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5선 돌파·외국인 9천800억원 순매수”…코스피, 반도체·자동차 힘입어 랠리 지속
6월 9일, 국내 증시는 뜨거운 자금 흐름과 기대감을 가슴에 안고 새벽의 안개를 뚫듯 새로운 고지로 향했다. 2,855.77포인트, 코스피는 1.55% 오른 수치로 나흘 연속 랠리를 그렸다. 지난해 7월의 고점에 근접하며, 마치 새로운 계절이 도래한 듯 증시의 기류가 한층 무거워졌다.
아침이 밝자마자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분명했다. 개장 직후부터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장중 한때 2,867.27까지 치솟는 등 1년 만의 최고점에 손을 뻗었다. 시장의 주역은 단연 외국인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9천80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4거래일째 거침없는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중심의 매수세로 하루 평균 1조원에 근접하는 자금을 쏟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대감, 상법 개정 논의,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전망이 그 움직임을 촉진하고 있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609/1749454506682_617889917.webp)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책 변화의 기대감과 저평가된 시장이 외국인 자금 유입을 이끄는 촉매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2,297억원, 기관은 7,215억원 규모의 매도세로 외국인 행보에 균형감을 더했다. 기관의 매도세는 수익 실현을 위한 선택으로, 자동차·건설 및 일부 전력 종목 등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005930) 3,093억원, 현대차 1,015억원, SK하이닉스(000660) 965억원 등 주요 기술·제조 대장주 집중 매수에 나섰다. 금융주로는 KB금융, 하나금융지주(086790) 등도 대거 담아 시가총액 상위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오션, 삼성SDI는 순매도 행렬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의 주요 매수 종목은 카카오(035720), 알테오젠, 하이브 등이었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익 실현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는 촉망받는 6만원선을 장중 회복했으나 종가는 5만9천800원에 멈춰, 심리적 저항선의 중력을 실감케 했다. SK하이닉스는 23만원선 재도전에 나서다 22만9천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모비스는 무려 10.04%나 뛰어오르며 자동차주의 강세를 대표했다.
금융주도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푸른 바람을 탔다. KB금융,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4.14%, 5.58% 오르며 반등의 중심에 섰다. 하나금융지주는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 자리했다.
이날 시장의 가장 기이한 주인공은 카카오그룹주였다. 카카오페이의 29.92% 상한가를 비롯해 카카오뱅크 20.21%, 카카오 16.03% 급등이 연출됐다. 정책실장 내정 소식과 블록체인·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 기대감이 합쳐져 암호화폐 테마주들도 줄지어 상승했다. 한화투자증권, 우리기술투자 등이 그 중심에 있었다.
반면, 일부 섹터는 거센 바람을 맞기도 했다. 엘앤에프는 투자의견 하향의 여파로 9.51% 하락했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이차전지주는 동반 하락하며 온기를 잃었다.
업종 전반으로는 IT서비스, 오락문화, 전기가스, 증권 등 다양한 분야가 오름세를 기록했다. 은행과 부동산을 제외한 전 업종에 비추는 빛은, 시장의 생기를 다시 확인시켰다. 코스닥 역시 외국인 순매수 1,516억원의 힘으로 1.06% 상승했고, 알테오젠, 파마리서치, 휴젤 등 제약·바이오주의 강세가 돋보였다.
달러 대비 원화는 1,356.4원으로 2.0원 내려 원화 강세가 흐름을 탔다. 외국인 자금 유입과 맞물려 상승 기대감은 더욱 불어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13조9,673억원, 7조5,535억원으로 유동성의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넥스트레이드가 이끈 대체거래소 시장 역시 처음으로 8조원대 거래를 기록했다.
한 줄기 희망과 경계가 공존하는 이 하루는, 투자자들이 또 한 번의 도전을 시작할 것을 암시한다. 시장은 변동과 기회의 순간에 서 있다. 소비자는 정책과 환율, 기업 실적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하고, 투자자는 외국인 매수의 실체와 정책 변화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어질 정책 발표와 글로벌 흐름의 잔물결이, 오늘의 흐름을 내일로 이끌 전망이다.