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보현 침묵이 얼린 스튜디오”…꼬꼬무, 오만한 고백→유빈 눈물에 시청자 얼어붙었다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조용한 긴장감이 한없이 무거웠다. 예능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의 유빈, 김광규, 이미도는 온보현의 오만한 자백과 그 뒤에 이어진 무표정 앞에 눈시울을 붉혔다. 차디찬 독백과 피해자 유가족의 고통이 교차하며, 오직 범행만을 기록한 오래된 수첩 한 권이 시간의 응어리를 상기시켰다. 침묵을 가르며 멤버들은 불신과 분노, 무력감을 차례로 토해냈다.
방송은 ‘죽음의 드라이브-그 남자의 살인 일지’라는 부제로, 가짜 택시 연쇄살인마 온보현 사건의 본질을 조명했다. 청춘의 한때를 길 위에서 보냈던 김광규조차 “업계 전체가 한순간 불신에 휘말렸다”며 기억을 되짚었고, 이미도는 악랄함 앞에 분노를 삼켰다. 무엇보다 오마이걸 유빈은 이야기 내내 피해자의 아픔과 유가족의 절규에 공감하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누구 하나 쉽게 말을 잇지 못한 채 상흔만이 남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1994년 온보현이 서울서초경찰서에 등장하며 급물살을 탔다. ‘지존파보다 더 흉악하다’는 자부심 섞인 발언, 그리고 날짜와 피해, 범행 방법이 상세히 적힌 범행 일지가 경찰의 손에 넘어갔다. 프로파일러 권일용의 해석처럼 온보현은 자신의 움직임과 흔적조차 남기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현금 인출 등 교묘한 수법을 집요하게 반복했다. 피해 여성들의 연이은 실종에 전국은 경악했고, 살아남은 피해자는 구덩이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해 살아나왔다. 참혹했던 현장은 다시 프로그램의 목소리로 되살아났다.
반면 온보현을 마주했던 형사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조형근 전 용산서 형사는 “범행이 마치 의식처럼 반복됐다”는 소회를 밝혔고, 범죄 사실을 고백하던 온보현 역시 “내가 신문에서 얼마나 언급됐냐”고 물으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유가족과 경찰 모두를 허탈하게 했던 그 오만함 뒤에는 오히려 자신을 끊임없이 과시하려는 공허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해석도 곁들여졌다.
온보현 사건 이후 전국 단위의 광역수사대가 창설됐다. 형사들은 “누군가 한 발만 빨랐어도 더 많은 생명이 구해질 수 있었다”고 자책했고, 피해자의 부모와 남겨진 가족은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야 했다. 날카로운 기억과 아픔이 꺼지지 않는 가운데, 방송에서도 시청자들은 괴로움과 충격의 여운을 나눴다.
결국 온보현은 직접 사형을 요구했고, 지존파와 함께 형이 집행됐다. 하지만 잔혹사 그 너머에 남겨진 건 지울 수 없는 아픔뿐이었다. 5월 가족의 달에 방송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인간의 악의 본질과, 상흔을 안고 사는 이들의 마음을 깊이 비췄다. 프로그램의 다음 방송은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 시청자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