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 연인 시신 오폐수조에 유기”…청주 여성 살해범 김영우 신상 첫 공개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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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실종 신고됐던 5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김영우(54)에 대해 경찰이 얼굴과 이름, 나이를 포함한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강력 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 운용과 피해자 보호 사이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충북에서 경찰이 강력 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김영우는 지난 10월 14일 밤 9시께 충북 진천군 문백면 한 노상 주차장에 세워진 전 연인 A씨(50대)의 SUV 차량 안에서 흉기를 사용해 10여 차례 찌르는 방식으로 A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김영우는 A씨가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격분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공개된 김영우의 신상 / 충북경찰청
공개된 김영우의 신상 / 충북경찰청

김영우는 진천에서 오폐수 처리 업체를 운영해 왔으며, 범행 후에도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연출하려 한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 직후 A씨의 시신을 자신의 차량으로 옮겨 싣고 이튿날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한 뒤, 같은 날 오후 6시께 퇴근하면서 거래처 중 한 곳인 충북 음성군의 한 업체 내 오폐수처리조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영우는 A씨의 SUV를 청주·진천 일대 거래처에 숨겨두고, 별도로 번호판을 제작해 교체하는 등 차량과 시신을 동시에 은닉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이후 수사가 이어졌고, 경찰은 지난달 27일 김영우의 자백을 토대로 실종 약 44일 만에 음성군의 오폐수처리조에서 A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충북경찰청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는 이달 3일 회의를 열고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김영우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논의했다. 위원회는 범행의 잔혹성과 피해의 중대성, 시신과 차량 은닉 등 치밀한 은폐 시도, 유족 의견, 재범 방지와 강력 범죄 예방 효과 등을 함께 고려해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4일 오전부터 충북경찰청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김영우의 얼굴 사진과 실명, 나이를 게시했다. 신상정보는 일정 기간 동안 온라인에 공개된다. 김영우는 신상공개 결정에 대해 별도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경찰은 이날 그를 살인·사체유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번 조치는 충북 지역에서 강력 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정보가 처음으로 공개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경찰은 특정 강력 범죄에 한해 법과 내부 기준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왔으나, 지역별로 실제 공개 사례는 제한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신상공개가 재범 방지와 범죄 예방에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피의자 인권과 유족 보호, 무분별한 온라인 확산에 대한 관리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역사회 충격도 크다. 김영우는 진천 지역에서 오폐수 처리 업체를 운영하며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장학금과 취약계층 지원 성금을 기탁하는 등 기부 활동을 이어온 인물로 알려져 왔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기업인으로 기억되던 인물이 전 연인을 상대로 한 살인과 시신 유기 혐의를 받게 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선행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 SNS에서는 “지역사회에서 신뢰받던 사람이 이렇게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불안하다”, “강력 범죄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관계 폭력에 대한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데이트 폭력과 이별 통보를 둘러싼 살인 사건이 반복되는 가운데, 사전에 위험 징후를 포착하고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찰은 향후에도 강력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잠재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신상정보 공개 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유족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범행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환기하는 방안이 과제로 남았다. 수사당국은 김영우의 범행 동기와 준비 과정, 추가 범행 가능성 등을 계속 살피고 있으며, 확보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검찰과 함께 향후 재판에 대비할 계획이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전모를 규명하는 한편,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여부를 두고 추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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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청주여성살해#충북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