔 통산 6번째 우승을 팬들과 공유하는 자리였다. 현장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사전 응모에는 약 27만명이 몰려 T1과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중심으로 한 e스포츠 팬덤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SK텔레콤은 T팩토리 성수 매장을 팬미팅 전용 공간으로 재구성해 이원 생중계 시스템을 구축했다. 메인 무대와 별도 공간을 네트워크로 연동해 선수단과 팬들이 동시에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한 방식이다. 현장에서는 사전에 접수된 팬 질문에 T1 선수들이 직접 답변하는 토크 세션이 마련됐고, 우승 소감과 향후 시즌 각오 등이 공유됐다. 통신사가 보유한 실시간 스트리밍 장비와 고속 네트워크 인프라가 오프라인 행사와 온라인 생중계를 연결하는 기술적 기반이 됐다.

 

행사 중심에 선 이상혁 선수는 팬과의 직접 소통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최정상급 프로게이머의 발언은 단순한 이벤트 참여를 넘어, 장기적인 팀 브랜드와 리그 생태계 유지에 팬 커뮤니티가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이번 팬미팅이 통신 요금제나 단말기 중심 마케팅에서 벗어나, e스포츠와 IP 기반 경험 마케팅으로 축을 옮기는 상징적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경험형 e스포츠 플랫폼’으로 활용해 오프라인 유입을 늘리고, 이후 5세대 이동통신 특화 요금제, 클라우드 게임, 저지연 스트리밍 서비스 등 자사 ICT 서비스와의 연계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수 일대가 MZ 세대의 대표적인 문화·상업 거점으로 자리 잡은 만큼, 위치 선정도 전략의 일부로 보인다.

 

글로벌 통신사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통신사가 e스포츠 팀 후원과 함께 리그 생중계, 구독형 콘텐츠 플랫폼을 결합하며 가입자 락인 전략을 강화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현지 통신사는 자사 전용 앱에서 고화질 경기 중계, 선수 인터뷰, 데이터 기반 경기 분석 콘텐츠를 제공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다. SK텔레콤의 T1 연계 행보는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맞춘 국내형 모델 구축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김석원 SK텔레콤 브랜드 담당은 T1의 월즈 통산 6회 우승을 팬들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이번 팬미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e스포츠와 T1을 사랑하는 팬들과 소통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향후 SK텔레콤이 T1과 연계한 한정판 디지털 콘텐츠, 데이터 특화 요금제, 경기 관람형 구독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여지도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통신사가 e스포츠 IP를 활용해 5세대 이동통신 이후 시대의 신규 수익원을 탐색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이벤트성 행사에 그칠 경우 브랜드 효과가 단발성에 머무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SK텔레콤과 같은 시도가 실제 플랫폼 서비스와 결합해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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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t1#페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