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 서버·전장 수요 폭발… 삼성전기, MLCC 풀가동에 실적 기대감 급등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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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와 전장용 부품 수요가 동반 급증하면서 삼성전기 주가가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4분기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가운데 글로벌 생산 거점 재추진 이슈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MLCC를 비롯한 고부가 사업 확장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AI 인프라 투자와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삼성전기의 구조적 성장 사이클 진입을 뒷받침할지 주목하고 있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2월 3일 장중 기준 삼성전기 주가는 261,500원으로 전일 대비 3.77퍼센트 상승했다. 최근 한 달 사이 주가는 22만 원대에서 26만 원대로 레벨업하며 6개월간 이어진 박스권 상단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장중 26만 원선을 재돌파하며 52주 신고가인 266,000원 근처까지 올라서자, 시장에서는 상승 추세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단기 이동평균선인 5일선과 20일선이 정배열을 형성하며 기술적 측면에서도 추세 전환 신호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징주 분석] AI·전장 수요 확대… 삼성전기 MLCC관련주 실적 가시성 부각
[특징주 분석] AI·전장 수요 확대… 삼성전기 MLCC관련주 실적 가시성 부각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매매가 엇갈리는 가운데 외국인 매수 전환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월 1일과 2일 외국인은 각각 3만2,878주, 3만7,670주를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주도했다. 기관은 11월 말 20만 주에 육박하는 대량 매수 이후 차익 실현과 관망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이 구간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올 때마다 주가가 탄력을 받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으며, 외국인 지분율도 38.61퍼센트로 대형 IT 부품주 가운데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종 업계 비교에서도 삼성전기는 코스피 시가총액 약 19조5,324억 원, 시가총액 순위 34위인 대형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상장주식 수는 약 7,469만 주로 유통 물량이 넉넉해 유동성 우려가 적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22.19퍼센트로 이수페타시스의 38.89퍼센트보다는 낮지만, LG이노텍과 대덕전자 등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이익 체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주가수익비율 PER은 약 29배로 업계 평균보다 높은 편이며, 증권가에서는 AI와 전장 사업 비중 확대에 대한 성장 기대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적 전망 역시 우호적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기의 2024년 예상 매출액이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영업이익은 7,350억 원 수준으로 관측되고 있다. 2025년에는 영업이익이 8,945억 원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컨센서스 투자의견은 매수 4.00점, 목표주가는 293,000원으로 제시되고 있어 현 주가와의 격차를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시각이다. 부채비율 41.89퍼센트, 당좌비율 118퍼센트 이상으로 재무건전성도 양호하며, 내년 예상 자기자본이익률 ROE가 7퍼센트대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돼 수익성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주가 상승을 직접적으로 촉발한 요인은 4분기 실적 기대치 상향이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기의 4분기 영업이익이 2,357억 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보며 목표주가를 기존 27만 원에서 33만 원으로 올렸다. 일반적으로 비수기로 분류되는 4분기임에도 불구하고 AI 서버용과 전장용 고부가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단순한 실적 방어를 넘어 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 부문별로는 MLCC와 FC BGA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턴어라운드가 가장 강한 모멘텀으로 꼽힌다. 3분기 기준 MLCC 공장 가동률은 99퍼센트에 달해 사실상 풀가동 상태에 들어섰고, 내년 패키지 기판 물량은 이미 완판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고성능 서버 도입이 이어지면서 고부가 MLCC와 고성능 기판 수요가 동반 확대되고 있는 점이 실적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 업황 회복을 넘어 구조적 성장 사이클의 초입 단계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 이슈도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한동안 보류됐던 멕시코 카메라 모듈 공장 건설이 다시 추진되면서, 북미 전기차 시장과 글로벌 스마트폰 카메라 수요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 중장기 성장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장용 카메라 모듈을 비롯한 전기차 부품 비중 확대가 기존 스마트폰 중심 매출 구조의 리스크를 줄이고, 로봇과 자율주행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내부 체질 개선과 ESG 경영 성과도 재평가 요인으로 거론된다. 최근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컴포넌트 사업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승진하면서 실적 중심 성과주의 기조가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사업장이 녹색경영 관련 수상을 하는 등 환경·사회·지배구조 ESG 부문에서의 성과도 알려지며 글로벌 고객사와의 파트너십 강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내부·외부 환경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업 가치 재평가 흐름을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테마 측면에서는 삼성전기가 AI 하드웨어, 전기차, 로봇의 교집합에 위치한 기업으로 분류되면서 관련 뉴스에 따른 주가 민감도가 높아진 상태다. AI 서버용 MLCC와 전장용 카메라 모듈이 각 테마의 핵심 부품으로 인식되면서,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이나 전기차 판매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AI와 전장 테마 강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기가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쟁사와의 비교에서 삼성전기의 강점으로는 MLCC와 기판 사업에서의 높은 기술 진입장벽,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지목된다. 반면 여전히 스마트폰 전방 산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 전장과 AI 관련 매출 비중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면서 스마트폰 의존 리스크는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며, 이러한 구조 변화가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단기 주가 흐름에서는 26만 원 안착 여부가 핵심 분수령으로 지목된다. 증권가에서는 이 가격대가 지지선으로 자리 잡을 경우 52주 신고가인 266,000원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내년 1분기 필리핀 MLCC 공장 증설 효과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실적과 주가 레벨업이 맞물릴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목표주가 29만 원대 이상을 염두에 두는 시각이 있는 반면,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24만5,000원선이 붕괴될 경우 단기 조정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론도 공존한다.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리스크 요인도 적지 않다. 글로벌 IT 세트 수요 회복이 지연될 경우 고객사 재고 조정이 재개되면서 MLCC와 기판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최근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과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성 변동성도 변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AI와 전장 수요 확대라는 성장 모멘텀과 단기 밸류에이션 부담 사이에서 향후 주가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다음 분기 실적과 글로벌 IT 수요 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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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mlcc#ai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