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창사 첫 파업 결의”…LG헬로비전 강경 투쟁에 업계 긴장
LG헬로비전 노동조합이 17일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을 단행한다. 임금 인상과 본사 사옥 이전, 희망퇴직 문제를 둘러싸고 사측과의 입장 차가 극심하게 벌어지자 강경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오랜 기간 교섭에도 불구하고 입장 조율이 무산되면서, IT·케이블TV 업계 전체의 구조적 변화와 그 파급 효과에 이목이 쏠린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케이블TV 생태계 재편과 고용 안정성 경쟁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LG헬로비전 노조는 12일, 17일 오후 서울 중구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한다고 공식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11차례 진행된 임금 교섭이 0.9% 인상안에서 더는 진전을 보지 못했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마저 거부되면서 교섭이 최종 결렬됐기 때문이다. 회사 측이 지난 10월, 본사 이전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점도 노조 반발에 불을 지폈다. 이전 발표는 실제 이동 약 2개월 전에 이루어졌으며, 많은 직원들이 30년 장기임차 계약에 따라 인근에 정착한 상황에서 생활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논란의 주요 배경에는 조직과 비용 구조 전반을 흔드는 본사 사옥 이전과 희망퇴직 추진, 그리고 다년간 신규채용 중단이 있다. 노조는 이로 인해 필수 인력이 상시 결원 상태에 놓였고, 업무 하중 증가와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가 높아졌다고 강조한다. 또한, 사옥 이전과 희망퇴직 추진에 드는 수십억 원의 비용이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한다.
노조는 LG유플러스 책임론을 함께 부각한다. 2019년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며 6200억원 규모 네트워크 투자를 약속했으나 이를 실천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가망 구축 대신 기존 유무선 전송망 임차비로 수익을 다각화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 신호가 더욱 빨라졌다고 분석된다. 새롭게 불거진 합병 논의 역시 구조 개선의 필요성에서 비롯된다.
케이블TV 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맞물린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부과 정상화 문제도 논의 대상이다. 노조는 연 매출의 1.5%가 방발기금으로 나가고 있는데, 이 총액이 케이블TV 영업이익의 1.7배에 달할 만큼 경영 압박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방발기금 부담은 지속적으로 고정 비용을 높이며,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파급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헬로비전의 노사 갈등이 IT 및 케이블TV 산업의 고용, 투자, 서비스 품질 등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 구조 전환기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산업 경쟁력 저하와 경영 위기가 동반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다양한 규제와 업계 구조 변화 속에서, 실질적 상생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파업이 구조조정과 고용 안정성 위험, 경영 부담 등 현안의 분수령이 될지 지켜보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뿐 아니라 산업구조, 제도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