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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눔 장학금 확산…HK이노엔·기증원, 기증자 자녀 지원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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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이식 의료 현장의 보이지 않는 기반인 기증자 예우가 점차 제도권 장학사업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제약바이오 기업과 협력해 뇌사장기기증자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면서, 장기기증을 단순한 의료 행위가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장기이식 생태계 신뢰를 높이는 민관 파트너십의 하나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장기기증자의 자녀 26명에게 1인당 250만 원씩, 총 6500만 원 규모의 생명나눔 가족 장학금을 지원했다고 29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생명나눔을 실천한 기증자의 직계 자녀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 기회를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번 장학금 재원은 사랑의열매와 HK이노엔이 함께 추진한 걸음 기부 캠페인 걸음엔 이노엔 시즌8을 통해 조성된 후원금이 기반이 됐다. 이 캠페인은 제약바이오기업 HK이노엔이 주관해 임직원과 일반 시민이 일상 속에서 걸음 수를 기부 형태로 적립하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해 생명나눔 관련 후원에 사용하는 구조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별도로 운영하는 기증자 유가족 기부금도 더해져 장학사업 규모를 키웠다.

 

올해에는 지역 의료기관의 직접 참여도 확대됐다. 창원한마음병원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을 맺고 장학생 1명에 대한 별도 후원에 나섰다. 장기이식 실무를 담당하는 병원이 기증자 가족 지원에 후원자로 참여한 사례로, 지역 의료기관이 생명나눔 예우 체계에 동참했다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학금 지원을 받은 한 기증자 유가족은 기증자를 기억해 주는 사회적 관심 자체가 남겨진 가족에게 큰 정서적 지지라고 강조했다. 유가족은 기증자를 잊지 않고 자녀의 미래를 응원하는 장학사업이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기증 결정에 대한 후회와 경제적 불안을 덜어 주는 장치가 된다고 말했다.

 

HK이노엔은 이번 장학사업을 ESG 경영 전략과 연계된 실천형 사회공헌 모델로 보고 있다. 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한 걸음씩 모은 참여가 생명나눔 가치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캠페인의 의미를 강조하며, 앞으로도 임직원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참여형 공익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임상·약물개발 지원을 넘어 장기기증 인식 개선과 기증자 가족 지원에 직접 나서는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 내 파급력도 주목된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자신의 생명을 나누고 떠난 장기기증자를 사회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장학금이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기억하는 사회적 장치이자 남겨진 자녀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기이식 의료에 대한 신뢰 형성은 기증자 예우와 유가족 지원 체계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기증원 측 설명이다.

 

국내 장기이식 분야에서는 수술 기술과 면역억제제 등 의학적 진전과 함께, 기증자 발굴과 기증 문화 확산이 병목 요인으로 꼽혀 왔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증자 예우와 장학금 지원이 제도적으로 확산될 경우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촉진하고, 장기이식 대기자 해소와 같은 공공의료 과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장학사업이 일회성 행사를 넘어, 바이오 기업과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생명나눔 생태계 구축의 단초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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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기조직기증원#hk이노엔#창원한마음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